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최종 고객은 아이들입니다”
“저희 최종 고객은 아이들입니다”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7.10.20 14: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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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Talk Talk] ‘월드비전’의 뉴(new)비전을 커뮤니케이션하는 에이스 3인방

[더피알=서영길 기자] 구호단체 광고 속 아이들은 항상 불쌍해 보이고 동정의 대상이 된다. 속된 말로 단체 로고만 가리면 어디서 만든 광고인지 모를 정도로 천편일률적이다. 그렇다고 구호단체 특성상 마냥 가볍게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여기 진지함과 크리에이티브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 하는 곳이 있다. 단체 로고를 가려도 ‘월드비전’ 콘텐츠인지 금세 알 수 있을 정도다.

비전스토어 홍보를 위해 만든 '여행에 고프다' 중 한 장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후원은 생명과도 같다. 세계 대부분의 구호단체들이 인정(人情)에 호소하는 광고·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광고 속 등장인물들은 항상 궁핍한 모습이다. 구호단체가 설립된 60~70년 전이나 디지털과 인공지능이 보편화된 지금이나 이 같은 소구 방법엔 변함이 없다.

마케터들이 크리에이티브가 없어서일까? 아니다. 그만큼 후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가 어려워서이다. 유행하는 소재라고 무턱대고 차용하기도 어렵고, 요즘 잘 먹힌다는 코믹 요소를 넣어 바이럴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남들은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해서 존재감을 알린다지만 이 분야에서 노이즈는 곧 퇴출이나 다름없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월드비전 마케터들의 콘텐츠는 신선하다. ‘그것이 알고싶다’ 콘셉트를 가져다 궁금증을 유발하며 캠페인을 알리고, 브랜디드 콘텐츠 방식의 동영상을 만들어 후원자들의 사업체를 자연스레 홍보해 주기도 한다. 제한된 환경에서 새로운 후원 마케팅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의 ‘에이스’들을 만났다.

(왼쪽부터) 월드비전 커뮤니케이션팀 김유진 간사, 배고은 대리와 디지털마케팅팀 방승빈 대리. 사진: 서영길 기자

단도직입적으로 ‘올드(old)비전’이란 말,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유진 커뮤니케이션팀 간사(이하 김 간사) : (웃음) 아무래도 월드비전이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그런 이미지가 생긴 것 같아요. 또 김혜자 선생님이 오랫동안 홍보대사를 하고 계시고, 사랑의 빵 저금통 캠페인이 긴 시간 진행되면서 브랜드가 올드하다는 인식이 생겼죠.

방승빈 디지털마케팅팀 대리(이하 방 대리) : 사실 올드한 방법은 구호단체에서 어쩔 수 없이 많이 쓰입니다. NGO가 재정적으로 충분치 않아 다른 시도를 잘 못하는 이유도 있지만, 대중들에게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키는데 올드한 소구법이 아직까진 효율적이기 때문이죠.

김 간사 : 그렇지만 저희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도 필요하다 생각했고, 최근 들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어요. 올드비전이 아닌 뉴(new)비전을 보여줘야죠.

배고은 커뮤니케이션팀 대리(이하 배 대리) : 그래서 동영상이나 카드뉴스 등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또 제약은 있지만 어느 정도의 트렌드도 반영하고 있고요.

어떤 점에서 제약이 있나요.

배 대리 : 단체 특성상 표현 방법이나 소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일반 회사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세상 모든 재밌는 얘기를 쏟아 부으면 되잖아요?(웃음) 근데 저희는 한정된 소재와 표현으로 눈에 띄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 해요. 또 단어를 선택할 때도 신경이 많이 쓰이죠. 예를 들어 젊은층에서 재밌게 사용하는 ‘개이득(큰 이득)’이나 ‘존맛탱(정말 맛있다)’ 같은 단어를 저희가 쓸 수는 없죠. 매번 썼다 지웠다를 반복합니다.(웃음)

김 간사 : 아무래도 재정적인 면이죠. 요즘엔 디지털 마케팅 시장이 뭐든 돈으로 움직이잖아요. 하지만 후원자분들이 보내준 돈이기에 그만큼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써야한다는 고민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첫 번째 기준이 예산이죠.

