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움직이게 하는 아주 평범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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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8.02.1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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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 워라밸, 가심비 등 2018 키워드…큰 목표가 주는 성취감 보다 나다움 속 소소한 행복 추구

[더피알=조성미 기자] 동화 ‘파랑새’는 가까이에 있는 파랑새를 보지 못하고 찾아 헤매는 이들에 빗대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음을 일깨워주는 이야기이다. 멀고 먼 길을 돌아 평범함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2018년의 우리 모습은 아닐까.

노멀크러시: Normal(보통의)+Crush(반하다) 자극적이지 않은 평범함에 끌리는 것

워라밸: 워크&라이프 밸런스(Work&Life Balance)의 준말. 일과 삶의 균형을 지향하는 삶의 태도.

소확행: 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

가심비: 價心比.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따지는 소비 패턴.

안분지족(安分知足·편한 마음으로 자기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앎)형 삶을 지향하는 표현들이 트렌드 키워드로 떠올랐다.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애쓰는 치열하고 고단한 일상 보다는 평범하지만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자는 태도이다.

노멀크러시와 워라밸의 경우 2016년 하반기 태동해 지난해부터 조금씩 화두로 언급돼왔다. 그러던 중 가수 이효리가 방송에서 한 말이 기폭제가 됐다.

화려한 무대 위 스타에서 벗어나 제주도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준 그는 길에서 만난 아이에게 “어떤 사람이 될 거야?”라는 물음에 “훌륭한 사람이 돼야지”라는 일반적인 답변 대신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란 쿨한 인생의 조언을 전했다.

한 방송에 출연해 어린이에게 “그냥 아무나 돼”라고 조언한 이효리.

방송에선 잠시 잠깐 스쳐지나간 장면이었지만, 이효리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는 분주하게 달리기만 하는 많은 사람들이 걸음을 붙잡고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갖게 했다.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제시한 올해 키워드들 역시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지금 여기서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인 ‘소확행’,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구매행태인 ‘가심비’ 그리고 워라밸 등 나 스스로를 위해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이런 흐름에 대해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인 행복을 강조할 수 없는 상황이 깨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설 교수는 “그동안 우리 사회는 조직 속에 포함된 개인은 조직의 논리에 우선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집합적 성과를 중요시해왔다”며 “이제는 개인의 삶도 존중 받아야 하는, 조직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지 않는 정도의 균형을 추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달라진 사회, 개인도 트렌드도 변화

신조어를 통해 트렌드가 만들어진 면도 있지만 실제 다양한 곳에서 이러한 심리를 보여주는 현상들이 목격되고 있다. 특히 달라진 삶의 태도는 젊은층에서 폭넓게 나타난다.

실제로 지난 12월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내놓은 ‘2018 밀레니얼 세대 행복 가치관 탐구 보고서’는 행복이란 평범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또한 전국 20~39세 남녀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서베이에서 ‘성공적 미래를 위해 몰입하기보다 현재의 일상과 여유에 더 집중한다’란 명제에 대해 43.3%가 ‘그렇다’고 답했다.

도시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 뉴시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알바생들도 워라밸을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바천국이 회원 1645명을 대상으로 ‘알바생이 말하는 워라밸’ 설문을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0.1%가 ‘월급은 비교적 낮지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반면 ‘여가를 포기해야 하지만 월급이 높은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39.9%에 머물렀다.

인생의 지향점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잠시 집중적으로 일하는 시간으로 인식돼온 아르바이트에서마저 ‘월급’보다는 ‘여가’를 더 선호할 만큼, 요즘 젊은 세대에게 삶의 균형은 매우 중요한 가치로 자리매김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제성장이 둔화되며 요즘은 과거와 같은 드라마틱한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며 “큰 목표를 가져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개인이 이룰 수 있는 소소한 목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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