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하고 참견하는 SNS, “덮을 테면 덮어봐”
감시하고 참견하는 SNS, “덮을 테면 덮어봐”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3.10.3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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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없던 불특정 다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줘

[더피알=이슬기 기자] 사법연수원생 불륜 의혹, 기적의 크림 유해 논란, 헬스카레설…. 이 사안들은 SNS가 이슈화의 중심에서 위력을 발휘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많은 부작용이 지적돼 왔지만 SNS는 분명 별다른 영향력을 가지지 못했던 불특정 다수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으며 개인, 기업, 정부 등 사회의 어떤 권력도 점점 이 목소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SNS상 수많은 목소리가 당신을 압박한다. 더 투명해지고 더 윤리적이 되라고.

최근 사법연수원은 원생에 대한 불륜 의혹이 제기되자 이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섰다. 연수원생인 A씨와 B씨가 부적절한 관계에 있고 이에 A씨의 아내 C씨가 자살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사건의 발단은 딸의 죽음 후 C씨의 어머니가 시작한 1인 시위였다. 시간이 지나면 조용히 묻힐 수도 있었던 사건은 관련 내용이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퍼지면서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됐다. 네티즌이 들썩이자 언론이 주목하고 이에 사법연수원이 여론의 공분을 잠재우고자 사태파악에 직접 나선 것이다.

기적의 크림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 잊힐 것이라는 통념도 거스르는 방식으로 SNS의 위력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GS홈쇼핑에서 지난해 5월부터 3개월간 판매한 마리오 바데스쿠 힐링크림은 ‘기적의 크림’으로 소개돼 불티나게 팔렸다. 입소문을 탄 제품은 총 3만4000세트가 판매됐지만, 지난해 12월 식약청은 이 중 약 6000개에 화장품에는 금지된 스테로이드 성분이 섞여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식약청의 발표 이후 속속 접수되는 피해사례에 “나를 믿고 쓰라”며 제품을 판매하던 인기 쇼호스트 정윤정씨와 “당신의 가장 좋은 선택을 만든다”던 GS홈쇼핑 측은 해당업체에 책임을 돌리며 안일하게 대응했다. 이에 분통이 터진 피해자들은 관련 내용을 온라인상에서 지속적으로 알렸고 급기야 지난 7월 SBS에서, 9월 MBC에서 관련 사안을 보도해 논란이 증폭됐다. 때 늦은 정씨의 사과문과 GS홈쇼핑 측의 공식입장도 나왔지만 네티즌들의 비난은 쉬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슈 적당히 덮으려는 시도는 역풍맞기 십상
‘헬스카레’건의 경우는 다소 엉뚱한 이슈다.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 <의사를 믿지 말아야 할 72가지 이유> 등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의학칼럼리스트로 활동해온 허모 씨는 이 건으로 네티즌의 조롱거리가 됐다. 실마리는 허씨가 미국의 시사주간지 기사를 인용해 올린 내용이었다. 오랫동안 고생하던 관절염을 카레를 통해 치료한 환자가 있다고 소개한 것. 이에 다수의 트위터 사용자가 의문을 제기했고, 원문을 확인해본 결과 허씨가 ‘케어(care)’를 ‘카레(curry)’로 착각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허씨는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해명했지만 이미 SNS는 ‘카레놀이’로 점령된 상태였다. 뜻밖의 검증으로 관련분야 칼럼리스트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개방성과 확장성을 기본 전제로 하는 SNS의 본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SNS를 통한 소통이 일반화되면서 그 대상은 개인, 기업, 정부를 가리지 않는다. 이에 전문가들은 조직이든 권력을 가진 개인이든 이를 통제한다는 발상은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중대 웨버샌드윅 부사장은 “기업 입장에서 사실상 통제할 수 있는 건 기업이 내보내는 메시지가 전부라고 보면 된다. 심지어 기업의 SNS 채널이라도 소통한다고 열어놓고는 다른 주체들의 목소리를 묵살했다가는 그간 쌓아온 SNS상의 아군들까지 모두 안티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009년 스위스의 식품회사 네슬레의 사례는 대표적인 본보기로 많은 이들에게 회자된다. 당시 네슬레는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제작한 ‘네슬레의 인도네시아 원시림 벌목으로 오랑우탄이 죽어가고 있다’는 내용의 동영상이 인터넷상에 퍼지자 법원의 가처분 명령을 받아 동영상을 삭제했다. 동영상은 수많은 블로그와 커뮤니티를 통해 더 많이 확산됐다. 네슬레의 페이스북 팬페이지에는 항의가 빗발쳤고 이에 당황한 네슬레는 팬페이지를 폐쇄해 버렸다. 75만 명이나 됐던 팬들을 한꺼번에 적으로 돌아 세운 순간이었다.

SNS, 본질이해없이 꼴만갖춰 흉내내면 큰코 다쳐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는 “예전에는 고객센터나 매장 등 고객접점에서만 이뤄졌던 일들이 공개됐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사안이 불거졌을 때 적당히 덮고 가려는 시도는 더 큰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쉬운 일은 아니지만 초기에 문제가 제기됐을 때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기업의 체질을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명목상의 소통이 아닌 진정성에 기반한 소통을 강조했다. 그간 기업이 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우후죽순으로 개설한 SNS 채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임유진 KPR 소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수석연구원은 “SNS가 일반화되기 전에는 기업이나 언론이 콘텐츠를 장악하고 조정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 약자이고 일방적 수용자였던 이들의 의견이 확산되는 시대다. 이를 제대로 이해해야 더 투명해지고 더 윤리적이 되길 요구하는 여론에 보조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임 박사는 표면적으로는 소통의 꼴을 갖추고 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공공기관들의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지적했다. 앞으로는 조직의 인적구성이나 문화, 내부의 비윤리성 등 불투명한 것들이 더 오픈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자정노력이 생존의 필수조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육군사관학교나 사법연수원 등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문화를 가진 조직들이 최근 갖가지 사건 폭로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추세는 우연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 조작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권은희 수사과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찰 조직에 회의를 느끼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과거와 달리 지금은 부당한 것이 금세 드러나는 시대”라고 답했다. SNS시대, 감출 테면 감춰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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