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만 안다는 평창올림픽 하루여정
아는 사람만 안다는 평창올림픽 하루여정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02.14 1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 체험] 기업홍보관부터 세계음식문화관까지

[더피알=이윤주 기자] “안되겠다. 설 전에 우리도 평창 다녀오자.”

편집장의 한 마디로 시작된 평창행. 곧장 팀별로 워크숍(이라 쓰고 출장이라 읽는 여정)을 떠나기로 했다. 컨셉은 일반 관람객 또는 관광객 눈높이에서 평창 핫플레이스 체험하기.

가장 먼저 한 일은 코레일톡 어플에서 ‘평창’ 검색하기였다.

'코레일 톡'어플에서 평창역으로 가는 기차권을 끊었다.

뒤에 붙은 (올림픽)의 의미를 이때는 몰랐다.

그렇게 1팀은 새벽 6시 40분 청량리에서 평창역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ktx 이동 중에도 기사 쓰는 나름의 부지런함. jpg

1시간여 뒤, ‘이번역은 평창역입니다’라는 안내화면이 떴고 의심할 여지 없이 짐을 챙겨 내렸다.

분명 기차는 만석이었는데 내리는 사람은 왜 별로 없을까라는 생각은 하지 않은 채.

평창역 도착해 인증샷을 찍었다.

올림픽 교통편을 안내해준다는 ‘고 평창’ 어플을 깔아 ‘올림픽플라자’를 검색했다.

거리 65km. 뭔가 이상했다.

올림픽 기간 중 운영하는 셔틀버스(TS) 기사에게 물었다. “올림픽플라자 어떻게 가요?”

그러자 “진부역에서 안 내렸어요?” “여기서 플라자로 바로 가는 건 없는데” “진부로 가야죠” “에이 여기서 왜 내렸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다.

평창 올림픽플라자를 가려면 ‘평창역’이 아닌 ‘진부역’에서 내려야 했던 것. 사전조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나중에 역무원의 말을 들어보니 이러한 실수로 표를 변경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평창역에서 평창 올림픽플라자로 가는 셔틀버스. 고 평창 어플

어플은 친절하게도 TS를 두 번 갈아타면 된다고 안내했고, 5~10분 단위의 짧은 간격으로 운행하는 셔틀버스에 바로 탈 수 있었다.

진부역 셔틀버스 정거장.

버스는 외국인 반 내국인 반으로 채워졌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은 많지 않았고, 승객들은 버스에 장착된 TV를 보며 강원도를 달렸다.

TV에는 대한민국의 사건 사고를 다루는 아침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어두운 분위기에 아파트 추락사, 자살, 경찰, 취재 등의 내용이 흘러나왔고 외국인들은 멍하니 화면을 구경(?)했다. 그나마 터널이 많은 지형 덕에 화면이 자주 끊겼다는 점이 다행이랄까.

올림픽플라자로 가는 셔틀버스 안 tv 프로그램.

하지만 다소 민망한 장면은 다음 셔틀버스에서도 이어졌다. 버스 앞을 가로막은 차량에 기사님은 된소리를 섞어가며 소리를 질렀고, 외국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놀란 얼굴을 했다.

평창올림픽 내내 국가홍보가 중요하다는 기사를 얼마나 많이 쓰고 또 접했던가. 미처 손이 닿지 못한 날 것의 모습은 못내 아쉬웠다.

기차 1시간, 그보다 더 길었던 셔틀버스 여정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입장권 가격 만족도는 100%

오전 10시의 평창 올림픽플라자는 한산했다. 매서운 바람을 피해 사람들이 건물 안으로 대피(?)했기 때문이리라.

올림픽플라자로 들어가기 위해 몇 개의 게이트를 지나야만 했다. 평창의 바람을 오롯이 얼굴로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나중에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니 이 날은 덜 추운 날씨였다고)

평창 올림픽플라자로 들어가기 위해 보안 검색을 기다리는 사람들.

올림픽플라자 입장권은 2000원.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는 과정이 남아 있었다. 이 과정에서 10분 전에 산 초콜릿을 놓고 들어가야 했으며, 노트북의 경우 그 자리에서 전원을 켜서 ‘진짜 노트북’임을 확인시켜야 했다.

“가방에 뾰족한 물건이 여럿 발견되어서요. 열어봐도 될까요?” (주섬주섬) “이게 뭔가요?”

