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외광고 골목상권 침해, 메이저 언론사가 주도?
옥외광고 골목상권 침해, 메이저 언론사가 주도?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3.09.2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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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국 통한 옥외광고시장 진출 러시…관련 업계 불만・피해 속출

[더피알=강미혜 기자] 옥외광고업계가 메이저 언론사들의 과도한 시장 침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몇 년 새 광고시장이 어려워진 이후로 언론사들이 옥외광고사업에도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급속도로 세를 확장하고 있는 것.

대규모 자금력과 매체력을 앞세운 언론사의 옥외광고시장 진출로 기존 중소대행업체들은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메이저 언론사들의 옥외광고시장 진출을 대기업 골목상권 진출로도 비유하며 심각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 언론사들이 옥외광고사업에도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급속도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자료사진)

“3~5년 사이 상황이 너무 악화됐다. 언론사들이 무대포로 밀고 들어오면서 터무니없이 (입찰)단가만 올려놓고 있다. 규모 면에서 게임 자체가 안된다. 이러다간 업계가 다 죽을 판이다.”

한 중소 옥외광고업체 대표의 말이다. 언론사들의 무분별한 옥외광고시장 진출로 업계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을 엿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언론사들이) 물량공세로 들어와 버리니 중소 매체사들은 설 자리가 없다”며 “준권력기관인 언론사들을 제어나 계도 할 장치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실 언론사들의 옥외광고시장 진출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십수년 전부터 버스광고를 비롯해 옥상빌보드 및 전광판, 고속도로 야립광고 등에 진출해왔다. 하지만 이는 매체(신문) 광고의 서브 개념으로, 각 언론사 전체 광고 매출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았다.

그러던 것이 매체 광고시장이 크게 어려워지면서 옥외광고사업을 바라보는 언론사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옥외광고도 매체광고 못지않게 돈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전담 사업팀을 꾸려 전에 없이 공격적으로 입찰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 언론사 옥외광고는 콘텐츠(기사나 뉴스)를 노출시킨다는 목적이 강했지만, 지금은 광고(매출) 자체가 우선시 되고 있다”며 “자기매체 광고에 집중하던 언론사가 광고 전문매체를 사서 수익성을 높이려고 하는 시도들을 하면서 옥외광고시장에도 그 여파가 고스란히 미치고 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신문사가) 본지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활로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만만한’ 옥외광고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면서 “옥외광고시장이 진입장벽이 낮으면서도 덩어리는 어느 정도 되니깐 (언론사들도) 적극성을 띠고 뛰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사 무리한 옥외광고 진출, 터무니없는 단가 상승 부추겨

옥외광고학회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한준 국민대 교수 또한 메이저 언론사가 매체사에서 대행사의 영역으로 들어간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언론사의 옥외광고시장 진출은 신문을 통한 수익이 줄어들면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면서 “언론사뿐만 아니라 대기업 계열 회사에서도 입찰에 참여하면서 옥외광고 사업권을 고가로 낙찰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언론사나 대기업 계열회사가 대행사의 전문 인력까지 영입하면서 기존 업체들과의 갈등 폭이 점점 더 깊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장 질서 회복을 위해 언론사 유입을 규제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 지하철 역사 에스컬레이터 옆에 설치된 옥외광고.(자료사진)
실제 근래 언론사들이 굵직한 옥외광고 물량을 확보하는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업계 위기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유력종합지 A사가 2011년 초 인천공항 광고사업권을 수주한 데 이어, 같은 해 B사는 지하철 2호선 광고대행을 따냈다. C사는 작년 말 서초~판교로 이어지는 야립광고판 입찰권을 손에 쥐었으며, D사의 경우 계열사를 통해 디지털전광판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업계는 메이저 언론사들의 이같은 옥외광고시장 진출이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불공정 경쟁에 해당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과도한 단가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옥외광고시장은 기본적으로 진입장벽이 낮다. 최고가 낙찰 시스템이기 때문에 입찰금액만 맞으면 대행권을 따내는 데에 큰 무리가 없다. 이런 시장 생리를 이용, 언론사들이 먼저 따고보자식으로 무리하게 단가를 높여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소업체 대표는 “몇몇 대형 언론사가 묻지마 낙찰을 목적으로 센 가격으로 대쉬해 버리니 꼼꼼하게 가격을 매겨 입찰을 풀어나가야 하는 군소업체 입장에선 그야말로 황당하다”며 “누가 입찰권을 따내든 높아진 가격 부담은 결국 광고주한테 전가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준권력기관인 언론사들, 제어・계도 장치 없다”

