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여관에서 움튼 ‘크리에이터 오형제’의 꿈
오래된 여관에서 움튼 ‘크리에이터 오형제’의 꿈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7.12.01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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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문화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문화장’

[더피알=이윤주 기자] 젊은 세대의 ‘인증욕구’ 포인트를 건드려 변신에 성공한 특별한 여관이 있다. 숙박 대신 커피를 팔고, 물 빠진 목욕탕은 테이블로 가득 찼다. 층마다 전시된 예술 작품들은 카페인지 전시장인지 아티스트 작업장인지 헷갈리게 한다.

SNS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이 곳은 대구 중구 동성로에 위치한 ‘문화장’이다.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실제 이 공간을 만든 건 각기 다른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다섯 명의 크리에이터다. 그들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구에 위치한 '문화장' 전경. 문화장 제공

이색적인 문화플랫폼을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2006년부터 광고기획자, 디자이너,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안무가로 구성돼 있는 ‘꿈꾸는 거인두상회’라는 모임이 있어요. 각 분야서 15년 이상 활동한 ‘쟁이’들이 모여 크리에이티브 시각과 문제점 등을 토론하는 자리에요.

2015년 12월, 여느 때와 같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크레에이티브 플랫폼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그러다 ‘만약 우리 다섯 명이 독수리오형제처럼 각자의 분야에서 가지고 있는 힘을 모은다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문화플랫폼을 좀 더 쉽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가 나왔죠. 이렇게 CSV(사회공헌적인 일도 하면서 비즈니스모델이 될 수 있는 플랫폼) 문화장이 만들어졌습니다.

대구에 위치한 '문화장' 모습. 문화장 제공

각자 역할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문- 광고기획자는 ‘콘셉트’라는 글을
화-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장- 건축가/인테리어디자이너/안무가는 공간을 꾸밉니다.

대구에 위치한 '문화장' 입간판. 문화장 제공

여관을 문화장으로 탈바꿈했다는 콘셉트가 독특합니다.

문화장오쟁이(5명의 크리에이터를 이렇게 표현했다)는 예술가와 대중의 인사이트를 모두 녹일 수 있는 문화플랫폼 사업카테고리를 정하고자 했어요. 대중에게 집-학교 다음으로 제일 많이 시간을 보내는 곳이 ‘카페’잖아요. 예술가들의 색깔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 싶었죠.

도시재생 차원에서 독립적이고 역사를 가진 공간을 찾기 시작했고, 대구 문화동에 40년 된 여관 ‘청수장’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올해 5월 문화장을 열었습니다.

내부 분위기가 오묘합니다. 욕조, 목욕탕 등 옛것과 함께 공존하려는 시도가 엿보이는데요, 특색을 살리기 위해 어떤 점을 신경쓰셨나요?

40년 된 문화적 가치가 있는 여관의 틀을 그대로 살려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가령 여관에 붙은 벽지는 7겹인데, 200명의 인원을 투입해 끌을 가지고 손으로 한땀한땀 뜯어내면서 지도 같은 느낌을 살리려 했습니다. 또 3층의 경우 기존 여관방과 욕탕을 있는 그대로의 느낌으로 새롭게 재탄생시켰고요. 거울과 보일러 등도 재해석해 도시재생의 오브제 문화를 재창조했습니다.

대구에 위치한 '문화장' 모습. 문화장 제공

테이블과 의자도 제각각인데요, 타 카페보다 불편해보이기도 해요. 이런 부분은 어떻게 어필했는지 궁금합니다.

타 카페보다 불편할 수 있지만 모두 스토리를 가진 가구들입니다. 그래서 의자와 테이블에 대한 역사를 알리는 큐레이팅을 진행하고 있죠.

예로 1960년도에 예술작품을 보관하던 지류함, 전기가 없던 시절의 영국 냉장고 등을 테이블로 씁니다. 또 1970년대 미국 초등학교에서 사용하던 의자, 청수장의 욕조의자 등을 사용합니다. 스토리로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메뉴판이 천장에 붙여져 있네요. 이유가 뭔가요.

하루에 하늘을 몇 번이나 올려보세요? 일과 공부에 치이고, 스마트폰과 TV, 모니터만 멍하니 보게 되는 우리네 일상 가운데 하늘을 올려다보는 여유를 드리고자 했습니다.

대구에 위치한 '문화장' 모습. 문화장 제공

아티스트는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게 되나요? 아티스트 선정 기준이 따로 있는지요.

지하 1층은 ‘시크릿아뜰리에’로 아티스트 1명에게, 1층은 3~4명, 2층은 5명, 3층은 20명, 4층은 10명 규모의 복합루프탑 전시로 대여해줍니다. 3개월 간은 무료로 지정받는 아뜰리에를 꾸미고 일주일 단위로 작품을 바꿔야 하는 의무를 부여했습니다.

문화오쟁이의 촉으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잠재성‧숨겨진 실력을 가진 아티스트 발굴합니다. 또, SNS에 찍고 올리는 등의 행동문화를 일으킬 수 있을만한 작품을 선별하죠.

그림부터 설치미술까지 작품과 전시 방식이 다양한데요, 아뜰리에에 배치하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나요.

작가의 색이 드러나야 하기에 자유의지에 맡깁니다. 다양한 아뜰리에를 컨트롤타워로 조정하기엔 이들의 색을 끌어내는 데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대구에 위치한 '문화장'에 전시된 작품. 문화장 제공

작가들의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나요.

관객이 작품을 보고 마음에 들어 하면 판매대행도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5개월 간 10점 정도의 작품이 팔렸어요. 또, 플리마켓을 통해서도 작가들의 수익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티스트들 반응은 어떤가요.

(이 전시 기회가) 작가로서 색깔을 만들어가는 초석이 되었다고들 말씀하세요. 매일 오셔서 본인의 아뜰리에를 조금씩 업데이트하며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방문해주신 분들이 SNS에 올리는 반응 하나 하나에도 행복해 한답니다.

'문화장' 아티스트들이 작업한 흔적. 문화장 제공

제2의 문화장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나요?

내년 4~5월 서울 강남과 여의도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2019년, 뉴욕의 브랜드 집합장소인 5th 에비뉴(Fifth Avenue)에 문화장을 세울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작가들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요.

앞으로의 계획도 말씀해 주세요.

오프라인 아뜰리에를 넘어 온라인상의 가상공간 아뜰리에를 만드려고요. 어플 기반으로 3D형태로 작품도 관람하고, 구매할 수 있는 이커머스 문화마켓을 만들 계획입니다. 더 나아가서 미국 51구역(공군 비밀기지)처럼 땅 밑에 개미집처럼 컨테이너 50개 정도 세워서 작가들의 땅굴아뜰리에를 운영하는 혁신도 꿈꾸고 있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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