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서 더욱 눈여겨 봐야할 ‘한진家 리스크’
익숙해서 더욱 눈여겨 봐야할 ‘한진家 리스크’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8.04.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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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딸 갑질로 인한 기업 위기의 데자뷰…오너리스크 전형적 특성 파악해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갑질'로 촉발된 대한항공 오너리스크는 언니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과 오버랩된다. 사진: mbc 뉴스 화면 캡처, 뉴시스

[더피알=강미혜 기자] 한진그룹 총수일가를 둘러싼 갑질 논란은 ‘나비효과’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둘째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사건’을 계기로 온 가족의 갑질 일화가 미투 폭로처럼 터져 나오며 초대형 위기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한진가(家)는 속된 말로 탈탈 털리는 신세가 됐고, 도의적 책임을 넘어 이제는 법적 다툼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전체에 막대한 유·무형의 피해를 줬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주목할 건 대한항공 오너가의 이번 갑질 논란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이슈라는 점이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첫째딸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 당시에도 여론은 지금처럼 들끓었다.

당사자인 조 전 사장이 직(職)에서 물러나고 부친 조양호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사내 소통위원회 구성 등으로 진화에 나섰지만 ‘진정성 없다’는 냉소를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수년 간 갑질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땅콩의 추억’은 어김없이 재소환되며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다.

오너딸의 갑질은 대한항공 위기로 비화됐다. 민중당이 서울 중구 한진그룹 앞에서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폭력행위 의혹 항의서한 전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렇게 호된 홍역을 치렀는데도 한진 일가는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오너 딸의 비상식적 갑질과 익명 앱을 통해 폭로된 정황은 마치 데자뷰 같다. 다른 점이라면 기업이미지 광고를 총괄하는 임원이 기업이미지를 추락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는 정도다.

이처럼 본의 아니게 위기관리의 생생한 케이스 스터디를 연이어 제공하게 된 한진가는 오너발(發) 위기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타산지석의 의미로 ‘오너리스크’를 진단한 몇 가지 기사를 복기해 본다.

“오너리스크 관리가 어려운 건 리스크를 만든 오너의 태도 탓이 크다”

↳ 자라온 배경이 남한테 언제 한 번이라도 머리를 숙여본 적이 없으니까 설령 자기가 잘못을 했다 해도 태도 자체가 경직된다. 아무리 위기상황이라고 해도 몸에 밴 오너습성을 떨치기란 그만큼 어려운 법이다.

“VIP 위기관리는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전제로 해야 한다.”

↳ 오너 위기는 대개 특수하다 못해 특이한 경우가 많다. 이상적인 모범 답안보다는 현실적인 맞춤 전략이 요구된다. 대응시 법무와 대관, 비서, 홍보 등이 풀가동되는데 각자의 역할 속에서 홍보부서도 관련 법, 수사 프로세스 및 재판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감추고 덮으려고 하면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 이제 스마트폰과 SNS 속에서 전 국민은 정보 소비자이자 공유자, 생산자로 동시에 활약한다. 감추고 덮는다고 해서 소리 소문 없이 문제가 해결되는 시대는 지났다. 재빠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위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 있다.

“홍보와 법무가 싸우면 어느 쪽이 이길까? 지금까지는 법무였다.”

↳ 위기시 홍보부서는 정서를 다루는 입장에서 사회와 여론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에 포인트를 두고, 법무는 법망을 벗어날 수 있는 논리 만들기에 역점을 둔다. 이때 오너나 최고경영자는 대개 법무 의견에 손을 들어준다. 당장 눈앞에 닥친 구속력을 벗어나게 하는 가능성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결국 뭘 하든 오너 입맛에 맞추게 된다.”

↳ 총수 위기 땐 홍보팀이 이런 메시지가 들어가면 오히려 여론이 더 이상하게 굴러간다, 마이너스 된다 판단해도 바깥으로 절대 말은 못한다. 오너 입장에 맞춰 조금이라도 도움되겠다 생각 들면 그대로 진행하는 거다.

“상당 기간 자숙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 문제가 해결되거나 이슈가 잦아들면 사후 급속 명성관리에 힘쓴다. 보통 이럴 때 사용되는 것이 ‘흔적 지우기’다. 온라인상에서 여러 노력들이 실행된다. 단기적으로 사회공헌 프로그램들을 강화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공중들의 기억을 제대로 지우는 방법은 생각보다 더 긴 시간, 더 큰 예산, 그리고 더 지대한 노력이 수반된다.

“오너리스크를 겪은 기업들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 10대 기업들은 대부분 한 번씩이라도 오너 위기를 경험한 적이 있지만 나머지 30대, 50대 기업들은 그렇지 않다. 이들 기업들은 위기관리 시스템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 한 번 터지면 엉망진창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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