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가 힘든 1형 당뇨 환아들, 겨우 숨통 트이다
신학기가 힘든 1형 당뇨 환아들, 겨우 숨통 트이다
  • 김민지 기자 (mjk@the-pr.co.kr)
  • 승인 2024.03.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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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기자의 Next 헬스컴] 이 어린이들 앞에 놓인 삼중고는

환자들 힘들게 만드는 △투약 여건 △높은 비용△부정적 인식
복지부 지원책 내놨지만 지불 절차와 사회적 인식 개선 필요
휴온스, 기기 6천개 기증…인천시, 미국업체에 수출 요구 서한
1형당뇨인식개선캠페인 '우리가 1형당뇨를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사진=한국1형당뇨병환우회 유튜브 캡쳐
1형당뇨인식개선캠페인 '우리가 1형당뇨를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사진=한국1형당뇨병환우회 유튜브 캡쳐

더피알=김민지 기자 | “1형 당뇨 어린이 환자들에게는 신학기가 가장 힘들어요.”

새 학기가 시작된지 한 달째, 1형 당뇨 어린이 환자와 그 가족들은 폭풍 같은 시간을 보냈다.

1형 당뇨병은 면역 기능에 이상이 생겨 췌장이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슐린 주사를 매일 4회 이상 복부에, 그것도 매번 다른 부위에 직접 투여해야 하지만 학교에서는 도움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

1형 당뇨 환아들의 고충이 점차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보건교사가 주사를 보조해주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사의 지시 없이는 주사할 수 없다는 의료법 위반을 근거로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대표는 “저혈당 쇼크가 왔을 때 글루카곤을 보건교사가 투약 가능하다는 것이 이미 학교보건법 에외조항으로 존재한다”며 "인슐린도 의료법 예외 조항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혼자 주사가 어려운 어린 아이의 경우 교육기관 내 주사해줄 분이 없으면 부모가 학교나 보육기관 앞에서 대기 후 주사를 놔준다는 고충 또한 털어놨다.

연속혈당측정기로 혈당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 또한 학교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혈당 정보를 수신받기 위해서는 휴대폰을 소지해야 한다. 문제는 휴대폰을 수거하는 학급 담임교사에게 이 사정을 알려야 하는데 바쁜 신학기, 교사를 찾아 이 질환을 설명하기까지 절차가 쉽지 않다.

김 대표는 “개학 전 아이의 상황을 전달드리고 싶지만 현재는 등교를 해야만 연락이 닿을 수 있다” 면서 “해외의 경우 학년이 올라가면서 아이의 건강상황도 함께 전달돼 교사가 먼저 물어보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시스템이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저혈당 위험으로 간식을 챙겨먹는 것도 학교에서는 ‘군것질’을 한다고 오해받기도 한다. 왜 저 아이만 젤리나 사탕을 먹는 것을 허용해주냐고 학급 아이들이 항의하기도 하고, 가방에서 몰래 훔쳐가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김 대표는 “이외에도 유치원과 어린이집 입소시 절반 가량은 거부 당하고, 전염 질환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따돌림 당하는 등 환아들이 겪고 있는 고충이 상당하다”고 털어놨다.

투병도 힘든데 비용 부담도 큰 환자들

1월 충남 태안에서 1형 당뇨병을 앓던 아이와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돼 안타까움을 불러모으기도 했다. 유서에는 치료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아이의 아픔을 견딜 수 없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직접 주사가 어려운 환자는 인슐린이 자동으로 투약되는 인슐린 펌프를 이용할 수 있으나 비용이 만만치 않다. 2월 지원 정책으로 일부 모델에서 환자 비용 부담이 경감됐지만, 패치 펌프 모델을 사용할 경우 건강보험이 지원되지 않아 연속혈당측정기와 소모성 재료까지 합하면 700만원 가량을 지불해야 한다.

연속혈당측정기는 10일~14일 간격으로 교체해 소진 주기도 빠르다. 이외에도 의료기기 부착에 쓰는 테이프, 알레르기 완화제, 저혈당 간식 등 평생 인슐린을 주입하며 살아야 하는 환자에게는 이 모든게 합쳐지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보건복지부는 2월 말부터 건강보험 지원책을 확대했다. 19세 미만 소아청소년의 인슐린펌프 본인 부담률을 30%에서 10%로 하향 조정하고 연속혈당측정기 전극(센서)기기와 소모성재료의 급여기준액도 수정해 소아청소년 환자의 부담액을 줄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19세 미만 소아청소년의 인슐린펌프 본인부담률을 기존 30%에서 10%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표=보건복지부

김 대표는 인슐린펌프를 이용하는 환자가 사실상 5% 남짓이라고 말했다. 성인에 비해 자가 주사가 어려운 어린이 환자도 10%에 그쳤다. 사용률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경제적 부담과 복잡한 청구절차였다.

1형 당뇨 의료기기 구매 시 모든 비용을 선불로 지불한 후 보험급여를 청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큰 비용을 일시에 지불하는 것 또한 환자에게는 부담이며, 청구절차도 3개월에 한 번씩 각종 서류를 준비해 방문 또는 우편으로 접수해야 하는 복잡함이 있다.

제약사·지방자치단체 “우리도 도움이 되어주겠다”

제약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의료기기를 기증하거나 비용을 지원해주는 등 환자들의 의료 복지에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휴온스 '덱스콤G6'. 사진=휴온스
휴온스 '덱스콤G6'. 사진=휴온스

휴온스는 올 1월 한국1형당뇨병환우회(이하 환우회)에 연속혈당측정기 ‘덱스콤G6’ 센서 6000개를 기증했다. 일가족의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환우회의 긴급 기자회견을 접한 휴온스그룹 윤성태 회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우회는 연속혈당측정기도 전체 환자의 10%로 사용률이 적다며 이용에 소외되어 있는 환자들에게 우선으로 배부했다. 김 대표는 비용 때문에 구매를 주저하고 기기의 존재 자체도 몰랐던 환자들에게는 희망이 되어줬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김 대표는 “환우회에서 많은 양을 배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주소지를 받아 모두 휴온스쪽에서 배송해줬다”며 “그 외 배부와 사용 관해서는 환우회에게 전적으로 맡겨줘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휴온스는 또한 지난해 8월 연속혈당측정기 ‘덱스콤 G6’의 트랜스미터 기기의 무상지원을 확대했다. 건강보험 급여지원을 받는 1형 당뇨병 환자들은 1개월 사용할 경우 3개월분의 21만원 트랜스미터를 무상지원 받을 수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9월 ‘당뇨병환자 지원 조례’를 제정해 1형 당뇨병환자의 관리기기 구입비 중 일부를 지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이달 말부터 시행해 인슐린 자동 주입기, 연속혈당측정기, 연속혈당 측정용 센서 등 제1형 당뇨병 환자가 구입하는 관리기기의 본인부담금 30% 중 20%를 지원한다.

또한 인천시 유정복 시장은 미국 의료기기 업체 인슐렛(Insulet)에 무선 인슐린 펌프 수출을 요구하는 서한문을 발송했다. 이는 20일 1형 당뇨병 환자 학부모 모임과 간담회를 가진 후 학부모들의 요청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선 인슐린 펌프는 유선기기의 활동 제약과 유병환자라는 선입견을 줄 수 있는 한계를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1형 당뇨병은 ‘중증 난치질환’으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상급종합병원 진료비는 높아지고 중증과 경증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인식으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였다. 이들의 의료 복지가 이어져 투병을 이겨내려는 이들의 간절함이 해소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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