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개정, 엇갈리는 목소리
김영란법 개정, 엇갈리는 목소리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7.12.1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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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리뷰] 3‧5‧10→3·5·5+농축수산물 10…서울 “개정 의미있다” vs 한겨레 “법 취지 훼손”
주요 이슈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논평, ‘미디어리뷰’를 통해 한 눈에 살펴봅니다.

오늘의 이슈 김영란법 개정

[더피알=이윤주 기자] 말 많고 탈 많았던 김영란법(청탁금지법) 개정안이 시행 1년 여만에 나왔다. 농·축·수산물 선물에 한해 상한액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리고, 경조사비는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내리는 게 골자다. 식사비는 현재 3만원을 유지키로 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이 같은 변경사항을 담은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을 11일 심의‧의결했다.

선물값 상한액을 높인 것은 농·축·수산 농가의 사정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농민과 영세 유통·자영업자들은 김영란법 시행 직후부터 줄곧 수요 위축으로 생계유지가 힘들다고 호소해왔다.

반면, 경조사비가 낮춰진 것은 상한액 10만원이 마치 표준인 것마냥 인식돼 되레 부담이 늘어났다는 지적을 수렴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 사정을 고려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반대 여론 또한 여전히 만만찮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1년밖에 안 된 상황에서 입법 취지를 후퇴시켰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여론 반대에도 끝내 ‘김영란법’ 후퇴시킨 정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오랜 논의를 거쳐 진통 끝에 도입한 청탁금지법 취지를 훼손하는 데 이 법을 만든 기관이 앞장선 모습이니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법 취지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11일 박은정 권익위원장과 위원들이 선물과 경조사비 상한액 조정을 골자로 하는 '청탁금지법 3·5·10'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신문: ‘경조사비 5만원’ 청탁금지법 개정 의미있다

서울신문은 김영란법 개정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2주일 만의 재상정에도 불구하고, 그것도 구체적 내용에서도 달라진 것 없는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권익위 전원위가 시행령 개정안이 담고 있는 부정적인 영향보다는 긍정적인 영향에 좀더 주목한 때문이라고 본다”고 풀이했다.

이어 “가장 반가운 변화는 경조사비 상한액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것”이라며 “물론 청탁금지법의 적용 대상은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및 공공기관 임직원, 각급 학교 교원과 언론인 등에 국한된다. 하지만 기존 청탁금지법이 경조사비 상한을 10만원으로 규정하면서 일반 국민의 부담 또한 늘어났다. 더더욱 경조사비 지출을 늘릴 수 없는 서민들은 적지 않은 심리적 부담마저 떠안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서울은 그러면서 “청탁금지법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공직자와 주고받는 선물이 모두 순수하다고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며 “정부는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의 부패방지 심리가 해이해지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 시행령 개정 효과가 생산 현장의 농어민과 축산 농민에게 온전히 돌아가게 하는 방안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일보: 1년 만에 개정된 김영란법, 본래 취지 흔들리지 않게

한국일보는 “개정안이 경조사비 상한액을 5만원으로 내린 것은 긍정적이다. 다양한 인연으로 엉킨 사회이다 보니 경조사 챙기기를 외면할 수 없는데, 경조사 상한액 10만원 규정이 마치 표준인 것처럼 인식돼 오히려 경조사 부담을 늘렸다는 지적이 많았다. 경조사비 상한액을 낮춘 것은 그런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문제는 농축수산업 선물비와, 화환을 포함한 경조사비에 예외를 허용한 것이다.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난 1년 2개월 사이 매출 감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하소연한다. 정부가 그들의 어려움을 외면한다면 무책임한 것 또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이렇게 보면 1년 남짓 만의 법 시행령 개정은 성급했다는 소리를 피할 수 없다”며 “부패 척결을 목적으로 만든 법을, 산업 안정을 이유로 개정하는 것이 옳은지도 따져보아야 한다. 법이 현실을 잘 반영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취지와 목적과 원칙을 쉽게 흔들어서도 안될 것”이라 당부했다.

△한겨레: 여론 반대에도 끝내 ‘김영란법’ 후퇴시킨 정부

한겨레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끝내 청탁금지법을 후퇴시켰다. 이미 부결된 내용을 불과 2주일 만에 일부 자구만 바꾼 뒤 다시 상정해 통과시켜버렸다”며 “법을 시행한 지 1년2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무리수를 써가며 서둘러 손댈 일인지 안타깝다”고 전했다. “오랜 논의를 거쳐 진통 끝에 도입한 청탁금지법 취지를 훼손하는 데 이 법을 만든 기관이 앞장선 모습이니,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는 것.

이에 “농수축산 업계를 배려하려는 뜻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꼭 이렇게 예외를 두는 방안이어야 했는지 궁금하다. 한번 예외를 인정하면 여기저기서 또 다른 예외를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당장 ‘식사 한도 3만원’을 그냥 두기로 한 걸 놓고 요식업계가 형평성 시비를 제기하며 반발한다는데,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셈인가”라고 물었다.

한겨레는 “이번 청탁금지법 손질에 가장 적극적으로 앞장선 이는 이낙연 국무총리라고 한다”며 “형식적으로는 권익위가 나섰지만 실질적으론 이낙연 총리가 개정을 주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남지사를 지내 농어민 사정을 잘 알기 때문일 수 있겠으나, 국민 전체의 뜻과 시대적 가치를 수렴해야 할 국무총리로선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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