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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을 내려놔야 평창이 ‘힙’해진다”

[평창동계올림픽 홍보 점검①]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 이종혁 교수와의 브레인스토밍

기사승인 2017.10.31  14:02:49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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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101일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실전테스트 모습. 뉴시스

[더피알=강미혜 기자] 한 언론 칼럼은 평창동계올림픽을 ‘108번뇌’로 비유했다. 티켓 108만장 판매가 목표인데 30%만 팔린 난감한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G-100일을 맞은 평창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더피알은 평창올림픽을 통해 국제대회를 위한 진일보한 커뮤니케이션을 생각하는 기획시리즈를 준비했다. 그 첫 번째는 꽉 막혀 있는 올림픽 홍보에 돌파구를 찾는 차원에서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 이종혁 교수와 브레인스토밍의 시간을 가졌다.

2전 3기 끝에 ‘더반의 기적’을 이뤘습니다. 정말 힘들게 잔칫상 예약해놨는데 어찌된 일인지 손님들이 ‘아웃오브안중’인 상황입니다. 발등에 불 떨어진 평창동계올림픽, 어떻게 홍보해야 할까요.

지금 평창은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봐요. 올림픽을 알리기 위해 붐업 조성에 나선다는데 사실 저조차도 피부에 와 닿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붐업만 생각하다 보면 사람들이 많은 곳을 찾게 되고, 그러면 결국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조급한 홍보 이벤트, 프로모션만 하게 돼요. 물론 그런 활동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지금은 조금 결이 다른 홍보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 이종혁 교수(왼쪽)와 강미혜 기자. 이 교수는 "올림픽 자체를 홍보하기보다 올림픽을 계기로 평창이라는 곳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송은지 기자

예산을 써도 붐업이 안 되는 마당에 어떤 홍보를 할 수 있을까요?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올림픽 자체를 홍보하기보다 올림픽을 계기로 평창이라는 곳을 알려야 합니다. 한 번 생각해보세요. ‘동계올림픽 열리니 평창에 오세요’라고 하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네, 갈게요’ 할까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평창을 찾게 하려면 올림픽이라는 동계스포츠를 내려놓고 문화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큰 틀에서 보면 스포츠도 문화이긴 한데, 그래도 올림픽 홍보에 올림픽 빼라고 하시는 건 너무 과감한 발상 아닌가요.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진짜 중요한 건 사람들이 평창에 가고 싶게 만드는 거잖아요. 평창을 올림픽의 도시, 동계스포츠의 메카로 강조한다고 해서 그렇게 될까요?

그보다는 우리가 잘 몰랐던 평창이란 도시를 ‘힙’하게 포지셔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 답이 문화에 있다고 보는 거고요. 단기간에 불을 확 떼는 게 아니라 군불이 지속될 수 있도록 홍보의 씨앗을 심는 것, 올림픽 이후에도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생각해야 합니다.

올림픽의 홍보를 위한 문화를 언급하셨는데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이 가능할까요?

정말 이상적인 예 하나를 들어보겠습니다. ‘뱅크시 인 런던(BANKSY in LONDON)’ 들어보셨나요? 그런 식의 접근으로 ‘뱅크시 인 평창(BANKSY in PYEONG CHANG)’은 어떨까 싶어요.

뱅크시(Banksy)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미술가 겸 그래피티 아티스트(graffiti artist)다. 얼굴도 본명도 알려지지 않은 채 베일에 싸여 있다.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그의 작품은 주로 공개적인 장소에 전시된다. 현재 전 세계 주요 도시의 거리, 벽, 다리 위 등이 ‘뱅크시 갤러리’가 되고 있다. 그의 작품을 직접 보기 위해 도시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큐레이터가 동행할 정도다.

이 교수는 "뱅크시와 같은 세계적 예술가, 유망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해 평창이란 캔버스를 완성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뱅커시 대표작 '풍선을 든 소녀'(2007). 출처: 플리커

쉽게 말하면 스트리트 아트를 제안하시는 건가요?

단순하게 그래피티나 벽화의 개념이 아니에요. 뱅크시와 같은 세계적 예술가, 유망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해 완성하는 아트를 얘기하는 겁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발현시키되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행복, 평화, 환경, 스포츠, 문화 등을 주제로 메시지를 공유할 수 있도록 평창을 캔버스로 열어주는 거예요. 만약 평창에 뱅크시와 같이 감각적인 작가의 작품이 있다고 생각해봐요. 강 기자님이라면 가보고 싶지 않겠어요?

