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조급증’이 마케팅 망친다”
“‘디지털 조급증’이 마케팅 망친다”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02.08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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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더피알=박형재 기자] 디지털은 마케터에게 여전히 까다로운 영역이다. 플랫폼도 많고 트렌드도 빨라 따라잡기 쉽지 않을 뿐더러, 소비자 개개인과 직접 맞닿아 있어 무언가를 시도할 때에 리스크 요인은 없는지 끊임없이 돌아보게 한다.

그런 만큼 학계에서도 디지털은 쉼 없는 연구의 대상이다. 이 부분에 주목하며 선도적으로 디지털과 학문을 교합하고 있는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를 만나 디지털 이슈와 흐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승윤 교수는 "디지털 마케팅은 꾸준히 해보고 경험치들을 로직화해서 기업에 체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박형재 기자

디지털이 화두가 된지 오래지만 아직도 풀기 어려운 숙제입니다. 많은 일선 실무자와 전문가들과도 만나서 이야기를 들으실 텐데 공통된 고민은 뭔가요.

가장 큰 고민은 디지털엔 정답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소비자가 있는 곳에 판을 벌려야 하니 PR, 마케팅 모두 디지털로 가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어디까지 디지털 어디까진 예전방식이 나은지 생각이 많아집니다.

요즘엔 디지털 마케팅 운영 주체를 두고도 고민이 많아요. SNS나 디지털 플랫폼 운영을 계속 외주로 줄 것인가, 아니면 직접 할까 하는 문제입니다. 광고는 예산도 많이 들고 시스템이나 KPI(핵심성과지표)가 명확해 지금처럼 에이전시를 통하는 게 맞다는 분위기예요.

반면 디지털은 시행 주기도 짧고 실험을 통해 우리 회사에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하는데 이걸 외부에 계속 맡기기는 애매하죠. 그렇다고 디지털 운영 인력을 따로 빼서 부서를 만들기엔 부담스럽고, 매출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 난감해 합니다.

어렵더라도 디지털은 계속 가야 하는 길인데요. 큰 틀에서 조언해주실 점이 있다면.

‘디지털 조급증’을 경계해야 합니다. 다들 디지털로 가니까 ‘친구 따라 강남가는’ 식으로 무작정 뛰어들기도 해요.

예컨대 모 식품기업은 최근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오프라인 매대를 온라인에 그대로 옮겨놨어요. 따로 스터디도 안 돼 있고 그저 오프라인에 팔던 걸 온라인으로 가져와 직접 팔면 이윤이 남는다는 식인데, 이런 막연한 접근은 금물이에요.

온라인에 적합한 상품만 추려내고, 디지털에 맞게 리브랜딩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맞춤형으로 가야지 비전없이 무작정 달려들면 돈만 날립니다. 의외로 이런 곳들이 종종 있어요.

디지털이 데이터 기반이라 퍼포먼스 결과가 숫자로 정확하게 나타난다고 하지만, 마케팅이나 세일즈 측면에서의 성과측정이 어렵다는 얘기도 많습니다.

성과측정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여서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요. 1년 예산이 이만큼 들어갔는데 어느 정도 클릭과 공유가 나와야 하는지, 얼마만큼 팔로어 수가 늘어야 성공한건지 등 기준잡는 걸 다들 어려워합니다. 스타트업의 경우 디지털 콘텐츠와 매출의 상관관계를 바로 알 수 있는데, 중견기업 이상 되면 이걸 정확히 잡아내기란 쉽지 않죠.

교수들 사이에서도 “디지털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계속 실험하고 실패를 반복하며 적합한 모델을 찾는 수밖에 없어요.

조금이라도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디지털을 시작할 때부터 데이터 수치화 작업을 병행하면 도움이 되요. 신한은행 등 잘하는 기업들은 디지털 마케팅을 시작할 때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 인덱스(Digital Transformation Index)를 만들어서 6개월, 1년 단위로 테스트합니다. 잘되면 계속하고 안되면 빨리 접어야 연착륙이 가능해요.

이승윤 교수는 "디지털에 들어갈 때는 ‘3c’를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박형재 기자

실무자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속한 조직이 얼마나 디지털 문화를 잘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 같습니다.

디지털은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이걸 하는게 좋은지 아닌지 감이 잘 안와요. 반복학습을 통해 우리 회사에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하는데, 기업 문화에 따라 이걸 기다려주는 곳과 아닌 곳이 있죠.

예컨대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뜬다고 해서 협업하는데 몇 번 실패했다고 접으면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꾸준히 경험을 쌓아서 언제 인플루언서를 쓰는 게 좋은지 알아내야죠.

