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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져야 사는’ 미디어 세상

[기자토크] 언발에 오줌만 누다 세월 보낸다

기사승인 2017.10.25  13:36:51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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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강미혜 기자] 저잣거리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게 세상 이치이듯, 지금 언론시장은 잘 조지는 놈이 잘 살아가는 시정아치의 터전이다. 리드 한 줄에 과격한 단어를 늘어놓는 까닭은 국내 미디어 생태계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는 확신에서다.

‘불가근 불가원’이라는 고상한 표현을 붙여 서로 간 얌전을 빼봐야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정상적인 시장의 논리로 언론(기자)과 기업(홍보인)의 관계가 서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소수의 유력 언론이 여론을 독과점하던 과거엔 그나마 ‘정(情)’이라도 있었지만, 헤아릴 수조차 없이 많은 매체가 공존하는 지금은 ‘쩐(錢)’이 없으면 말 한 마디 붙이기가 힘들다.

국내 미디어 생태계는 생존본능 아래 서로 물고 물리고 씹히고 뜯기는 관계로 얽혀 있다. 픽사베이

더피알 기자로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언론과 홍보 양단의 속성을 접해본 결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이토록 정확히 관통하는 분야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홍보인들은 ‘나쁜 언론’이 전체 언론계 물을 흐리고 있다고 성토하지만, 기자 입장에선 정공법으로 승부하면 아수라의 경쟁 속에서 소리 소문 없이 스러지는 판이라 진작 윗물에서부터 흙탕을 일으켜왔다.

실제 몇날며칠을 머리 싸매고 앉아 썩 괜찮은 기사를 내놓아봐야 ‘잘 봤다’는 피드백 한 마디 듣기 어렵다. 반면 오너 심기에 손톱만한 생채기라도 날 만한 기사는 게재된 지 몇 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열렬한 반응이 온다. 광고·협찬은 옵션으로 따라붙는다.

맞은 사람이 정색하고 따지고 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멍석 깔고 뛰놀 수 있는 마당을 깔아주는 꼴이다. 상황이 이러니 기성언론은 물론이거니와 소위 ‘마이너’라 불리는 숱한 매체들도 생존의 기술을 자가발전으로 터득하게 된다. 한 마디로 타점 높은 ‘임자 있는 기사’로 기자의 권위와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네이버의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정 단체의 청탁을 받고 스포츠뉴스의 배치를 인위적으로 바꿨다는 ‘죄’ 때문에 흡사 나라를 팔아먹은 역적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 ▷관련기사: 코너에 몰린 네이버, 어떤 카드 꺼내놓을까

포털 이용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보면 네이버의 이번 조작 사건은 ‘괘씸죄’ 정도지, 언론들이 떠드는 것처럼 여론을 조작·호도하는 천일공로 할 ‘대역죄’는 아니다. 잘못에 대한 정중한 사과와 재발방지의 약속을 철저하게 받아내면 그만인 일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언론이 네이버를 정조준해 비난하는 것은, 십수 년간 어르고 달래고 갖은 묘책을 써도 도통 말이 안 통했기에 이번 기회에 제대로 혼내주자는 심산이 깔려 있다.

좀 더 리얼하게 얘기하면 일개 민간기업 주제에 감히 ‘제4부’(언론) 위에 군림하는 것도 모자라 ‘갑질’까지 한 데 대한 처절한 응징이다. (포털이 뉴스 문고리를 틀어쥐고 언론을 줄세운 과(過)와 문제들은 논외로 둔다)

30여년 간 언론계에서 활동한 대선배는 수년 전 “유력지 1년차 기자도 기사와 광고를 딜(deal)하는 판국에 더피알 같은 신생매체가 크려면 티 안 나게 후려치는 사람 몇은 필요하다”는 말을 한 적 있다.

“좋은 콘텐츠로 인정받으면 대성까진 아니어도 유지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물음에 “‘깡패짓’ 하느냐 ‘앵벌이’ 하느냐의 차이”라며 “뭘 해도 체면을 구길 바에야 빨리 돈 벌어서 정승처럼 쓰는 게 낫다”는 답변이 돌아왔었다.

당시엔 소셜로 새롭게 재편되는 미디어 환경을 잘 모르는 ‘꼰대’의 잔소리 쯤으로 치부했지만, 지금에 와서 주변을 돌아보니 씁쓸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언론계의 현실이다.

생존본능 아래 서로 물고 물리고 씹히고 뜯기는 관계. 분명한 건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미디어 시장은 정상적인 방법으론 살 수 없는 요지경 속일 것이라는 점이다.

‘조지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니’라는 진리가 4차산업 시대를 목전에 둔 지금도 유효하니 잘 될 턱이 있나. 이쪽이나 저쪽이나 언발에 오줌만 누다 세월 보낼 수밖에.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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