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플랫폼으로 성큼 다가온 블록체인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큼 다가온 블록체인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8.03.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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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수 80만명 돌파한 스팀잇…사진저작권관리, 권력에서 자유로운 언론 플랫폼 등 선봬

[더피알=안선혜 기자] 실용화까지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는 블록체인이 콘텐츠 플랫폼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창작자들에게 정당한 수익을 돌려주겠다는 취지의 플랫폼 개발이 지속적으로 시도되면서다.

필름의 대명사 코닥은 사진 저작권 관리 플랫폼 ‘코닥원’을 선보였고, 기자와 독자가 직접 뉴스를 거래해 광고주의 입김이나 정치적 외압, 검열에서 저널리즘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시빌(civil)’과 같은 뉴스 플랫폼도 언론인 200명을 모집해 올 초부터 활동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밖에도 이더리움 기반 SNS 아카샤(Akasha), 국산 소셜플랫폼을 내세우는 ‘유니오(UUNIO)’ 등 다양한 서비스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창작자들이 열심히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더라도 수익은 사실상 플랫폼이 챙겼던 불합리를 타개하겠다는 시도다. 적절한 보상을 받는 창작자들이 플랫폼에 양질의 콘텐츠를 올리게 되고, 그럼 이를 소비하고자 하는 이용자들이 생기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아직 ICO(가상화폐공개·일종의 투자자 모집 과정) 단계이거나 서비스를 준비 중인 단계다. 아직 플랫폼 이용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만든 플랫폼 가운데 상용화돼 실제 이용되고 있는 건 ‘스팀잇’과 ‘디튜브’ 정도다.

스팀잇 역시 콘텐츠를 만든 저작권자에게 수익이 돌아가게 하는 플랫폼이다. 독특한 점은 콘텐츠를 읽는 독자들도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콘텐츠를 추천하는 보팅(Voting)을 통해서다. 좋은 콘텐츠를 발굴해 큐레이션하는 행위 또한 플랫폼 생태계에 기여한다는 의미에서 이 같은 시스템이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글과 사진, 동영상을 모두 활용할 수 있으며, 전체적인 느낌은 블로그 서비스와 유사하다. 2016년부터 정식 서비스에 들어갔다.

절대적인 이용자수는 아직 페이스북과 같은 주류 SNS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전세계 이용자 수 8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말 5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약 석 달만에 30만명을 늘리는 등 증가세는 빠르다.

언론의 스팀잇 실험

스팀잇에는 최근 기성 언론이 계정을 오픈하고 활용성을 테스트해보고 있기도 하다. 민중의소리가 지난 1월23일 국내 언론사 최초로 스팀잇에 가입해 약 한 달간 50여개의 글을 게재했고, 한겨레TV도 1월 말 계정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아직은 테스트 차원에서 접근하는 분위기다. 민중의소리 김동연 국장은 “아직은 유저가 많지 않은 플랫폼이라 페이스북과 비교해 성과를 논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이용자들 간 소속감이 강하고, 스스로 시스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플랫폼에 참여하면서 어렴풋하게나마 블록체인 시스템 구조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국장은 “아직은 여러 콘텐츠를 놓고 테스트를 하는 과정”이라며 “스팀잇은 보팅을 받는 1주일의 기간 때문인지 콘텐츠 유통 시간 자체가 긴 편”이라고 말했다. 휘발성을 갖는 스트레이트 기사가 아닌 일주일 후에 읽어도 의미 있는 에버그린 콘텐츠를 만드는 게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한겨레TV 측도 “저작권자에게 수익을 환원하는 시스템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하게 됐다”면서 “당장 수익을 내기보다는 연구하는 차원에서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일하게 한 달 가량 스팀잇 계정을 운영한 바 있는 배윤식 쉐어하우스 대표는 “커뮤니티적인 특성이 두드러지는 플랫폼 같다”며 “유저 수가 작지만, (SNS 붐을 일으킨) 트위터 초창기 느낌과 유사하다”고 전했다.

유저가 만든 스팀잇 로고. 이 플랫폼의 상징인 고래 모양을 본떠 그래피티로 표현했다.

또 이용자들이 봇을 만들어 저작권 침해 시 알림 댓글이 달리도록 하는 등 서로 간 자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다. 배 대표는 “트래픽이 높지 않고, 글쓰기 툴이 완벽하지 않은 점이 아쉽지만, 향후 서드파티(공개된 API를 활용해 파생상품을 만드는 개발자)들이 나와 툴 등은 바꿔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스팀잇과 형제 관계에 있는 디튜브는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다. 디튜브에서도 보팅을 통해 창작자에게 수익이 돌아가고, 스팀잇과 연동된다.

광고가 없는 클린 환경이지만, 역시 이용자수가 아직은 적어 큰 조회수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영상 해상도가 낮고, 업로드 속도가 느린 점, 서비스가 안정적이지 않은 점 등이 개선사항으로 꼽히고 있다. 스팀잇에서 파생된 플랫폼인 만큼 스팀잇 계정으로 로그인이 가능하다.

새롭게 형성되는 생태계

블록체인을 이용한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들이 어떻게 창작자에게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는 결국 ‘누가 돈을 주냐’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스팀잇의 경우 20인으로 구성된 채굴자들이 일정량의 스팀을 주기적으로 발행한다. 이들을 증인이라 부르는데, 이들은 블록체인이 작동되는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동시에 자신들이 채굴한 스팀의 일정 부분을 보상으로 받게 된다.

스팀잇이란 플랫폼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된 스팀의 가치도 높게 평가받기에 스팀잇 플랫폼이 원활하게 굴러가는 것이 이들에게도 유익하다.

‘코인=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코인을 실물화폐로 바꿀 수 있는 건 거래소에 상장되었을 때에 가능한 이야기다. 이용자들은 각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통용되는 코인을 받고, 이를 계속 갖고 있을 수도, 때로는 거래소에 내다팔아 현금화할 수도 있다.

우리가 정확하게 화폐가 시장에 도는 원리를 모르더라도 누구나 돈을 사용하는 것처럼, 미래에는 블록체인 기반 여타 서비스들을 우리가 별다른 의식 없이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 보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카드를 긁으면서 이게 어떻게 각 사업자와 카드사에게 지불되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 생각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예측이 현실로 다가올지 수정될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블록체인 기반 상용화된 서비스가 일반 유저들 사이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작은 푼돈이나마 벌고 싶어 플랫폼을 이용하든, 아니면 블로그에 일기를 기록하듯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활용하든 작은 생태계가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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