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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만 하면 끝’…누구를 위한 공공앱인가

1090개 중 절반 이상이 천명도 사용 안해, 850억 혈세 낭비의 ‘온상’

기사승인 2017.12.08  10:13:11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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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서영길 기자] ‘국민앱(App)’의 탄생은 요원한 걸까.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들이 저마다 내놓는 공공앱들이 정작 국민들에겐 외면 받으며 세금 잡아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 국민앱이 되기만 바랐지 국민이 뭘 원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던 탓이 크다. 숱한 지적을 받고 있지만 면밀한 사후 검토 없이 지금도 유명무실한 공공앱을 선보이기 바쁘다.

공공앱들이 정작 국민들에겐 외면 받으며 세금 잡아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

모바일 앱 시장은 냉엄하기 짝이 없다. 혹자는 ‘정글 같은 영역’이라고 말할 정도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모바일 앱 또한 홍보를 기가 막히게 잘하든 대중의 니즈를 적소에 파고들든 확실한 ‘한 방’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앱 홍수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모바일 앱은 만들기도 어렵지만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이처럼 살벌한 진검승부 무대에 여전히 큰 고민 없이 출사표를 던지는 이들이 있다. 바로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다. 통상 ‘공공앱’이라 불리는 이들의 결과물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건 고사하고 아무 존재감 없이 퇴출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수많은 무실(無實) 공공앱들의 명멸 사이클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이렇다. 우선 타 기관과 경쟁하듯 적게는 몇 천 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에 이르는 예산을 들여 공공앱 하나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부실한 콘텐츠와 함께 이용 니즈가 거의 없어 방치되다시피 하고, 자연히 업데이트 등의 관리도 소홀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막상 사용자가 나타나도 관리 안 된 앱은 에러가 나기 십상이다. 업데이트가 안 된 탓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오히려 혼선만 주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같은 불쾌한 경험은 그나마 있던 사용자들도 떠나게 하고 제 기능을 잃은 해당 앱은 퇴출 수순을 밟는다. 지금껏 사라진 공공앱들은 이런 과정의 무한루프였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관리 안되는 앱들, 애물단지로 전락

행정안전부가 올해 3월까지 파악한 공공앱은 총 1090개다. 이들 앱을 구축하고 유지하려 지금까지 혈세로 쓴 돈만 850억원이다. 개당 금액으로 따져보면 공공앱 하나를 제작하는 데 대략 7800만원의 세금이 투입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9월 황영철 의원(자유한국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억원 미만의 제작비용이 들어간 공공앱은 643개, 1~5억원 미만이 179개, 5~10억원 미만이 25개, 그리고 10억원 이상 들어간 공공앱도 7개나 됐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만든 것에 비해 앱 사용 비율은 20%에 머물렀다. 쉽게 말해 공공앱을 다운받았던 국민 열 명중 여덟은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해당 앱을 지워버렸다는 뜻이다.

4~5개 공공앱을 사용해 봤다는 40대 직장인 서은경씨는 “제주도에 놀러가서 관광정보 좀 얻을까 싶어 도에서 내놓은 앱을 사용해 봤는데, 화면이 멈추거나 작동이 잘 되지 않아 지웠다”며 “막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몇 개 사용하며 비슷한 경험을 해서 이제 (공공앱은) 잘 안 쓰게 된다”고 전했다. 자영업을 하는 30대 오승철씨도 “공공앱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사용 빈도가 얼마 안돼 이제는 필요할 때만 다운받아 쓰고 다시 지운다”고 말했다.

물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코레일톡(한국철도공사, 사용자 약 600만명)’이나 ‘고속도로교통정보(한국도로공사, 약 200만명)’ 같은 가성비 좋은 공공앱도 있지만 이는 소수에 그친다. 실제로 1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공공앱은 총계(1090개)의 3.9%에 해당하는 43개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명멸 사이클을 밟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앱들도 상당수다. 사용자가 천 명 이하인 공공앱은 총 575개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 앱이 거의 활용되고 있지 않다. 특히 이중 84개 앱은 사용하는 이들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흡사 날림으로 만들어진 공공앱은 그 명칭부터 모호한 것도 허다하다. 예컨대 ‘집으로(보건복지부)’ ‘시크릿웨이(한국마사회)’ ‘디엠지기(행정안전부)’ ‘딩딩딩(대전 유성구)’ 등이 그렇다. 검색으로 앱을 찾을 수밖에 없는 모바일 환경에서 직관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이름은 해당 앱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어느 기관에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도록 해 이용률을 더 떨어뜨린다. 각 기관들이 얼마큼 공공앱 개발에 헛발질을 하고 있는지 짐작 가능한 대목이다.

16억원짜리 ‘세금 먹튀’, 시리즈로 제작

문화재청에서 10억원을 들여 내놨지만 12월에 폐기될 내손안의 덕수궁 앱.

더 큰 문제는 지자체 등이 홍보나 단순한 지역 정보 전달을 위해 공공앱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실질적으로 해당 앱에 담긴 정보는 모바일이나 PC 웹사이트에서도 쉽게 습득할 수 있어 앱 수요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다. 기존에 편한 방법이 있는데 굳이 새로운 앱을 찾아 설치하고 가입한 후, 구동시키는 번거로움을 감수할 사람은 거의 없다.

대표 사례가 문화재청에서 각각 10억원과 6억원을 들여 내놓은 ‘내손안의 덕수궁(2013년 출시)’과 ‘내손안의 경복궁(2014년 출시)’ 앱이다. 이들 앱은 관람정보나 행사 등을 증강현실을 이용해 안내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16억원짜리 두 공공앱의 최종 성적표는 올해 3월 기준으로 사용자 ‘0명’에, 다운로드 수 약 1만건씩을 기록한 게 전부다. 이런 이유로 이 앱들은 수 억원의 세금만 투입하고 올해 12월자로 서비스를 종료키로 했다.

내손안의 덕수궁을 깔았던 한 이용자는 앱 평가하기 댓글란을 통해 “관리도 안 되는 걸 왜 만들었나?”라며 “이미지만 누르면 종료되고, 지도도 제대로 안되고… 또 혈세만 낭비했네”라고 비판했다.

참담한 결과가 빤히 보이는데 문화재청은 내손안의 시리즈를 잇달아 출시했다. 지난 2015년엔 ‘내손안의 불국사’를, 지난해엔 ‘내손안의 창경궁’ ‘내손안의 창덕궁’ 등을 내놨다. 하지만 이들 앱 역시 다운로드 수가 1000건~1만건 정도에 머물며 곧 퇴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기관들의 이 같은 행태를 두고 한 IT 전문가는 “공공앱 중 이 앱이 왜 개발돼야 하는지 명분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며 “최소한의 시장 타당성이나 실효성 검증은 차치하고, 기능상 변별력 없는 앱들이 다수”라고 평가했다.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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