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대 위 삼성의 현주소
글로벌 무대 위 삼성의 현주소
  • 신인섭 (1929insshin@naver.com)
  • 승인 2018.03.02 09: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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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섭의 글로벌PR-히스토리PR] 브랜드 가치 60조원, ‘간접 국가 홍보’도
삼성전자 im 부문장 고동진 사장이 2월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에서 '갤럭시 s9'과 '갤럭시 s9+'를 소개하고 있다.

[더피알=신인섭] 국제적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이름은 ‘한국’일까 ‘삼성’일까?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 또는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Republic of Korea)가 익숙할까, 삼성(Samsung)이 더 친숙할까? 과문한 탓인지 전자가 맞다는 조사 자료가 있다는 말을 아직 들어본 적은 없다.

1930년에 창간돼 미국 시카고에서 발행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문지 애드버타이징 에이지(Advertising Age)는 매년 12월 ‘올해의 마케터(Marketers of the Year)’를 뽑는다. 2017년 당당히 2위 자리에 이름을 올린 곳이 삼성전자다. (1위는 거의 무명에 가깝던 보드카 티토(Tito)이다)

선정 기준은 ‘(광고/프로모션) 예산과 상관없이 통찰력과 창의성 있는 전략으로 해당 부문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소비자와 공감한 회사’라고 한다. 이름 높은 영화상 같은 화려함은 없으나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는 전문지가 선정하는 뜻 깊은 상임은 틀림없다.

또한 이 매체는 ‘100대 글로벌 광고주 리스트’도 발행하는데, 지난해 말 발표한 2016년 세계 10대 광고주는 아래 <표>과 같다.

자료: advertising age 2017.12.4. *광고비와 판촉비 포함

10대 기업을 업종별로 보면 자동차 3, 개인용품 3, 식음료 1, 테크놀로지 1, 오락·매체 1, 맥주·와인 등 주류가 1개사이다. 이중 9개가 서구국가에 속한 기업인데, 유일한 비서구권이 아시아의 한국이고 회사는 삼성전자이다.

세계 최대의 광고주이면서 생활 속 친숙한 수십 가지 브랜드를 확보하고 있는 다국적기업 피앤지(P&G)의 2016년 광고비는 105억 달러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1조5000억원이다. 2016년 한국 전체 광고비(10조8000억원)를 웃도는 어마어마한 수치로, 이 가운데 40%는 미국 내에서 집행되고 나머지 60%는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

‘마케팅 마스터’가 밝힌 불편한 진실

글로벌 마케팅과 광고에 관심 있는 사람은 2017년 업계 안팎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린 마크 프리처드(Marc Pritchard)라는 이름을 알 것이다. 프리처드는 피앤지의 브랜드 책임자(Chief Brand Officer)로서 연간 100억 달러의 광고비를 주무르는 사람이다. 그가 디지털 광고시장에 초대형 바위를 던진 일화는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된다.

이마케터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세계 광고비의 약 38%를 차지하며 급성장 중인 부문은 디지털 광고이다. 그런데 투명성이 강조돼야 할 디지털 광고 공급 체계에서 ‘구리고 어두운’ 구석이 드러났다.

미국광고주협회(Association of National Advertisers. ANA)는 1000여개의 기업과 5만여명의 회원을 두고 연간 광고·마케팅에 4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영향력 있는 단체인데, 2년 전 이들이 실시한 조사를 통해 디지털 광고 공급체계의 ‘불편한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협회 회장(명예직)이기도 한 프리처드는 세계 최대 광고주의 마케팅 책임자이자 협회 수장으로서의 책무에 통감하며, 작년 1월 미 인터랙티브 광고국(Interactive Advertising Bureau) 회의에서 디지털 광고 판매·구매 체인에 얽힌 문제들을 낱낱이 폭로했다. ▷관련기사: 세레나데로 시작한 광고계 폭탄선언

p&g의 글로벌 브랜드 수장인 마크 프리처드. 출처: 칸 라이언즈 공식 페이스북

그러면서 피앤지가 제시하는 시정책을 이행하지 않는 광고회사와는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프리처드의 30분짜리 이 연설은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세계 모든 마케팅·광고 전문지를 비롯해 유수의 경제매체들이 앞 다퉈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영국의 마케팅 위크(Marketing Week)는 프리처드를 ‘마케팅의 마스터’로 선출했다. 이 잡지 2017년 10월 4일자에 실린 그의 인터뷰 기사 가운데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피앤지가 소유한 65개 브랜드의 각종 광고가 하루에만도 전 세계 50억 인구에 몇 차례씩 도달한다는 내용이다. 이들 제품 중 상당수가 이른바 FMCG(Fast Moving Consumer Goods)이다. 자주자주 사용하는 일용품이기에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려면 광고는 필수적으로 뒤따른다.