문화 프로젝트가 솔깃하긴 한데 G-100일이면 올림픽 홍보에만 집중해도 빠듯한 시간입니다. 교수님께서도 말씀하셨다시피 너무 이상적인 아이디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뒤집어서 생각하면 100일이니까 오히려 무언가를 시작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가령 그래피티 작가로 알려진 심찬양 씨도 미국 뉴욕과 LA 등지를 여행하는 석 달 정도의 기간에 한복 입은 여성과 한글 그림으로 공전의 히트를 쳤습니다. 그런 식으로 평창도 작품성 있는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공감형 캠페인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평창이란 도시가 곧 캔버스가 되도록. 올림픽 광고는 광고대로 집행하면서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겁니다.

그래피티 작가 심찬양이 미국 LA에서 그린 그림. 출처: 심찬양 인스타그램

심찬양은 지난해 미국 도시를 여행하며 한복 입은 흑인 여성과 한글을 그림으로 남겨 그래피티 본고장에서 호평을 끌어냈다. 한국적 그래피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어 무비자 체류 허용 기간인 90일 동안 미국 4개 도시를 돌며 그린 결과물이었다.

심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은 그래피티를 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 재료가 되는 스프레이 페인트 가격이 너무 비싸고 그릴 장소도 마땅하지 않다”며, 앞으로 사람들이 기대하는 그림을 좀 더 해보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평창의 곳곳에 예술을 입히는 활동을 왜 지금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사람을 불러 모으려면 앞서 얘기했듯 힙한 도시로 만들어야 하니까요. 올림픽에 관심이 없고 붐업도 안 되어 있다고 하면서 올림픽 티켓을 팔기 위해 광고를 집행한다? 뭔가 이상하잖아요. 마켓이 없는데 제품 팔겠다고 두 팔 걷어붙이는 거랑 뭐가 달라요. 그런 억지스러운 거 말고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도록 매력요소를 심자는 겁니다.

평창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건데, 저는 그걸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도시에 투입하는 것이라고 보는 거죠. 다양한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평창을 캔버스로 내어줘 도시 자체가 하나의 갤러리가 되게 하고, 홍보하는 사람은 갤러리를 안내하는 큐레이터 역할을 하면 되는 겁니다. 올림픽타운 외 평창의 곳곳을 ‘뱅크시 갤러리’로 만들었다고 하면 아마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일부러라도 찾아와서 볼걸요?

포스트 올림픽 대비 평창 홍보를 기획하라는 말씀이신 거죠?

그렇습니다. 동계올림픽 하나만 가지고 평창에 가서 보고 즐기라고 하면 쉽게 설득이 안 되니까요. 올림픽 경기의 흥미성, 애국심 고취도 중요하지만 올림픽을 계기로 평창에 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평창이란 도시에 필요한 콘텐츠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가장 전략적인 선택일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물론 행사가 끝나고 나서 다 철수해도 지역경제 활성화나 관광효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큰 예산이 들어가는 국가 행사인데, 기왕이면 그 중 일부라도 장기적인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인 거죠.

이 교수는 "단기간에 핫하게 만들 생각을 버리고 평창을 힙하게 만들라"고 거듭 당부했다. 사진: 송은지 기자

장기적인 콘텐츠 플래닝, 브랜딩을 위한 노력은 비단 올림픽뿐만 아니라 모든 홍보활동에도 필요한 일인데요.

커뮤니케이터라면 홍보의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해요. 단순히 사람을 모아서 붐업시키는 개념의 홍보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해서 배치하는 역할이 돼야 합니다.

평창올림픽이 성공하려면 평창이라는 지역이 힙해져야 한다고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요, 그러기 위해선 홍보가 달라져야 하고 관(官)에 있는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해요. 올림픽을 어떻게 알릴지로 승부할 생각 말고, 올림픽을 계기로 평창과 강원도에 어떤 콘텐츠를 심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오늘의 논의를 한 줄로 요약하면 “올림픽에 연연하지 말고 문화를 심어 평창을 힙하게 띄워라” 정도가 되겠네요.

맞아요. 세계인이 평창에 오고 싶도록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데 동계스포츠만으론 역부족이에요. 지금 중요한 건 ‘넛지’(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입니다. 평창올림픽도 평창에 관심을 갖도록 툭 건드려 주는 넛지 같은 홍보가 필요해요.

이 관점에서 보면 흔히 얘기하는 붐업이란 말부터 버려야 해요. 국민은 더 이상 대중이 아닙니다. 지금은 광고보고 물건 사는 매스미디어 시대가 아닌 거 다들 알지 않습니까. 시대가 진작 바뀌었는데 전통 홍보만을 한다면 어떻게 잘 되겠어요. 단기간에 핫하게 만들 생각을 버리고 평창을 힙하게 만들라고 거듭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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