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하는 무가지, 아끼는 길만이 살길?
‘몰락’하는 무가지, 아끼는 길만이 살길?
  • 이동익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2.12.0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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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부수・광고수주 ‘반토막’
…구조조정, 위탁배포, 콘텐츠수술 등 생존 위해 안간힘

[The PR=이동익 기자] 한때 출퇴근길 지하철을 주름잡으며(?) 인기를 누린 무가지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에 한창이다. 2004년 한 조사결과에서 지하철 이용자의 77.3%가 출근 시간 무가지를 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현재는 스마트폰 등장으로 보는 사람이 없어 존폐를 걱정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하루 평균 300만부를 찍어낼 정도로 신문 시장에서 막강 영향력을 행사한 무가지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 한때 하루 평균 300만부를 발행할정도로 인기 있던 무가지 시장은 10년이 지난 현재는 찾는 사람이 없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자료사진)

무가지 몰락의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이른바 ‘스마트기기’의 등장 및 확산에 따른 결과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무가지업계의 ‘안일함’이 주된 원인. 여기에 무가지 최대 수익모델인 광고시장이 빠르게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경영활동에 직격탄을 맞았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광고 시장 규모는 해마다 27~28% 성장해 2010년 3200억원에서 2011년 4200억원, 올해는 4500억원에 이르고 있다. 반면 무가지 광고 시장은 매년 30% 씩 급감하며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전년대비 50%까지 급감하는 등 무가지 시장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A사 무가지 관계자는 “급속도로 (무가지) 시장이 줄어들어 월 30억하던 광고수익이 올 3분기는 전년 대비 반토막까지 났다”며 “무가지 시장 전체가 초비상이다. 몇 달 전 부터 광고영업이 어려워 죽을 맛이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 2005년 지하철 이용객 저마다 무가지를 보고 있다.(위) 2012년 현재 지하철 이용객들은 무가지 대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아래)

“무조건 줄이고 아껴라”…근본대책 없이 ‘비용절감’으로 연명

상황이 이렇다보니 무가지 언론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토막 난 광고수익을 끌어올리기위해 고육지책으로 쪽광고, 변형광고, 기사광고 등 최대한 수익을 낼 방법을 골몰하고 있는 한편, 비용절감을 위해 허리띠를 단단히 조여 매는 실정이다.

관련 업계에 의하면 무가지 시장의 양대산맥인 메트로와 포커스는 최근 임원수를 대폭 줄이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고, 한때 80만부씩 찍어내던 발행부수도 현재는 그 절반 수준인 40만부에 그치고 있다.

이외 중소 무가지 언론사들의 경우 비용절감을 위해 기존 자체 배포 방식에서 위탁 배포로 전환하는 고육책을 꺼내들었다. 실제 노컷뉴스는 메트로에게 배포 위탁을, 스포츠한국은 포커스에 위탁을 각각 맡겼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갔다. 우선 무가지 콘텐츠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기존 연합뉴스 콘텐츠를 상당 부분 자체생산 콘텐츠로 돌렸다. 연간 6억원에 달하는 콘텐츠 전재료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기 위해서다.

B사 무가지 관계자는 “그동안 무가지 콘텐츠는 대부분 연합뉴스 콘텐츠로 채웠는데, 전재료로 매달 5000만원 정도가 든다. 연 단위로 생각하면 6억원이라 현재처럼 광고수주가 어려울 때는 사실상 엄청난 액수다”며 “기사 자체생산을 위해 기자를 모집하고 기존 매체를 일원화해 소위 한 기사로 여러 매체에 게재하는 식의 ‘재활용 기사’로 커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는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커스의 경우, 2007년 12월 연예전문사이트인 ‘고뉴스’를 인수하면서, 크로스미디어를 표방하며 매체 간 시너지효과를 노렸지만 현재 고뉴스는 ‘경제투데이’로 사명을 바꿨다. 최근 포커스 편집국장이 경제투데이 부사장을 겸직하고 경력기자도 모집하는 등 편집일원화를 통한 자체 기사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기자 모집도 덜 된 상태라 여의치 않다는 게 언론계 주된 평가다.

차별화 없는 콘텐츠가 무가지 몰락 키워

▲ 종로 한 지하철역에 쌓여 있는 무가지들. 5년전만 해도 출근길 무가지는 없어서 못볼 정도였지만 현재는 보는 사람이 없어 쌓여만 있다.

이처럼 한때 위세를 떨쳤던 무가지 시장이 10년 만에 몰락한 것은 스마트폰 등장의 여파가 크지만 예견된 결과라는 시각도 많다. 초창기에는 무료로 신문을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콘텐츠 질은 문제 삼지 않았지만, 차별화 없는 공짜 신문이라는 콘셉트 자체가 몰락을 부추겼다. 무가지 매체가 난립하면서 연합뉴스 형태의 똑같은 기사로 도배돼 읽을거리가 없자, 독자들이 더 빨리 외면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동훈 배재대 미디어정보사회학과 교수는 “표면적으로는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지니까, 종이매체인 무가지가 매력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며 “근본적인 원인은 뉴스 콘텐츠에 대한 희소성,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지 않겠느냐”고 진단했다.

무가지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이 교수는 “사실 무가지 몰락은 신문 전체의 문제다. 그게 가장 취약한 매체로 여겨지는 무가지로부터 터진 것”이라고 보면서 “무가지 상품 자체가 한시적으로 취약한 뉴스시장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뉴스상품을 만들지 않는 이상, 즉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존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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