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야심작 ‘핸드페이’, 반년 넘도록 지지부진
롯데 야심작 ‘핸드페이’, 반년 넘도록 지지부진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7.11.2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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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인지도에 효용성 물음표…“결제습관 변화 유도하는 인센티브 보이지 않아”

[더피알=서영길 기자] 롯데가 야심차게 내놓은 ‘핸드페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생체 인식에 기반한 결제 시스템으로 지난 5월 첫 선을 보였지만,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소비자들이 제대로 인지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핸드페이의 전초기지 격인 롯데 계열 세븐일레븐 매장에서도 단말기 설치에 난항을 겪으며 상용화까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롯데가 선보인 핸드페이는 정맥 정보로 결제하는 서비스다. 사진은 핸드페이 광고 한 장면.

핸드페이를 간단히 설명하면 사람마다 다른 손바닥 정맥 정보로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혈관 굵기나 선명도, 모양 등의 패턴을 이용해 결제 시 각 사람을 판별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의 결제 편의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아래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 2년여의 연구·개발을 거쳐 핸드페이를 출시했다.

공을 들인 만큼 핸드페이에 대한 롯데의 기대감도 크다. 실제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미래 핵심 전략으로 4차 산업혁명을 꼽으며,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유통 혁신을 주문한 바 있다. 그 첫 성과물이 핸드페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1000여곳 계획…현재 21개 불과

롯데카드는 핸드페이를 시장에 선보인지 두 달 만인 지난 7월, 올해 안에 계열사 주요 매장 1000여곳에 핸드페이 전용 단말기를 설치하고, 타 업체와 제휴도 추진해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핸드페이는 출시 6개월이 넘도록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관련 유통업계에서도 별다른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이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롯데카드에서조차 이렇다 할 홍보활동을 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5월 핸드페이를 처음 선보일 당시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점을 내세우며 언론에 대대적 홍보를 했던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그간의 홍보 활동을 보면 롯데카드가 지난 7월 롯데마트 및 세븐일레븐 매장 총 7곳에 핸드페이 단말기를 설치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공개했다는 보도자료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핸드페이를 적용한 1호 매장(세븐일레븐 롯데월드타워점)은 ‘상용화’라는 표현을 쓰기 무색한, 롯데 일부 임직원들만 사용할 수 있는 반쪽짜리 서비스였다.

이후 홍보·마케팅도 지지부진한 모양새를 보이다 최근에야 탤런트 김용건을 내세워 코믹하게 핸드페이를 설명한 15초짜리 광고를 내놨다. 해당 서비스 출시 후 6개월만의 광고다. 하지만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가 같이 만드는 옴니 시리즈 광고 중 하나인 관계로, 핸드페이라는 신규 서비스에 특화해 선보이지는 않았다.

탤런트 김용건을 내세운 '핸드페이' 광고의 한 장면.

광고를 본 누리꾼들도 핸드페이의 특장점에 주목하기 보다는 광고 콘셉트에 대한 장난스러운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일반 고객들이 핸드페이를 사용한 건 4개월 정도밖에 안됐다”며 “서비스가 확대 시행될수록 좀 더 공격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의 설명과는 달리 핸드페이의 확대 시행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특히 연내에 계열사 1000여곳에 핸드페이 전용 단말기를 설치해 상용화를 꾀하겠다는 롯데의 공언은 공염불에 가깝다. 올해가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수백 개의 매장을 더 늘리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카드 홈페이지에 등록돼 있는 핸드페이 설치 매장은 고작 21곳이다. 그나마 롯데의 심장부인 잠실 월드타워점에 있는 롯데마트 한 곳을 제외하면, 나머지의 대부분은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편의점(세븐일레븐)이다.

롯데가 핸드페이를 처음 선보이며 전초기지로 삼았던 곳이 바로 롯데에서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이었다. 소비자들의 일상과 가장 폭넓게 접점을 갖고 있다는 이유가 컸다. 하지만 새로운 전용 단말기를 설치할 때 드는 비용문제가 걸림돌이 되며 많은 세븐일레븐 점주들이 설치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핸드페이를 운영하는 롯데카드 관계자는 “(세븐일레븐) 가맹점에서 희망을 해야 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개인 사업자들이기 때문에 저희가 강요할 순 없다”며 “회사(롯데) 차원에서 비용을 대 설치해 주고 싶지만 여신법상 단말기 대금을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서비스 확산의 어려움을 전했다.

6개월 만에 광고, 소구 포인트 미흡

근본적으론 롯데카드의 낮은 시장 점유율이 신규 서비스에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1등 카드사 외엔 모든 서비스를 내놓으면 안 된다는 논리”라고 일축하며 “카카오톡이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나서 우리나라에서 살아남은 게 아니다. 선점효과 덕을 톡톡히 봤다고 본다”며 “핸드페이도 그런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원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롯데카드의 점유율은 8.9%로 업계 5위에 머물러 있다.

이와 함께 생체 정보를 등록할 수 있는 센터가 서울에만 편중돼 있는 점도 해결해야 할 난제다. 현재 경기 오산시나 군포시, 부산 연제구에도 핸드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매장이 있지만 손바닥 정맥을 등록할 수 있는 롯데카드센터는 10곳이 전부다. 이들 센터는 모두 서울에 있다.

핸드페이 1호점인 세븐일레븐 롯데월드타워점. 뉴시스

결국 핸드페이는 서비스 확산에 키(key)를 쥐고 있는 관련 업계의 폭넓은 동의를 구하지 못한 것은 물론, 기본 인프라 구축에도 애를 먹으며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핸드페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사용할 만한 소구 포인트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은 “통상 소비자들의 (결제)습관을 바꾸기 위해선 행동 변화의 동기를 부여 할 수 있는 큰 인센티브(보상)가 필요하다. 하지만 핸드페이엔 이런 명확한 인센티브가 보이지 않는다”며 “롯데가 간단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 점을 간과해 서비스 확산에 애를 먹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 소장은 “핸드페이를 등록한 소비자가 호기심을 갖고 주변 마트나 편의점에서 사용하려고 했을 때 매장에 시스템이 없으면 마이너스 홍보 효과를 줄 수밖에 없다”며 “사용자 경험에 비춰 볼 때 한 번 (이용이) 거절당하거나 불편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면 그 이후부턴 아예 쓸 생각을 안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 소장의 지적대로 현재 핸드페이를 사용하려면 먼저 롯데카드를 만들고 지정된 센터에서 자신의 손바닥 정맥을 등록해야 하는 등 추가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이를 사용할 수 있는 매장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에 대해 롯데카드 관계자는 “저희가 모든 가맹점을 다 섭렵해 결제 시장 점유율에서 1등을 하자는 게 아니”라며 “편리한 결제 경험을 고객들에게 안겨주고, 이 같은 사용자 경험이 누적되면 자연스레 핸드페이 서비스가 확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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