배 대리 : 그래도 저희 SNS 플랫폼에 올리는 콘텐츠는 거의 돈을 안 쓰고 한다고 보면 되요.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고나 할까요?

방 대리 : 유를 창조했네요. 최소한 더피알 기자님 눈에 저희 콘텐츠가 노출됐잖아요.(모두 웃음)

sbs '그것이 알고싶다' 콘셉트를 차용해 재이슈 몰이에 성공한 '마이키즈' 캠페인.

타 구호단체에 비해 다른 식의 마케팅을 시도하는 듯 한데요.

배 대리 : 그것이 알고싶다 콘셉트를 차용해 만든 동영상이 이슈가 됐는데, ‘마이키즈’라는 저희 캠페인을 알리기 위해 제작된 콘텐츠에요. 자기와 비슷하게 생긴 아동을 찾아 주는 앱을 사용해 대중에게 후원을 이끌어내고 재미도 주는 거죠.

방 대리 : 마이키즈 캠페인이 2013년부터 시작됐는데, 이 영상 조회수가 12만건이 넘게 나왔어요. 좋은 캠페인이 재조명을 받게 돼 보람이 있었죠.

김 간사 : ‘잘가요 월드비전’이란 캠페인도 있는데, 이건 슬로건이 대중들에게 많이 어필했어요. ‘진정한 후원은 후원이 끝나게 하는 것이다’라는 슬로건 인데요. 한 아이가 자라는데는 음식 뿐 아니라 공동체, 보건, 교육 등이 필요하잖아요. 저희가 15년 동안 한 곳에서 구호개발을 해 결국 자립 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그래서 잘가요 월드비전이에요.

구호단체로는 특이하게 브랜디드 콘텐츠도 만들었는데.

배 대리 : 비전스토어(매월 후원 하는 사업체에 자격이 부여됨) 캠페인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홍보를 하려는데, 그때가 마침 여름휴가 시즌이었어요. 그래서 ‘여행에 고프다’라는 주제로 브랜디드 콘텐츠 식의 홍보물을 기획했고, 검색량도 고려해 제주도와 여행이란 키워드로 콘셉트를 잡았죠.

제주에 있는 후원 업체 한 곳에서 렌트카를 빌려 제주를 여행하며, 다른 후원 업체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로드무비식 동영상이었어요. 얼마 후에 왜 우리는 안 넣어줬냐고 삐치는 후원자분들도 있었어요.(웃음)

김 간사 : 보통 후원자를 소개하는 방법이 만나서 인터뷰하고 딱딱한 사진 한 장 찍어 소식지 같은 곳에 싣는 정도거든요. 근데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게 현실이죠. 그래서 이런 방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아이템을 고민해 보다 떠올린거죠. 또 브랜디드 콘텐츠로 기획한 만큼 후원과 연관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사람들이 영상에 나온 업체의 치킨이나 해장국을 먹고 싶게 만든 거죠.

‘여행에 고프다’는 시리즈로 만들 계획인가요.

배 대리 : 여름휴가에 맞춰 일시적으로 만든 거예요. 근데 반응이 좋아서 또 만들 계획은 있어요. 제주도를 하고 나니까 다른 곳에서 우리 지역에도 와달라고 요청이 오고 있어요.(웃음) 하지만 콘셉트는 시즌이나 당시 이슈에 맞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식상하지 않도록 어떻게 만들지 계속 고민 중이에요.

세계 각국에서 열일하는 월드비전 '에이스'들.

혹시 이런 콘텐츠 방향성 때문에 후원자들의 쓴 소리가 있었다면.

방 대리 : 대부분의 후원자들이 좋은 뜻을 갖고 기부한 분들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밝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면이 삶속에서도 체화된 거죠. 그래서 설사 저희 홍보나 캠페인의 소재, 전달방식 등이 좀 이상하다고 해도 항의나 시정요구를 하지는 않으세요.

홍보·마케팅 소재는 어떻게 찾고 제작은 누가 하나요.