커뮤니케이터 입장에서도 디지털 마케팅은 다소 부담스러워해요. 유명 연예인을 데리고 하면 실패해도 윗분들에게 할 말이 있는데, 1인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결과가 별로일 경우 온전히 실무자 본인이 책임져야 하니까요. 이런 과정을 용인해주느냐에 따라 기업의 디지털 전환 속도에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디지털 마케팅을 연구하며 눈길끄는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작년 7월 카카오뱅크가 출시된 뒤 은행권에서 디지털 공부 열풍이 불었어요. 은행권은 아무래도 금융사고 등에 민감하니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디지털에 보수적으로 접근했는데 ‘카카오발 메기’에 위기 의식을 느낀 거죠. ▷관련기사 바로가기

사용자 경험(UX)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더니 몇 개월 만에 드라마틱하게 변했습니다. 실제로 삼성증권이나 국민은행 등은 펫(pet) 관련 앱을 따로 만드는 등 금융업보다는 서비스업이란 개념에서 소비자 접점을 고민 중이에요.

디지털 마케팅은 잘하는 선수들도 어려움을 겪는 부분입니다. 현대카드의 경우 2016년 채널 현대카드를 론칭하고 이정재, 톰 하디 등 다양한 셀럽을 동원해 특별한 동영상을 제작했는데 채널 전략이 성공했는지는 애매해요. 요즘에는 방향을 선회해 여행, 음식 등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콘텐츠를 올리더라고요.

디지털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는 흐름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CJ오쇼핑의 경우 다다스튜디오를 통해 직접 짧은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이런 식으로 하는 곳이 많습니다. 스타벅스는 아예 워싱턴포스트 에디터를 부사장으로 영입해 생활형 드라마 ‘업스탠더스(Upstanders)’를 만들었어요.

거듭 강조하지만 디지털은 실험정신이 중요해요. 꾸준히 해보고 경험치들을 로직화해서 기업에 체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죠.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디지털 체크포인트는?

기업이 디지털에 들어갈 때는 ‘3C’를 체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비자(Consumer), 컨테이너(Container·담는 그릇), 콘텐츠(Contents)가 그것입니다.

먼저 온라인은 오프라인과 소비자가 다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해요. 푸시(push)가 아니라 풀(pull) 형태로 가야 합니다. 소비자가 무얼 좋아하고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걸 선호하는지 파악해서 이들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억지로 보여주는 팝업광고 대신 브랜디드 콘텐츠 등으로 어필해야 성공률이 높아져요.

두 번째는 컨테이너, 즉 플랫폼 문제입니다. 온라인에 떠다니는 게 다 콘텐츠라고 보면, 기업들은 이걸 어떻게 담을지 플랫폼에 대한 정교한 이해가 필요해요.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운영할 때 같은 콘텐츠를 던지더라도 페이스북 상에선 제목과 포맷이 달라져야 합니다.

세 번째 C는 콘텐츠예요. 이 역시 모바일이나 디지털에 적합한 형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페이스북에서 기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늘어놓으면 소비자는 금새 빠져나가거든요. 인플루언서 마케팅, 웹드라마 등 여러 시도를 해보고, 소비자가 좋아하는 쪽으로 어필하는 게 좋습니다.

최근 3년새 디지털 마케팅 서적 세 권을 펴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디지털마케팅연구소도 따로 운영하시던데.

디지털마케팅연구소는 저와 학부생, 기업 실무자들이 만나 디지털을 스터디하는 모임입니다. 비영리단체로 기업들이 직관적으로 운영하는 디지털 이론과 개념들을 연구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디지털 마케팅은 젊을수록 잘하기 때문에 학부생들의 시각이 도움이 됩니다.

책은 2015년부터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 ‘디지털·소셜미디어 마케팅’ 세 권을 썼는데, 올해에도 MCN과 커뮤니티 관련 책 두 권을 더 내놓을 예정이에요.

디지털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로서 포부가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저는 어디가서 절대로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라고 하지 않습니다. 아직 배움도 부족하지만 기본적으로 디지털에는 전문가가 없다고 생각해요. 데이터 전문가, 전략적으로 보는 사람, 업계 실무자 등 다양한 논의가 모여 만들어지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학자로서 포부는 ‘디지털 문화 심리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고 다녀요. 좀 거창하지만 데이터를 문화적, 심리학적으로 바라보고 실무자들이 디지털을 적용할 때 오류를 줄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앞으로 많은 연구를 통해 데이터와 데이터 사이 간극을 메우는 데 일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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