“아, 이거 성화봉송 펜... 이거 말고도 몇 자루 더 있는데..”

올림픽플라자로 들어선 후 처음으로 반겨준 건 바람에 펄럭이는 국기게양대였다. 마치 마포 월드컵공원에 온 듯했다.

평창 올림픽플라자에 들어서면 보이는 풍경.

이 곳은 크게 기업 홍보관, 문화관ICT, 기프트숍 그리고 개회식‧폐회식 외에는 출입이 불가한 경기장으로 구성돼 있다.

기업 홍보관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한국전력, 코카콜라, 오메가 등. 코카콜라존의 경우 인증샷을 위한 구조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상 돌아볼 곳은 4~5군데다.

평창 올림픽플라자 내 코카콜라 홍보관.

기업 홍보관들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VR 체험 및 경연장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삼성전자 홍보관은 가장 대기줄이 길다. 그래서인지 갤럭시가 적힌 핫팩을 나눠주거나 커다란 난로가 설치돼 있다.

삼성전자 홍보관 앞에서 나눠준 갤럭시 핫팩.

입장하면 한쪽 편에 있는 VR기기가 시선을 붙잡는다.

체험을 하려면 번호표를 뽑는 건 필수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순서를 기다리듯이.

삼성전자 홍보관에서 vr기기를 체험하는 사람들.

기다리는 15~20분은 자연스레 제품을 둘러보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삼성전자의 전략이 엿보이는 지점이다.

삼성전자 홍보관에서 설명을 듣는 외국인 두 명.

한국전력은 미래의 스마트 에너지 세상을 홍보하며 7가지 종류의 VR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관람객들은 바이애슬론, 알파인스키, 봅슬레이 등을 타며 미래 도시를 탐사할 수 있다.

평창 올림픽플라자 내 한국전력 홍보관.

자동차 체험을 위해 제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한 아이는 “성화봉을 보고 체험장에 들어왔어요”라며 “VR게임(?)만 찾아서 돌아다니는 중이예요”라고 잔뜩 들떠있었다.

vr기기를 즐기는 중년부부.

이제 막 VR체험을 마친 커플도 있었다. 장이지(29세)씨는 “한국이 ICT가 최첨단이라고 듣기만 했는데 직접 둘러보니 실감난다”며 웃었다. 이들은 어제저녁 도착해 모굴스키 경기를 관람한 후 체험 존을 둘러보고 있다고 했다.

장씨는 “바람이 너무 차서 경기 보기가 힘들었어요. 조금 보다 들어가고 다시 나와서 좀 보다 들어가는 식으로 관람했어요”라고전했다.

한국전력 홍보관 내부.

문화ICT관은 예술 작품이 가득 전시돼 있다. 1층은 비디오 작가인 백남준씨의 미디어아트가, 2층에는 ICT체험관이 있다.

이 중에서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한 아저씨. 스노보드 체험을 하던 그는 소리를 지르며 어느 누구보다 실감나게 탔다.

경기도 양평에서 올라온 이 아저씨는 “3D영화도 너무 입체적이라서 5분도 못 봤었어요. 그런데 이건 진짜 타는 것처럼 온 팔 다리 허리가 아플 정도”라며 “거기에 스태프들이 ‘조심하세요’라고 추임새를 넣어주니 너무 실감나요”라고 생생한 체험기를 들려줬다.

평창올림픽에는 아이들의 고등학교 졸업을 기념해서 오게 됐다고 했다. “TV에서 볼 수도 있지만 현장에서 의미 있게 올림픽에 참가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저씨 가족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복병을 만났다. “날씨가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추워요. 연세 많은 분들은 돌아다니기가 힘들 것 같아요. 이동거리 사이에 쉼터나 온열기가 있으면 좋겠어요.”

평창 올림픽플라자 내 현대자동차 홍보관.

다음 타깃은 외관부터 시선을 잡아끄는 현대자동차 파빌레온.

외관에서는 우주의 소리와 별처럼 보이는 작은 불빛들이 촘촘히 빛난다.

현대자동차 홍보관 차례를 기다리는 줄.

대기 줄을 기다리면서 앞에 자원봉사자에게 말을 걸었다. 2월 2일부터 평창에 와 있다는 그녀는 22살의 대학생이었다.

