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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한복광고, 국내 여론으로 재단하는 게 맞나

업계 “공공 쪽은 좋은 광고가 나올 수 없어”…전문가 “광고 효율만 따질 수 없는 문제”

기사승인 2017.12.05  10:23:35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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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안선혜 기자]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며 공개 하루만에 교체된 서울시의 뉴욕용 관광 홍보 포스터를 놓고 광고계 안팎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외홍보용 광고마저 국내 여론에 지나치게 좌우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지난 11월 30일, 뉴욕에 배포될 관광 홍보용 광고 시안을 공개했다. 이는 뉴욕시와 도시 공동 마케팅의 일환으로 맞교환 식으로 집행되는 것이다.

해당 광고는 한복을 입은 여성의 모습 뒤로 서울 주요 관광지인 광화문광장, 경복궁,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비치는 세 가지 버전으로 제작돼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소호, 뉴욕시 버스 정류장 등에 노출될 계획이었다.

서울시가 뉴욕시에 집행하려 했던 옥외광고 이미지 중 하나. 현재는 다른 이미지로 교체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성이 옷고름을 잡고 있는 모습과 “서울에서 잊을 수 없는 체험을”이란 광고 문구가 함께 배치되면서 성매매를 권유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비판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혹자는 ‘기생 관광’이 떠오르게 한다고까지 말했다.

이같은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시는 바로 다음날인 1일 “선정적으로 보인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겸허히 받아들여 광화문, 경복궁,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서울의 상징을 활용한 다른 디자인 시안을 뉴욕 광고로 활용할 것”이라 밝혔다.

“한국 전통의 미를 대표하고 최근 활성화된 한복체험을 모티브로 한 광고시안 중 하나”라는 입장이나, 의도와 다른 불필요한 논란을 조기에 종식시키고자 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서울시의 빠른 대처와는 별개로 하루만에 폐기 수순을 밟게 된 광고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해외 집행 광고를 국내 시각으로 평가한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광고계 관계자 A씨는 “해당 광고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불편해 하는 인식이 광고 집행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며 “국내에서 갖고 있는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해외에서도 똑같이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가 보다 엄격한 인식을 갖고 있다 보니 이런 반응이 나오는 듯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B씨 역시 “부정적 인식이 일부 이해가기는 하지만 너무 확대 해석됐다”며 “한복 입은 여성의 손 위치나 실루엣을 이용한 기법은 다른 글로벌 기업에서도 많이 썼던 크리에이티브인데, 서울시에서 하다 보니 크게 이슈화된 듯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외국인들 “어떤 부분이 성적으로 해석되는지 모르겠다”

해당 광고를 접한 외국인들은 선정성 논란에 대해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캐나다인 크리스 헌터는 “한복이나 서울 배경이 멋지다”며 “어떤 부분에서 성적으로 해석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일라나 루트는 “펼쳐진 야경이나 한복을 입은 모습이 한국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고, 일본인 토미오카 히로유키 역시 “한국 전통 스타일이 느껴져 좋다”고 긍정적으로 봤다.

다만 현재 국내에서 일고 있는 논란에 대해 설명하자 일라나 루트는 “광고 비주얼 자체는 훌륭하지만, 여성의 이미지를 활용해 방문을 유도하려는 생각은 별로 좋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크리스 헌터의 경우 “저고리 부분만 선명하게 표현한 게 한국에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으나, 사실 이 정도 이미지가 성적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해당 광고는 뉴욕시 옥외홍보물 기준에 따라 이미 검수를 거친 결과물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뉴욕이) 9·11테러가 있던 도시여서 항공기가 상공을 가로지르는 이미지는 안 된다는 등 자체적 규정이 있다”며 “조심해야 할 부분을 사전에 다 공지 받고 여러 의견을 반영해 수정하고 확인을 거쳐 발표된 이미지인데, 국내에서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지난 11월 30일 선보인 세 가지 버전의 시안. (왼쪽부터) 광화문, DDP, 경복궁.

이번 광고 논란을 국내에서 쟁점화되고 있는 젠더(gender) 이슈과 결부 짓기도 한다. 광고계 종사자 C씨는 “최근 페미니스트나 여혐 논쟁 등이 격화되면서 광고 해석을 놓고도 그런 시각이 투여된 듯하다”며 “우리나라가 글로벌적으로 좋은 이미지도 있지만 (과거) 성매매 이미지가 있던 것도 사실이긴 해 일견 이해되는 우려지만, 개인적으로는 무난한 광고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씨는 “공공 쪽은 좋은 광고가 나올 수가 없다. 조금만 튀어도 여러 말들이 나오니, 노멀(normal)하거나 포멀(formal)한 것만 내놓게 되는데, 그러면 또 뻔하다는 반응이 나와서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공공 영역에서 진행되는 일련의 광고·홍보 활동에 대한 태생적 한계는 앞으로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희복 상지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공공 영역에서 광고를 집행할 때는 목표 공중이 다양하고 아무리 의도가 없어도 해석에 따라 의도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같은 이슈가 사기업에선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닐 수 있지만, 공공은 효율로만 따질 수 없다. 광고의 효과성을 넘어 여론이나 견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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