배 대리 : 저희팀 콘텐츠 주간회의가 있어요. 여기서 전국에 있는 지부에서 홍보나 마케팅을 요청한 내용을 확인하죠. 그럼 이 아이템 중 좋은 내용이나 서로 연계해 홍보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선택해 어떻게 풀어낼지를 고민합니다. 그러니까 소재는 요청 온 것에서 잡고, 이후 기획, 글 작성이나 취재 등은 저희팀에서 하는 거죠.

홍보 채널을 많이 운영 중인데, 어떻게 운영되나요.

김 간사 : 콘텐츠 내용의 성격을 보고 홈페이지에선 진지하고 깊게 풀어내고, 검색 키워드에 잘 걸릴법한 말랑말랑한 콘텐츠는 블로그로 올려요. 또 이십대에 맞는 재밌는 콘텐츠는 아무래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리죠. 모든 플랫폼에 올라갈 수도 있고 콘텐츠 내용에 따라 한 플랫폼에만 올라가는 경우도 있어요.

배 대리 : 현재 홈페이지랑 페이스북에 무게 중심을 두는 편이에요. 우선 홈페이지는 큐레이션이 다양하게 돼 있는 게 특징이에요. 요즘 포털에 뜨는 배너 광고에 대한 것도 있고, 최근 일어난 멕시코 지진관련 콘텐츠라든지 비전스토어 등의 나눔 실천하는 미담 등이 큐레이션 돼 있어요.

방 대리 : 참고로 구호단체 홈페이지에 방문하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기부에 대한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가벼운 내용의 콘텐츠만 올릴 수는 없어요. 예를 들어 동아프리카에 기근 사태가 한창인데 즐거운 이야기를 풀 수 없는 거죠.

콘텐츠를 만들어 업로드 하는데 윗선(?)의 개입이 있나요.

배 대리 : 콘텐츠 제작이나 업로드에 내부에서의 제재는 없어요. 대신 해당 아이템을 냈거나 홍보 요청을 한 부서에게 팩트체크는 꼭 하는 편이죠. 최종 콘텐츠 컨펌까지 끝낸 후 업로드해요. 하지만 단순히 확인 차원이지 말씀하신 윗선의 검열은 아닙니다.(웃음)

김 간사 : 근데 예를 들어 후원자를 대상으로 하는 부서의 요청이라고 하면, ‘후원자들이 이런 표현을 안 좋아 할 수도 있겠다’ 정도의 피드백은 주죠.

월드비전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혜자, 유준상, 이광기, 유지태씨. 출처: 월드비전 공식 인스타그램

연예인 홍보대사, 누가 활동하고 어떻게 위촉 했나요.

김 간사 : 아까 말씀드린 김혜자 선생님이나 정애리씨는 대표적인 홍보대사고, 유지태·김효진, 기성룡·한혜진, 유준상·홍은희 부부도 활동하고 계세요. 또 김보성, 최강희, 이광기씨 뿐 아니라 샘 오취리씨도 저희 홍보대사입니다.

방 대리 : 연예인분들의 위촉은 유명하다거나 한 번 활동했다고 되지 않습니다. 처음엔 후원자로 이후엔 저희랑 활동을 많이 하면서 그분이 홍보대사를 하고 싶다고 하면 위촉하거나, 저희랑 오랫동안 활동을 한 후 먼저 제안을 드리는 경우죠. 이분들 모두 대가 없이 봉사해 주시는 분들이죠.

배 대리 : 위촉에 최소한의 기준은 있어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거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분들은 아무래도 위촉하기엔 무리가 있죠.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배 대리 : 저희는 저희의 최종 고객은 후원해 주는 분들이 아닌 아이들이라고 생각해요. 후원해 주시는 분들도 너무 감사하지만 결국 저희가 섬기는 대상은 아이들이니까요. 월드비전 마케터들은 저희가 열심히 하는 만큼 아이들에게 혜택이 커질 수 있다고 믿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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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 2017-10-23 14:09:35
결국 저희가 섬기는 대상을 아이들이라는 말에 마음이 따뜻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