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홍보하려다 ‘생뚱맞은 영어’로 망신살
K-푸드 홍보하려다 ‘생뚱맞은 영어’로 망신살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3.10.10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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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홍보영상에 외국인들 ‘실소’

[더피알=강미혜 기자]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우리 식재료를 해외에 알리겠다고 만든 홍보영상이 영어 표기 논란에 휩싸였다.

식재료의 특징과는 무관한 다소 생뚱맞은(?) 수식어를 사용해 적합성 여부가 도마위에 오른 것. 

공사측은 친밀감을 높히기 위한 주관적 표현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누리꾼들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부에선 해외PR하려다 해외망신만 산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선보인 k-푸드 홍보영상 영어 버전.(유튜브 동영상 화면 캡처)

농수산식품유통공사측 “친밀감 높이기 위한 팻네임 형식…틀린 표현 아냐”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선보인 해당 영상에선 십여가지의 식재료가 등장한다.

감, 팽이버섯, 우유, 홍삼, 고추장, 파프리카, 배, 막걸리, 김치, 라면, 유자차 등이 그것으로, 인기그룹 씨앤블루 멤버 4명을 포함한 홍보모델들이 하나씩 맡아 각각의 콘셉트에 맞춰 홍보하고 있다.

문제는 식재료 앞에 붙은 어색한 영어 수식어다. 감은 ‘기운을 북돋는 감(Energizing Persimmon)’으로 표현됐으며, 팽이버섯은 ‘로맨틱한 버섯(Romantic Mushroom)’, 우유는 ‘건강한 우유(Fit Milk)’, 홍삼은 ‘강력한 홍삼(Mighty RED GINSENG)’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 고추장은 ‘열정적인 아름다운, 섹시한 고추소스(Passionate Beauty Sexy Red Pepper Paste)’로, 파프리카는 ‘기분좋은 파프리카(Pleasant Paprika)’, 배는 ‘순수한 배(Pure Pear)’, 막걸리는 ‘재미있는 막걸리(Fun Makgeolli)’, 김치는 ‘신나는 김치(Exciting Kimchi)’, 라면은 ‘즐거운 라멘(Happy Ramen)’, 유자차는 ‘고요한 유자차(Calm Citron Tea)’로 각각 표현했다.

영어 표현만을 놓고 보면 감을 먹으면 기운이 돋는건지, 감 자체가 기운이 넘치는건지(?), 또 우유를 먹으면 건강해지는 것인지, 건강한 우유인지 그 의미가 모호하다.

또한 버섯이 왜 로맨틱하며, 고추장은 왜 섹시한 것인지, 김치는 왜 신나는지 등 수식어와 관련된 설득력도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라면의 경우, 일본어인 ‘라멘(Ramen)’으로 표기해 K-푸드가 아닌 J-푸드를 홍보해주고 있다는 비난까지 더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의 칼럼니스트 강우성씨는 자신의 블로그(closeup-usa.tistory.com)를 통해 “한국어로 의역에 가까운 수준으로 번역을 하려고 해도 상당히 어색한 느낌이 난다”며 “무조건 영어 단어를 앞에 붙이면 세계화가 된다는 문화적 사대주의가 표출된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고 혹평했다.

외국인들도 K-푸드 홍보 동영상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월간 여행·문화 잡지 ‘서울(SEOUL)’의 편집장으로, 한국 거주 15년차인 미국인 로버트 쾰러(Robert Koehler)씨는 자신의 블로그(www.rjkoehler.com)에 “Don’t blame me. Blame the Korea Agro-Fisheries Trade Corporation(나를 비난하지 마라. 한국의 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비난하라)”는 멘트를 달아 해당 동영상의 완성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쾰러씨의 글 아래로는 “한국 우유는 사계절이다(Korean milk has 4 seasons)” “일본 라멘을 지지하는 것을 봐서 기쁘다(happy to see them support japanese ramen)” “좋은 제작물. 이상한 메시지(Good production. Weird message)” 등의 조롱섞인 댓글도 적지 않게 달렸다.

네티즌들 “코미디” “황당” “오글”…비판 봇물

이같은 내용을 접한 한국 네티즌들 역시 “이게 무슨 코미디야...” “생각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정말 손발이 오글거리고 부끄럽다” “정말 황당하다. 왜 일을 이렇게 하는지..” 등 비판적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주무 기관인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주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영상 속 수식어들은 각 식재료 콘셉트에 맞춰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팻네임(fat name·애칭) 형태로 캐릭터화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전문가들에게 감수까지 다 받았다. 영어 문구가 문제가 됐다면 해당 홍보영상이 방영되는 BBC, CNN,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 사전에 지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영상은 국가별로 현지 언어로 제작돼 순차적으로 방영되고 있다”며 “영어로 나가는 건 일부다”고 덧붙였다.

또한 라멘 표기 논란과 관련해서도 “K-푸드 홍보영상은 한식 세계화랑은 다르다. 한국음식의 인지도를 높이고 명칭을 정착시키기 보다는, 수출 확대를 최우선 목적으로 두고 있다”며 “미국에 수출되는 라면제품은 신라면을 제외하곤 모두 라멘으로 표기돼 라면 역시 라멘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영어 표현이 객관적으로 잘못됐다면 모르겠는데, 틀린 게 아니다. 주관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다”면서 “광고에 대해 절대적으로 틀렸다 맞다고 할 순 없는 것 아니냐”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K-푸드 홍보영상 영어버전은 BBC, CNN, 내셔널지오그래픽 세 개 채널을 통해 이달까지 방영되며, 온라인상에선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다.

영상은 광고회사 HS애드에서 제작한 것으로, 유럽 광고회사 출신의 호주인 카피라이터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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