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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범람, 광고 실종… WHY?

기업광고 감소는 신문명성 추락의 반증

기사승인 2013.11.19  09:46:43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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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강미혜 기자] 신문지면에 실리는 광고는 신문사의 자존심과 같다. 광고 퀄리티에 따라 신문사의 위상이 직간접으로 매겨진다. 신문의 얼굴격인 1면 ‘아랫도리’(하단광고)는 특히 신경을 쓰는 부분. 하지만 최근 신문에서 퀄리티 있는 기업/브랜드광고가 점점 사라지고 낯 뜨거운 ‘하류광고’(?)들로 채워지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광고시장 위축이 그 이유지만, 근본적으로는 종이신문 영향력 감소와 광고효과 하락, 그에 따른 광고실종으로도 풀이된다.

   

“신문의 영향력 감소는 지면에 실리는 기업광고가 많이 줄었다는 점에서 확연히 알 수 있다. 신문 명성이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광고가 떨어져나가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나.”

광고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신문광고의 감소는 광고를 집행하는 일선 실무자들에게도 이미 오래전부터 ‘관찰’되던 현상이다. 미디어 패러다임이 온라인/디지털로 급속히 넘어가면서 여론형성의 구심점이 전통언론 중심에서 다양한 미디어로 분산된 탓이 크다.

신문광고 퀄리티 하락, 낯 뜨거운 ‘하류광고’로 도배

종이신문의 영향력 감소는 수치상으로도 뚜렷이 나타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언론재단)이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신문 구독률은 전년도에 비해 4.2%포인트 하락한 24.8%로, 10년 전인 2002년(52.9%)의 절반을 밑돈다. 2012년에 SNS로 대변되는 소셜미디어가 급속히 팽창했다는 사실을 미뤄보면 신문 구독률의 하락곡선은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문광고의 퀄리티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탈모예방제, 남성기능식품, 변비치료제 등 효능이 증명되지 않은 의약품광고에서부터 경기가 어려울수록 자주 등장한다는 책광고, 역술·사주팔자·중매 등 개인PR을 위한 쪽광고 등이 즐비하다. 모 유력지 기자가 “지금껏 기자로서 자긍심 갖고 일했는데 요즘 우리신문에 실리는 허접광고들을 보면 창피하기 그지없다”고 통탄할 정도다.

신문광고의 퀄리티 하락은 신문광고 물량의 감소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광고가 부족하다보니 뭐라도 집어넣어야 한다는 절박감에 점점 더 퀄리티 낮은 광고들이 실리는 것이다.

한 대기업 홍보임원은 “예전 같으면 (유력지들이) 쳐다보지도 않을 역술광고 같은 게 버젓이 실린다”며 “이른바 3류지라 불리던 신문사 광고가 2류지로 가고, 2류지 광고가 1류지로 이동하는 광고 시프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액 광고주 입장에선 2·3류지에 실리던 광고가 똑같은 금액에 1류지에 노출되니 전혀 나쁠 게 없다.

신문광고, 마이너지에서 메이저지로 시프트

여기에 국내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도 신문광고 실종을 부채질하는 결정적 요인이다. 모 대기업 광고 담당자는 “부동산/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 건설·분양광고가 크게 줄었다. 여기에 올해는 금융계 수장들이 대거 교체되면서 금융쪽 기업이미지광고도 다 사라져버렸다”며 “신문광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굵직한 업종들이 광고집행을 하지 않다보니 광고물량 자체가 확 줄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했다.

이같은 신문광고 물량 감소는 신문사 경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말 언론재단이 펴낸 ‘2013 신문사 재무분석’ 보고서를 보면, 신문사(전자공시시스템에 감사보고서 제출 35개사)들의 2012년 매출(1조6543억원)은 전년 대비 3.96% 감소했다.

이에 대해 언론재단은 “2012년 신문사 광고실적이 2년 전인 2010년보다 더 악화됐다”며 “구독료수익보다는 광고수익에 크게 의존하는 국내 신문 환경에서 매출액, 당기순이익 등의 경영지표가 악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신문광고 효과 하락에 비해선 신문광고 시장의 하락폭이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문 구독률이 10년 새 반토막이 났으면 광고비도 확 줄어들어야 하는데, 광고비 감소율은 구독률에 딱히 비례하지 않다는 것.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껏 ‘어렵다’는 신문사는 봤어도 ‘망했다’는 신문사는 한 군데도 못 봤다”며 “광고가 없다고 죽는 소리를 해도 어떻게든 끌어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개별 신문사들의 매출액 하락세를 봐도 ‘선방’ 수준이다. 언론재단이 6월말 발표한 11개 전국종합일간지(경향신문·국민일보·내일신문·동아일보·문화일보·서울신문·세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신문·한국일보)의 매출액 보고서에서 경향신문과 중앙일보만 전년대비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고, 내일신문과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등은 오히려 매출이 더 늘어났다.

