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표방 지자체장, 구민과 ‘SNS 설전’
소통 표방 지자체장, 구민과 ‘SNS 설전’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7.11.0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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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청장·민원인 댓글 논쟁…“전시행정에 업무 프로세스 무너질 수도”

“갑질은 갑질이지 근거없이 갑질하지 않았다는 건 무슨 말슴인지요. 그럼 근거 있는 갑질은 괜찮단 뜻인가요?”(광주시 동구 구민)
“OOO님, 말꼬리 잡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가 언제 근거 있는 갑질은 해도 된다 했나요?”(김성환 동구청장)

[더피알=서영길 기자] SNS에서 지방자치단체장과 민원인 간에 ‘댓글 논쟁’이 벌어졌다. ‘광주 동구청 직원이 갑질을 했다’는 민원 글이 올라오자 구청장이 직접 해명에 나서면서 온라인 언쟁으로 번졌다. 지자체장이 민원인과 터놓고 소통하려던 시도가 오히려 엇박자가 나며 문제를 키운 꼴이 됐다.

문제의 발단은 민원인 홍모씨가 운영하던 여행사의 간판에서 비롯됐다. 홍씨는 관광업 허가를 다시 받기 위해 구청 실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구청 공무원은 간판에 적힌 여행사 상호와 법인명이 다른 점을 문제 삼았다. 홍씨에 따르면 공무원은 간판과 관련해 영업정지 등을 언급하며 관광업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협박과 갑질을 했다.

김성환 구청장과 누리꾼들이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벌인 언쟁 캡쳐.

납득이 안됐던 홍씨는 문화체육관광부에 간판 표기에 대해 직접 문의했고, 동구청 공무원의 지적과는 달리 “법인명과 브랜드명을 다르게 해도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홍씨는 “(구청이) 알아보지도 않고 시민을 협박해서는 안된다”고 비난하며, 지난달 31일 이 같은 내용을 김성환 구청장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평소 SNS를 통해 구민과 소통해왔던 김 구청장은 이튿날 이에 대해 사과하며 직접 해명에 나섰다. 김 구청장은 홍씨의 게시물에 문체부 시행령을 찍은 사진까지 첨부해 “(해당 직원은) 문체부 지침에 충실한 응대였다. 공무원이 규정에 입각한 행위를 한 것을 나무랄 수 없지만, 친절 응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교육하겠다”고 적었다.

하지만 공무원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에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홍씨는 “팔은 역시 안으로 굽는다”며 불만 섞인 댓글을 달았고, 다른 누리꾼들도 구청의 일처리에 대해 비판했다.

김 구청장은 “법령과 지침이 현실에 맞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적당히 용인해주는 문체부에 문제가 있다. 저희 직원이 근거 없이 갑질을 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며 재차 해명했으나, 한 누리꾼은 “갑질은 갑질이지 근거 없는 갑질은 또 무슨 말인가? 근거 없는 갑질은 안되지만 근거 있는 갑질은 해도 된다는 뜻인가”라고 맞받아쳤다.

김 구청장도 이 댓글에 “말꼬리 잡지 마시라. 내가 언제 근거 있는 갑질은 해도 된다 했느냐”며 해당 누리꾼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동구청 홍보실 관계자는 “구청장님이 실무자에게 보고를 받고 민원인과 소통하려는 차원에서 직접 댓글을 달았다”며 “직접 소통으로 구민들의 민원을 빨리 해결해 주려 노력하는 분인데, 상황이 이렇게 돼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당 민원인하고는 담당 공무원이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간판 문제는 법인명을 별도로 작게 표기하는 걸로 원만하게 해결했다”고 덧붙였다.

민원인 홍씨는 동구청 측이 찾아와 사과했다면서도 “(동구청 지시대로) 법인명을 간판에 다시 표기하느라 괜한 시간과 비용만 더 들었다”며 씁쓸해했다.

결과적으로 구청장이 직접 나서 민원인과 소통하려다 되레 역효과만 초래한 모양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이재명 성남시장처럼 SNS로 직접 소통하며 인기를 얻는 경우들이 종종 있지만, 이번 이슈는 한 조직의 수장이 민원인에게 자신의 의견을 직접 표명한 경우라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밍글스푼 송동현 대표는 “댓글 논쟁을 떠나 적절치 못한 대응이었다. 정치인들이 인지도를 높이거나 사회 이슈화를 위해 SNS를 이용하는데, 지금 대중은 부정적 이슈를 그 자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커 결국 자신의 정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또 송 대표는 김 구청장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구청의 업무 프로세스도 망가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구청장이 직접 나서 민원에 일일이 응대하면 이를 본 구민들이 앞으로 구청장 페이스북에 민원을 직접 올릴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게 되면 업무 프로세스가 무너져 실질적으로 일을 하는 공무원들의 얘기를 구민들이 무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통을 중시하는 구청장이라면 차라리 민원인을 직접 찾아가 고충을 듣고 문제를 해결하는 게 훨씬 나았을 것”이라며 “원점과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해당 이슈를 원만하고 신속하게 끝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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