“아무래도 야외봉사를 하다 보니 추위적응이 제일 힘들어요. 30분마다 교대 근무하는데 쉬는 시간에 잠깐 체험해보려고요.”

그녀는 큰 국제행사이고 앞으로의 장래와 무관하지 않아 지원하게 됐다고 했다. 다만, 아쉬운 점으로 숙소의 위치를 꼽았다.

“자원봉사자 숙소가 원주에 있어요. 셔틀로 출퇴근 하고 있는데 여기와는 꽤 멀죠.”

현대자동차 홍보관 내부 모습.

그녀의 말을 뒤로하고 들어선 현대자동차 홍보관은 유일하게 VR 체험기기가 없다.

대신 수소자동차의 원리를 설명하는 데 큰 공을 들인다. 소수인원이 팀을 지어 각 단계로 넘어가면서 수소자동차 원리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식. 모두 관람하는 데 걸린 시간은 5분 남짓이다.

또 하나의 작은 국가

추위를 피하려 들어간 카페에는 언론사 기자들을 비롯해 대회 관계자들, 관람객들이 뒤섞여 북적였다.

갑자기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우르르 들어왔다. 서울대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공부하고 있는 다국적 학생들이다. 그들은 평창 올림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말레이시아에서 온 타니아 비벌리 윌리엄(Tania Beverly William)은 “올림픽 분위기가 느껴지고 (플라자도) 굉장히 나이스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춥긴 춥다”고 말했다.

다른 테이블에 앉은 학생은 “케이팝 홀로그램 콘서트가 기억에 남는다”며 배시시 웃었고, 또다른 학생은 “기념품이 너무 비싸 살 엄두를 못 내겠다. 경기장 입장권도 비싸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올림픽 굿즈를 판매하는 슈퍼스토어에는 '수호랑' 챗봇이 있다.

세계음식문화관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곳으로도 향했다. 각 나라를 상징하는 건축물과 국기가 걸려있었다.

관계자 말에 따르면 각 나라 대사관에서 연결해 준 실력파 셰프들이 직접 와서 요리를 하고 있다.

평창 세계음식문화관.

관람객은 물론 세계 음식점을 접하기 힘든 강원도 주민들도 자주 찾아온다고.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슬로바키아의 굴라쉬, 태국의 팟타이, 스페인의 빠에야, 인도 커리, 체코맥주 등 다양한 음식을 주문했다.

세계음식문화관 음식은 각 나라 요리사들이 직접 요리한다.

올림픽플라자는 오후 5시 이후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들어가 보기로 했다. 무료입장도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야 한다는 건 함정.

부쩍 많아진 외국인 관광객. 그들의 소감을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

스웨덴에서 온 안나, 재클린, 아기네스, 핸드릭은 같은 민트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내일 한국을 떠난다는 그들은 “진짜, 너무, 춥다”며 날씨에 대한 힘듦을 연신 토로했다.

그럼에도 “한국인과 대화를 하거나 무언가를 물어보면 다들 너무 친절하게 대답해 준다”며 “한국은 친절한 나라”라며 즐거워했다.

인터뷰에 응해주는 스웨덴 관광객들.

시애틀에서 온 미국인 부부는 홍보관을 둘러보며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제 막 도착해서 아직 많은 걸 보지는 못했다”면서도 “지금까지 둘러본 결과로는 아주 만족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을 퇴직한 이후 평창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평창은 각 나라, 각 분야의 이해관계자들이 모여서 일하는 또 하나의 작은 국가 같다”고 비유하며 “그러다보니 다들 자신들의 의견을 큰 소리로 낼 때가 자주 있다. 단기간 일하는 것이니 괜찮지만 장기간 일하는 거면...(힘들 것 같다)”며 웃었다.

평창올림픽 캐릭터 '수호랑'과 사진을 찍는 관람객들.

평창을 떠나기 전 들른 편의점에는 이용자들로 꽉 차 있었다. “이렇게 일하면 시급 더 주냐”는 농담 섞인 질문에 알바생은 “그동안 널널해서 괜찮아요”라고 쿨하게 답했다. 곧이은 중얼거림은 평창의 현주소를 잘 정리해준 워딩이었다.

“그렇게 한적했던 동네가 이↗래 될 줄↘이야”

강릉팀 이야기는 To be continued..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