특히 경제지의 경우엔 7개 신문(매일경제·머니투데이·서울경제·파이낸셜뉴스·한국경제·헤럴드경제)의 매출액이 전년도와 비교해 모두 증가했으며, 이중 파이낸셜뉴스는 무려 11.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신문 영향력 하락과 광고비 하락은 비례하지 않는다

이는 신문광고 유치의 특수성(?)이 한 원인일 수 있다. 실제 신문광고는 광고효과 보단 매체파워에 의해 집행된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평소 언론과의 친밀한 관계를 위한 ‘보험성’ 광고, 이슈발생시 기사 톤조절을 부탁하는 차원에서의 ‘대가성’ 광고들이 많다. 광고효과와 상관없이 모든 신문에 한 번씩 광고를 집행하는 원턴(One turn) 관행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매체파워에 의해 광고가 집행되다 보니 당장 곤혹스러운 건 일선 광고 담당자들이다. 광고물량은 한정돼 있는데 광고를 달라는 곳(신문사)은 오히려 더 늘어나니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극에 달하고 있다.

   
▲ 신문광고의 퀄리티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탈모예방제, 남성기능식품, 변비치료제 등 효능이 증명되지 않은 의약품광고에서부터 경기가 어려울수록 자주 등장한다는 책광고, 역술·사주팔자·중매 등 개인PR을 위한 쪽광고 등이 즐비하다.(자료사진)

대기업에서 광고집행을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광고를) 집행 안하는 곳 보다 하는 기업이 더 심하게 (광고요청) 압박을 받는다”며 “광고영업하는 사람 입장에선 일단 매일매일 (신문지면에서) 빠지는 부분을 메워야하니깐 (광고가) 나올 구멍이 있는 기업을 더 쑤시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신문사에만 광고를 집행할 순 없으니, 또다시 원턴식으로 광고를 돌리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 관계자는 “광고효과를 고려하면 광고가 가급적 눈에 잘 띄어야 하는 게 당연한데, 눈에 보이면 달라는 곳이 무섭게 줄서니 겁이 나서 광고 대신 협찬으로 돌리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며 “티도 안 나는 곳에 돈 쓰는 격”이라고 하소연했다.

광고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이런 비정상적 광고집행은 단기적으론 신문사 경영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문사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광고주(기업) 입장에선 점점 더 광고집행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어 음성적 광고(협찬)비 거래가 이뤄지고, 이는 결국 매체 신뢰도에 적잖은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홍보 담당자는 “언론에 기업 관련 호의적인 기사만 나도 당장 ‘얼마 받았길래’ ‘기사광고네’ 하는 식의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며 “독자가 신문기사도 신뢰하지 않는데 신문광고를 쳐다보겠느냐”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신문광고의 정상화는 신문이 살고, 기업부담을 줄이는 일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영업 방식이 바뀌지 않는 데 있다.

광고계 한 관계자는 “신문이 ‘보도 무기’를 사용해서 강제적 광고 영업방식을 추구하는 경향이 여전히, 아니 더 심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대기업 광고 담당자 역시 “신문광고에 마케팅적 요소를 담아내야 하는데 협찬성으로만 가니까 마켓에서 더 효과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신문광고가 기업의 마케팅도구로 활용되도록 매체가 스스로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사연계광고, 변형광고 등 기존의 방식을 넘어 광고주 입장에서의 크리에이티브한 광고 집행에 대한 제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다.

한편, 신문광고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선 난립 양상을 띠고 있는 신문산업에 구조조정의 메스를 들어야 한다는 급진적(?) 주장도 제기된다.

김상훈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종이신문의 하락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전세계적 추세인데, 우리나라는 너무나 많은 신문사들이 난립하는 기형적 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기사로 장사하는 신문사들이 계속 남아있다 보니 다른 신문사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 심하게 얘기해서 퇴출돼야 할 신문들은 강제적으로라도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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