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노조,“우리도 노동자입니다”
알바노조,“우리도 노동자입니다”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3.09.0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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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이혜정 사무국장

 ‘알바노동자’들이 뭉쳤다. 노동조합을 만들어 경영주에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다. 노사 간 또 하나의 소통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우리사회에 알바노동자가 500만 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흐름이기도 하다. 커뮤니케이션 전문지 <더피알>이 알바노조에 주목한 이유다.

8월 7일,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알바노조)이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으로부터 신고필증을 받았다. 조합원 중 구직자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그들이 낸 설립신고는 한번 반려됐었다. 고용노동부는 ‘구직자들의 과거 이력을 증명해달라’고 했지만 대략적인 기술로 마무리됐다. 알바노동자 태반이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한다는 건, 서로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설립인가와 함께 단결권, 단체교섭권, 행동권 등 노동3권을 인정받으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알바노조의 이혜정 사무국장을 만나 알바노조에 대해 알아봤다.

▲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이혜정 사무국장.
○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굉장히 분주하신 것 같습니다.
● 알바노조 승인이 나기 하루 전날에 경북 문경 회룡저수지 배수관에서 작업을 하던 알바노동자 한 분이 돌아가셨어요. 지금 저희는 유족분들을 도와 공사를 발주한 한국농어촌공사를 상대로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죠. 지름 150cm인 좁고 어두운 배수관에서 질식사했는데, 그쪽 기술자분이 영안실에서 유족분께 “사실 나라면 무서워서 거기 못 들어간다”고 하셨대요. 굉장히 위험한 작업인데 숙련된 직원도 아닌 일한지 5일된 알바노동자가 들어갔다가 희생된 거죠.

○ 그렇게 위험한 일을 경험도 없는 사람에게 시켰다는 말인가요?
● 저희도 상황을 파악하고 많이 놀랐어요. 발주처인 농어촌공사는 1000개가 넘는 저수지를 관리하고 있는데, 정식 안전교육이나 업무진행 등에 매뉴얼이 거의 없는 상태더라고요. 용역업체는 말할 것도 없죠. 이런 사고가 처음 알려졌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어요. 알바노동자가 산업현장에서 희생된 게 올해만 세 번째예요. 알바노동자들의 산업안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죠.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이 정말 많다고 새삼 느끼고 있어요.

○ 보통 ‘알바생’이라고 부르는데, ‘알바노동자’라고 쓰시네요. 어떤 차이가 있죠?
● ‘알바생’이라고 하면, 알바하는 학생을 이르잖아요. 보통 ‘학생들이 부업으로 임시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50~60대에도 생계를 위해 장기간 알바를 하시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연령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노동자들이 알바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데, 맞지 않는 용어예요. 현대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알바노동자가 500만 명수준이거든요. 엄연히 노동자의 지위를 인정받고 권익을 보호받아야 한다고 봐요.

○ 알바노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 불안정노동자가 넘치는데 근무조건이나 대우가 부당한 경우가 너무 많잖아요. 이런 것들을 바꿔보고자 올 초 알바연대가 조직됐죠. 알바노동자들의 실태를 고발하고 최저임금 1만원 운동 등을 했는데 3자 입장에서 하는 활동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알바노조를 구상하게 됐어요. 산발적으로 흩어진 알바노동자들은 혼자라는 느낌에 더 위축되는 면이 있거든요. 저도 빵집, 호텔 등에서 알바를 해봤지만 사장님과 일대일로 대면해서 부당한 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참 어려웠었어요. 그래서 이들의 목소리를 모아 낼 단체를 만들게 된 거죠.

○ 노조 설립 소식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 일단 놀라시는 편인데 의미는 반반이에요. 조합원 문의하시는 분들은 재차 확인하세요. ‘진짜 저도 파업하고 교섭하고 그런 권리가 있나요?’ 같은 식으로. 보통은 근로계약서, 주휴수당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지식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임금 체불이나 부당한 대우 등 지금 처한 문제를 바로 상담하시는 경우들도 많고요. 또 한편으로는 ‘알바같은 애들이 노조가 웬말이냐’ ‘당신들이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고 노조냐’ 뭐 이런 식으로 비하하고 비난하시는 분들도 있고요.(웃음) 얼마 전엔 계열사를 여러 개 가진 기업 대외협력팀에서 연락도 주시더라고요. 오해를 풀라고…(웃음)

▲ 지난 8월 13일 알바노조 회원들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알바천국 본사 앞에서 알바 중개 사이트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뉴시스

○ 사회적으로 ‘알바도 노동자다’라는 인식이 없는 것 같아요.
● 네. 그래서 부당한 처우가 더 많이 발생하죠. 많은 나라들이 어린 시절부터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을 받는데, 노동자의 역할, 자본가의 역할 등을 가르치고 자연스럽게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되죠. 우리나라는 그것 자체가 전무하잖아요. 그러다보니 노사문화도 많이 일그러져있는데 알바노동자는 그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조건에 내몰려 있어요. 시급도 문제지만 인격적으로 모독을 받고 인간적으로 대우받지 못해 상처받는 알바노동자들이 많거든요. 일단 노동자의 지위를 인정받고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죠.

○ 현실적으로 영세자영업자들도 알바노동자만큼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고 노동시장의 불균형도 심각한데, 알바노조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 사실 불균형이 심각해서 구조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해요. OECD 국가들의 자영업자 비율은 5~7%예요. 우리나라는 34% 수준이죠. 흔히 편의점 사장님도 시급 4860원 받고 일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편의점 본사에서는 5000만원이면 가게를 낼 수 있다고 하니까, 알바를 해서 모은 돈으로 자영업을 시작했다가 빚을 지고 다시 갚기 위해 알바를 하고 이런 패턴에 빠진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점주도 가해자이자 피해자인거죠. 결국엔 프랜차이즈 본사만 키우는 형국인데, 임금노동인구가 늘어야 이 구조가 좀 정상화되죠. 또 일자리가 없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090시간으로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길어요. OECD 평균은 1765시간이죠. 더디더라도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나누는 방식으로 가는 게 같이 사는 길이라고 봐요.

○ 앞으로 활동계획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 노동환경개선요구, 최저임금 운동, 알바중개사이트 문제 등 알바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예요.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어요. 알바노동자들이 스스로 자기목소리를 내고 내 삶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홈페이지(www.alba.or.kr)나 전화(02-3144-0935)로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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