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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사이트 넘쳐나는데 방심위는 휴업 중

심의위원 인선 진통, 언론정상화 노력 피로감 우려

기사승인 2017.11.09  13:35:05

이상요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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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가 접속하려는 정보(사이트)에서 불법·유해 내용이 제공되고 있어 해당 정보(사이트)에 대한 접속이 차단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이런 경고창이 뜨는 경우가 있다. 주 대상은 성인 사이트, 지나치게 폭력적이거나 혐오감을 주는 사이트, 청소년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사이트들이다.

그 외에도 국가 및 국민 모독과 훼손, 전복 등의 불온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곳이나 테러단체 사이트, 개인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등을 조장하는 사이트, 자살을 방조·교사 사이트, 도박이나 현금지불 강요 등의 영리목적 사이트, 불법다운로드 사이트 등도 포함된다.

불법 유해사이트 차단을 안내하는 창.

이 경고창을 만나면 누구나 뜨끔해질 것이다. 은밀하게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것처럼. 운영 주체를 가리키는 하단부에는 사이버경찰청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로고가 나란히 게재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운영 주체는 후자인 방심위다.

인터넷 유저들은 ‘웹의 자유’를 가로막는 사례로 아동청소년보호법, 게임셧다운제와 함께 이 차단조치를 거론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런 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방심위에 따르면 6~8월 두 달 동안에만 1767건이나 되는 몰카 피해 민원이 접수됐다. 이 중 1258건은 방심위가 해당 사업자에게 자율처리를 요청해 영상 또는 사진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조치가 되었지만, 나머지 509건의 민원은 아직 처리되지 못하고 대기 상태다.

자율처리를 요청해도 받아들이지 않는 사이트나 사업자에게는 방심위가 불법·유해 여부를 심의해 강제 삭제 등 시정명령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방송·통신·인터넷 그린존 지키미 기능 마비

그러나 방심위는 현재 5개월째 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12일 3기 심의위원 임기가 끝났지만, 후속 4기 심의위원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공석인 채로 남아있어 벌어진 일이다.

방심위 심의위원 9명은 대통령과 국회의장, 국회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각각 3인씩 추천하고 대통령이 위촉한다. 임기는 3년이고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지난달 13일 열린 국감에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의원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아직까지 위원회가 구성되지 않는 것은 여야 추천 구성 비율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현재 대통령 추천 3인은 추천이 완료된 상태다. 이를 제외한 국회의장과 상임위 추천 6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위원회는 여야 6:3 구조로 구성됐다. 이에 따라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각각 1명씩 추천하도록 논의가 진행되어 오던 터였다. 그런데 한국당이 2명을 추천하겠다고 나서면서 구성 비율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방심위 구성 지연으로 업무 차질

한국당은 최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과정에서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해 빈축을 산 바 있다. 방문진 보궐이사 2명을 한국당이 추천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방문진 이사 구성도 여야 6:3 구조로 구성됐었다. 옛 여권 추천 이사 2명이 사퇴하고 난 공석은 정권 교체 이후 바뀐 여권이 추천해야 그동안의 관례에 부합한다. 한국당은 이를 빌미로 국정감사를 전면 거부하기도 했다. 한국당의 이런 행태는 명분도 없고 대다수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도 없다.

방송통신위원을 교체하면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면서 방통위 구성에 진통을 겪었다. 방통위는 여야 3:2 구조다. 정권 교체 직전인 4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김용수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을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지명을 강행하자 민주당은 ‘알박기 인사’라고 반발했다.

정권이 교체되자 김용수 위원은 미창부 2차관으로 깜짝 발탁되고 그 자리는 민주당 추천인사로 메워졌다. 그러자 이번엔 한국당이 ‘꼼수’, ‘언론장악 음모’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정확히 말하면 꼼수는 한국당이 부렸고 민주당은 이를 바로 고친 것이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방송공사·한국교육방송공사에 대한 국정감사가 파행된 가운데 고대영 KBS 사장의 인사말이 발언대 위에 놓여져 있다. 뉴시스

10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인터넷 유해콘텐츠와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한 심의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이런 문제들은 방심위원들이 새로운 심의 규칙을 제정해야 해결이 가능한 문제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고 해결코자하는 몰카 성범죄에 대한 효과적인 조치도 새로운 방심위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큰 그림 먼저 생각해야

정권 교체 반년이 지나도록 정부 조각이 완성되지 못했다. 방송통신 관련 인선도 지지부진하다. MBC는 이제 해결 가닥을 잡았으나, KBS나 방심위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이 때문에 격변하는 미디어 생태계에 대한 대응이나 언론정상화 노력에도 자칫 피로감이 몰려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언론이 건강성을 되찾고 미디어 생태계의 다양성 구축이라는 큰 그림도 그려나가야 할 때다. 이를 잊어버리고 인선 과정에 억지주장을 내세우면서 발목이나 잡는 야당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여당도 국민 피로감이 쌓이지 않도록 좀 더 의지를 가지고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이상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도교양특별분과 위원
전 <KBS스페셜> CP

*이 글은 논객닷컴에 게재된 것입니다.

이상요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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