일례로 2011년 인천공항 광고대행 입찰만 해도 언론사간 과열경쟁으로 유례없는 초고가 낙찰 기록을 남겼다는 전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래 B사가 1차 입찰에 성공했는데 예상보다 30% 정도 높은 가격을 제시해 그네들 스스로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 사업권을 포기해버렸다. 결과적으로 재입찰 과정에서 단가를 10% 정도 높게 쓴 차순위 A사가 입찰권을 가져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기존 업체들도 최고가 입찰에 맞춰 어느 정도 단가 경쟁을 하긴 했지만, 지금 언론사들의 행태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며 “터무니없는 단가 상승을 부추겨 시장질서마저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옥외광고시장의 단가 경쟁이 과열되면서 업계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 버스광고 대행의 경우, 업계 3사가 컨소시엄을 맺어 따냈지만 수익성은 악화됐다. 언론사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업계가 단가를 무리하게 높게 책정하면서 납입료 부담이 훨씬 커져버린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권을 유지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입찰단가를 높게 쓰고 있다”면서도 “상대적으로 규모가 영세한 업체들이 대규모 언론자본에 맞서 이런 비정상적인 경쟁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옥외광고시장을 둘러싼 군소업체들과 언론사 간 주도권 싸움은 시작부터가 불공정 경쟁이라는 업계 시각도 상당하다. 매체력으로 광고주(기업)에 ‘갑’으로 행세하는 언론사와 광고주에 철저히 ‘을’의 입장에 선 업체가 어떻게 같은 위치에 있겠느냐는 논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언론은 준권력기관이다. 대기업도 언론에 제일 약하지 않느냐”며 “옥외광고대행 사업권이야 최고가 입찰이니까 단가에 의존한다지만, 매체 운영상에선 언론사 파워가 작용하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광고집행에서 업계가 대행하는 매체가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옥외광고 물량을 집행하는 광고주(기업) 입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대기업 매체 광고 담당자는 “솔직히 비슷비슷한 광고효과라면 언론사가 대행권을 갖고 있는 옥외매체에 먼저 줄 수밖에 없다”고 귀띔하며, 기존 중소광고업체들에 쓰였던 옥외광고 예산이 언론사로 전이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 지난해 서울 버스광고 대행의 경우, 업계 3사가 컨소시엄을 맺어 따냈지만 수익성은 악화됐다. (자료사진)

업계 “대규모 언론자본 횡포” vs. 언론사 “공정 입찰경쟁 결과”

이처럼 옥외광고대행 업계의 ‘안티 언론사’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문제의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메이저 언론사들은 다소 억울해하고 있다. 공정한 공개입찰을 거쳐 옥외광고시장에서 동등하게 경쟁하고 있음에도, 언론사가 마치 불법적 수단으로 업계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식으로 매도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A사 사업국 옥외광고 담당 매니저는 “옥외광고 진출은 기존 업체들과의 경쟁을 유도하려는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던 중 눈에 띄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매니저는 “신문사가 거대자본을 갖고 옥외광고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단가를 높여 무리하게 참여하고 있다는 주장들은 실제 옥외광고시장 진출의 본 목적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얘기”라며 “더욱이 옥외광고시장 시스템이 최고가 낙찰제라 단가 경쟁력이 아니면 누구든 낭패를 보는 상황인데, 옥외광고대행업체들이 신문사 때문에 못살겠다고 하는 건 일종의 자격지심이자 피해의식”이라고 판단했다.

광고주 입장에서 신문사 소유 매체 광고에 더 신경쓰지 않겠느냐는 시각과 관련해선 “최근에 D사가 지하철 4호선 광고권을 따내서 해봤지만 하나도 광고를 수주하지 못했다는 얘길 들었다”며 “그만큼 광고시장은 냉정하다. 언론사가 한다고 해서 더 (광고집행을) 잘해주는 것도 없고, 베네핏을 받는 측면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B사도 경쟁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 전혀 의도한 바는 없다고 항변했다. B사 사업국 옥외광고 담당자는 “서울 버스광고를 대행하다, 계약이 끝나고 나니까 다른 새로운 매체를 생각하다 인천공항과 지하철쪽으로 눈을 돌렸다”며 “인천공항은 꼭 수주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입찰가를) 들어간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러 가격 상승을 부추기려고 한 건 결코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지하철 광고 같은 경우엔 최고가 낙찰이라기 보다 수수료제(대행 업체들이 달성 가능한 매출가 만큼 입찰가를 써낸 후 수수료를 지급받는 방식)로서 순위를 매겨 몇 회사가 같이 참여한다”고 설명하며 “언론사가 독식한다기 보다 다른 업체들도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다. 옥외광고 수주의 어려움을 언론사 탓으로만 돌리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지만, 분명한 건 언론 경영이 악화되면서 유력 신문사들이 네임밸류와 대외영향력을 무기로 옥외광고시장에 경쟁적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장경쟁의 공정성 기준을 어떻게 책정해야 할 지는 둘째치고라도, 이른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된 대한민국 현주소에서 옥외광고에 눈독을 들이는 덩치 큰 언론사들의 행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이에 대해 고한준 교수는 “옥외광고시장 또한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골목상권 잠식에 해당된다고 판단된다”며 “그런 만큼 옥외광고 분야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언론사 및 대기업의 옥외광고시장 진입을 어느 정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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