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인공지능 싸움, 말로 합니다

AI 스피커 경쟁 격화…“합종연횡으로 통합 마켓 형성될 수 있을 것”

기사승인 2018.02.06  12:36:18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공유
default_news_ad1

[더피알=서영길 기자] 국내외 ICT 기업들이 합종연횡을 거듭하며 인공지능(AI) 플랫폼과 이를 구현하는 스피커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스피커를 앞세워 너도나도 ‘인공지능 퍼스트’를 주창한다. 음성(Voice) 하나로 일상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새 패러다임이 펼쳐지고 있는 것.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AI와 음성의 결합은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완전히 바꿀 가능성이 크다.

AI 스피커 시장에 본격적으로 불을 당긴 건 2014년 아마존이 ‘에코’를 내놓으면서다. 이후 구글, 애플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이 연이어 비슷한 스피커를 선보이거나 출시할 예정을 밝혔다.

우리나라도 이동통신 3사를 비롯해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 등에서 자사 AI 플랫폼을 탑재한 ‘말귀’ 알아듣는 스피커를 속속 내놨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의 AI 스피커는 출시 몇 시간 만에 완판되는 등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시장 전망을 밝게 했다.

그렇다면 왜 스피커일까? 이에 대해 AI 플랫폼을 개발 중인 업계 한 관계자는 “자사 AI 플랫폼이 있는 기업들은 형체가 없는 이 기술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수단 면에서도 그렇고 고객 접점 측면에서도 스피커만한 게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소비자와 인터랙티브하며 유대감을 줄 수 있고, 무엇보다 각종 스마트 기기와 연동되며 확장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라고 부연했다. 쉽게 말해 AI 스피커가 소비자와 플랫폼 개발 업체 간 ‘메신저 역할’을 하기에 가장 적절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국내외 대표적인 AI 스피커 현황

또 인공지능의 특성상 사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딥러닝을 할 수 있는 데이터가 쌓이고, 이는 곧 자사 AI 플랫폼의 정교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소비자들이 손쉽게 접근해 친근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스피커가 초기 AI 플랫폼 운용에 안성맞춤이 되어주는 셈이다. 실제로 이 같은 기업들의 전략은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AI 스피커 시장이 2016년 7억2000만달러(약 8124억원)에서 2021년 35억2000만달러(약 3조9723억원)로 5년 새 약 5배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도 지난해 3분기 AI 스피커 출하량은 740만대로, 2016년 같은 기간(90만대)보다 708% 급증했다고 밝혔다. SA는 “얼리어댑터에서 일반 소비자가 구입하는 단계로 이행되면서 AI 스피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4분기 출하량은 12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시장 형성의 초기 단계라고 관망하기엔 그 변화와 성장 속도가 대단히 가파르다. 때문에 산업 전반에 걸쳐 AI를 모르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팽배한 상황이다.

기업 간 신풍속도

AI 스피커 시장은 세계적으로 3년 전부터, 국내에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 바람이 불었다. 공통적으로 뉴스와 날씨 등의 정보는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각 사별로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과 연동을 맺어 음악 감상이 가능하도록 했다.

기업들이 저마다 AI 스피커 개발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간단하다. AI 스피커가 곧 다가올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허브’가 될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IoT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간주되는 분야다. 이런 이유로 생활에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이통사나 포털들이 AI 스피커에 눈을 돌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확보된 고객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가두리 양식장 영역을 넓혀 다가올 IoT 시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국내 기업의 AI 스피커들. (왼쪽부터) 네이버 프렌즈, 카카오의 카카오미니, SK텔레콤 누구, KT 기가지니.

지금까지는 스마트홈 환경에서 스마트폰이 엔트리 포인트(진입점)가 됐다면 당장 올해부터 그 자리를 AI 스피커가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예컨대 퇴근 후 집에 들어서며 AI 스피커에 대고 “불 켜줘”라는 말에 바로 집안 조명이 켜지거나, “보일러 온도를 높여 줘” 하면 그대로 실현되는 것이 일상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원준 건국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스마트홈의 허브가 어느 업체의 AI 플랫폼 혹은 스피커가 되느냐에 따라 향후 관련 산업의 성패가 좌지우지 될 수 있다”며 “초기 시장 형성 단계에서의 선점이 그만큼 중요하다. 결국 AI 생태계를 먼저 장악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미 북미에선 아마존의 AI 플랫폼 알렉사가 이런 경험을 제시하며 엄청난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첨단기술과 커뮤니케이션의 접목을 고민하고 있는 한승재 웨버샌드윅 코리아 이사도 “고객 접점의 거점을 삼기 위한 초석이 AI 스피커 아니겠느냐”며 “지금이야 불편할 수도 있고, 기술적 부족함도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며 당연히 AI 스피커를 통해 집안의 모든 라이프스타일이 돌아갈 때가 온다. 결국 24시간 고객과의 접점을 두겠다는 의미”라고 봤다.

이런 이유로 AI 스피커를 두고 이종 혹은 경쟁 업체 간 협업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업체 간 동맹이 두드러지거나 경쟁사가 손을 잡는 ‘적과의 동침’을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AI라는 첨단 산업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로 볼 수 있다. 거시적 측면에서 AI 판을 키움과 동시에 자신들의 몸집을 불려 업계 선두자리를 꿰차려는 기업 간 이합집산이라고 볼 수 있다.

한승재 이사는 “이제는 경쟁 상대가 단순히 동종업계에 있는 기업이 아니다. 업무 연관성이 전혀 없는 분야들 간에도 각축전이 벌어지며 엄청난 규모의 통합 마켓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 같은 흐름은 이미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LG유플러스는 네이버와의 합작품 AI 스마트홈 서비스 ‘U+ 우리집AI’와 이를 적용한 네이버의 AI 스피커 ‘프렌즈+’를 선보였다. LG유플러스의 홈 IoT와 IPTV에 네이버 AI 스피커를 접목, 스마트홈 분야에선 확실한 강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엔 삼성전자와 카카오가 ‘빅스비’와 ‘카카오 I’를 연동하고 AI 분야 협력을 선언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빅스비로 카카오내비나 카카오톡을 구동할 수 있고, 카카오미니로 삼성전자의 다양한 제품을 제어할 수 있게 됐다.

이런 현상은 글로벌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6년 인수한 하만카돈은 제각각의 AI 플랫폼을 탑재한스피커를 내놓는 걸로 유명하다. 예컨대 구글 어시스턴트를 담은 JBL 링크시리즈, MS 코타나를 탑재한 인보크, 아마존 알렉사가 들어간 얼루어 등이다.

아마존은 포드와 제휴해 음성 명령으로 자동차를 운전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 카카오도 현대차와 제휴를 맺어 차내 기기를 음성으로 조작 가능토록 하고 있고, 월패드 등을 만드는 코맥스, 포스코건설 및 GS건설 등의 이종 기업과도 제휴를 맺어 AI 생태계를 넓히는 중이다. AI라는 새로운 산업에선 서로 이해관계만 맞으면 어떤 식으로든 동맹이 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다.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서영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저작권자 © 더피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