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경쟁 방불케 한 ‘지진 마케팅’, 과연 최선입니까?
속보경쟁 방불케 한 ‘지진 마케팅’, 과연 최선입니까?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7.11.15 20:2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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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지진 발생 30여분 만에 나타난 ‘유희 콘텐츠’, 국민 안전 위협 상황과 괴리

[더피알=안선혜 기자]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덩달아 바빠진 이들이 있다.

피해 현장을 수습하는 소방대원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방대한 콘텐츠들이 넘쳐나는 온라인 공간에서 솔깃한 이야깃거리로 어떻게 해서든 이목을 끌어야 하는 소셜미디어 담당자들이다.

소셜커머스업체 위메프는 최초 지진이 발생한 지 불과 30여분 만에 “지금 나만 느낀 거 아니죠?”라며 지진방재모자를 알리는 홍보물을 자사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안전안전해라는 해시태그 문구도 붙였다. 옥션 역시 약 두 시간 만에 동일한 상품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왼쪽부터) 페이스북에 올라온 위메프 게시물과 옥션, 경동나비엔 게시물.

트렌드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보일러 브랜드 경동나비엔조차 자사 제품의 내진 성능을 강조하는 게시글을 선보였을 정도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사회적 관심이 모이는 이슈에 올라타 자사 제품 내지 브랜드 홍보를 연계시키는 건 소셜 공간에서 활동하는 마케터들의 숙명과도 같다.

지난 5월 G마켓이 김무성 의원의 ‘노룩패스’를 패러디한 캐리어 홍보 게시물로 이슈 파이팅에 성공했고, 동아오츠카 등도 국정농단 사태로 어지러울 때 우주 한 가운데서 명상하는 오로나민C 이미지와 함께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란 드립을 날리며 여러 차례 회자된 바 있다.

이같은 전례에 고무됐는지 대형 이슈가 발생했을 때 마케터들의 움직임은 가히 언론의 속보 경쟁을 방불케 한다. 치고 빠지기 위해 미리 장전해 둔 총으로 일단 쏘고 본다.

하지만 언론의 속보 경쟁 속에서 여러 혼란과 부작용이 있듯 마케터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할 시기이다. 재기발랄함으로 시선을 끄는 것도 좋지만, 국민 안전과 관련된 엄중한 사안에 있어선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실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될 정도로 이번 지진의 여파가 가져온 심리적 충격이 상당하다. 마케터들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부여잡기 위해 지진을 언급할 때 어디선가는 건물 외벽이 무너져 내리고, 그 잔해가 거리를 나뒹굴고, 차량은 파손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역에서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해 도로가 갈라지고 건물 외벽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뉴시스

이용자들 반응은 좋다. 마케터의 ‘열일(열심히 일함)’에 혀를 내두르며 환호한다. 그럼에도 당장의 마케팅 효과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뒷맛은 남는다.

국민 안전과 관련된 부분에서 너무 가볍게 터치한 마케팅이 주는 불편함은 기자의 ‘꼰대’적 발상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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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라고해 2017-11-16 09:24:09
면피용으로 쓴건지 진심으로 그렇게 느껴서 쓴건진 모르겠지만 '기자의 ‘꼰대’적 발상인 걸까.' 라고 쓴 걸 보면 본인도 최소한은 저렇게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도 저걸 올린 마케터 본인은 아니니 그들의 생각을 100% 다 읽을 순 없다. 하지만 이슈를 활용해서 '물 들어올 때 노젓자'라는 생각에 앞서 무엇이 도움이 될까를 더 많이 고민했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왜이렇게 세상엔 불편한 사람이 많은건지... 그저 좋은 건 좋다고, 잘한 건 잘했다고 한 마디 해주면 어디가 덧나는 건가 ㅋㅋ

갓맥 2017-11-16 06:18:37
진동을 느꼈을 때 너무 당황해 페북을 켰더니
해당 관련 안전 제품이 나와 적절한 타이밍이라 감탄했을 뿐..

특히나 이런 긴급 재난이 일어났을 때 관련 안전상품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전 긍정적이였습니다. 지진마케팅이란 프레임으로 가두는 것 보단 칭찬할 건 칭찬해줘야 하는게 아닐까요? 이거 사서 안전을 지킨 사람들 입장에선 너무 감사해할텐데 말이죠.. 단순한 홍보마케팅으로 매도하는 시선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