웰메이드 광고의 화폐 가치

IT·전자제품을 내놓는 삼성전자 광고가 피앤지와 같을 순 없을 것이다. 다만 광고비나 브랜드 가치에 미뤄 적어도 10분의 1인 5억명에는 도달하고 있다고 상상해 볼 수 있다. 더욱이 상업 광고는 대개 긍정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렇게 보면 삼성전자는 한국을 알리는 데 있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공헌’을 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삼성 뿐 아니라 현대, 기아, LG 등 다국적 한국회사가 세계무대에서 펼치고 있는 광고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우리나라 이미지에 끼치는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2016년 12월 30일 인도 삼성전자는 ‘당신이 어디에 있든 우리가 돌봐주겠다(We'll take care of you, wherever you are)’ 캠페인을 전개했다. 인도 전역에 3000개의 서비스 포인트를 만들고 535대의 밴 트럭으로 찾아가 수리를 해준다는 내용이다.

광고 중에는 산골에 사는 앞을 못 보는 여성의 사연도 있었다. TV가 고장 나서 그곳 출신 가수의 방송 프로그램을 접할 수 없었는데, 수백리 길을 찾아간 삼성 덕분에 웃을 수 있었다.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 영상은 유튜브 공개 7주 만에 1억뷰를 기록했을 만큼 유명해졌으며, 많은 인도사람들이 아는 광고가 됐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큰 홍보효과를 거둔 것은 당연하다.

광고를 통한 삼성의 글로벌 홍보는 국제광고제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칸은 영화제뿐만 아니라 광고축제의 장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창립 64년을 맞은 이 광고상은 출품작이 4만여 편에 이르고 이중 수상작은 4% 정도다. 상 받기가 쉽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삼성이 갤럭시8 캠페인으로 선보인 ‘타조(Ostrich)’ 광고는 7가지 부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조류이지만 날지 못하는 타조가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해 비행을 체험해 보고 하늘을 날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담은 것이었다. 캠페인 타이틀이나 스토리 자체도 재미있지만 삼성이 말하고자 했던 바를 잘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평가할 만하다.

한국 다국적기업들의 공헌활동

세계적인 브랜드의 가치를 조사해서 발표하는 인터브랜드(Interbrand)가 있다. 이 회사는 미국 최대 광고회사 그룹 옴니콤 계열인데 매년 100대 글로벌 브랜드를 발표한다. 2017년 자료에서 삼성전자는 세계 6위에 올랐으며, 브랜드 가치 금액은 562억 달러(60조원)였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100대 브랜드는 2000년부터 발표됐다. 첫해 삼성전자는 세계 43위·브랜드 가치 52억 달러였는데, 10년 뒤인 2010년에는 19위·195억 달러로 뛰어올랐다. 2017년엔 그 금액이 562억 달러로 수직상승했으니 17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IMF 자료에 의하면 같은 기간 한국의 GDP는 5616억 달러에서 1조5297억 달러가 돼 272%, 즉 2.7배 증가했다. 그러니 단순 계산하면 삼성전자의 성장률이 우리나라 GDP보다 4배 더 높았다고 볼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국가 홍보 관점에서 얼마나 공을 세웠는지 혹은 해를 끼쳤는지를 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삼성이란 브랜드의 성장률이 놀랄만하다는 점이다. 웰메이드 광고 한 편으로 인도 전역에 감동을 심었으며, 타조를 등장시킨 재치 있는 캠페인으로 국제광고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 또한 사실이다.

기업이 판매촉진을 위해 하는 활동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쉽게 말하면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이다. 다만 삼성을 위시해 현대, 기아, LG 등 여러 한국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를 써가면서 해외에서 하는 활동이 크게는 한국이라는 나라 이미지를 상기시키는 ‘간접 국가 홍보’이다.

세계무대에 올라선 한국의 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사랑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들을 미워할 필요는 더욱 없다.

신인섭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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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2018-03-06 09:39:46
어저께 MBC에서 보도한 <스트레이트> 삼성과 언론의 유착관계에 대해서도 "더피알"에서 다뤄줬으면 합니다~ 삼성에서 어떻게 언론플레이를 하는지에 대해...좀 배우고 싶네요.ㅋㅋㅋ

20세기미소년 2018-03-02 20:05:28
피앤지처럼 삼성도 한국에서 디지털 광고 공급망에 있어 투명성을 외치면 네이버가 저렇게 폐쇄적인 정책을 지속하기 어려울텐데, 한번 질러줬으면 좋겠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