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아이꼬’가 쓴 신문광고
인공지능 ‘아이꼬’가 쓴 신문광고
  • 신인섭 (1929insshin@naver.com)
  • 승인 2017.10.2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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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섭의 글로벌PR-히스토리PR] 일본 덴츠사 카피 실험의 시사점

[더피알=신인섭] 인공지능(AI)이 카피라이터를 대신한다? 대답은 ‘글쎄’이다. 일본 최대의 광고회사 덴츠(Dentsu)의 사보 덴츠호(電通報) 8월호에는 <그림1>에서 보이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우리말로 옮기면 ‘AI 카피라이터 - AICO랍니다. 인공지능이 광고카피를 썼다!를 해설한다’이다.

<그림1> 덴츠 8월호에 소개된 인공지능 'aico'. 필자 제공

AICO란 ‘AI Copy Writer’의 약자이다. 발음은 ‘아이꼬’이다. 귀여운 여자라는 뜻도 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귀여운 소녀 표정의 이미지 옆으로 ‘AICO 문과계 여자. 어느 편인가 하면 우뇌형에 기울었고 소설이나 만화, 드라마도 매우 좋아한다. 게다가 연극을 좋아해서 배우로 무대에 선 적도 있다’는 소개가 있다. 왼쪽 손에는 연필을 쥐고 있으니 어김없이 카피라이터인 모양이다.

덴츠의 카피 실험

확실치는 않으나 일본에서 AI가 만든 광고가 게재된 첫 사례는 지난해 ‘신문광고의 날’(10월 20일)에 후지산케이 비즈니스 아이(Fuju Sankei Business I)에 나온 전면광고이다. <그림2>로 우리말로 직역하면 ‘신문광고의 섹시가 기다리고 있다’이다. 애매하면서 함축성을 띤 카피다. 글자 폰트가 주는 느낌도 색다르다고 할까.

<그림2> ai가 만든 광고카피로 지난해 일본 신문광고의 날(10월20일)에 실린 광고. 필자 제공

해당 광고는 상당히 빡빡한 일정 속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한 신문사가 AICO를 이용해 광고를 만들어줄 수 없는지 부탁했던 것. 모처럼의 요청인지라 일단 수락한 뒤 광고주 측과 의논해 ‘신문광고’로 주제를 정했다. AI에 지혜를 빌렸더니 수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졌는데 알쏭달쏭해서 글로 표현하기 힘든 여러 안도 포함돼 있었다.

최종적으로 3개의 안이 추려졌다. 앞서 소개한 ‘신문광고의 섹시가 기다리고 있다’를 비롯해 ‘신문광고의 세탁이 기다리고 있다’, ‘신문광고는 경비(經費)가 아니다’ 등이다. 마지막 카피인 ‘신문광고는 경비가 아니다’는 것은 광고를 비용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투자로 생각해야 한다는 긍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AI가 그런 판단을 할 단계까지 와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신문사가 선정한 광고카피는 다분히 미래를 내다보는 전향적인 메시지라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해서 일본 최초로 AI가 제안하고 사람이 고른 신문광고 카피가 햇빛을 보게 됐다.

덴츠가 지난 5월 17일 발표한 ‘덴츠, 인공지능에 의한 광고 카피 생성시스템 AICO(β판) 개발’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보며 몇 가지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약 5년 전부터 덴츠는 카피의 좋고 나쁨에 따라 광고 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정량·정성적 평가 연구를 진행해왔는데, 이번 AI 연구도 그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그리고 AI로 광고 카피가 나오면 시간, 장소, 상황에 상응하는 실시간 광고 메시지의 변화가 가능해지며 인터넷, 옥외, 교통광고를 개인화할 수 있게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앞으로 연구와 실험이 진전되면 훨씬 더 정확하게 광고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 또한 AI와 인간 크리에이터 간의 협업으로 매우 새로운 광고 방법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ai와 인간 크리에이터 간의 협업으로 매우 새로운 광고 방법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한국에 광고 카피라이터라는 직종이 생긴 것은 기껏해야 1970년대 초 무렵이다.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된 광고대행사 시대가 개막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지금은 사라진 ‘서울 카피라이터즈 클럽(SCC)’이 창설된 시기가 1976년이었다. 그 때까지 카피라이터는 일제 시대 유물인 ‘문안가’였다. 디자이너나 아트디렉터는 ‘도안가’로 불렸다. 그후 광고대리점은 광고대행사로 이름을 달리했고 다시 광고회사로 바뀌었다. ▷관련기사: 한국 PR의 기원, 일본 역사 비춰봐야

그리고 디지털 시대를 맞은 지금, 광고회사의 서비스 모델에는 또 다른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맞춤 광고(customized advertising)일 것이다.

AI가 가져올 ‘자동 생성’

AICO의 등장은 시즈오카대학 정보학부 행동정보학과 카노 요시노부(狩野芳伸) 교수와 덴츠의 산학협동의 소산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카노 교수의 말이 흥미롭다.

“AI에 대해서는 ‘분석·추측’과 ‘생성(生成)’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생성이란 정답이 없으므로 더욱 힘들다 (…) 게다가 ‘좋은 광고’는 갖가지 의도가 짧은 문장에 겹쳐 있다. 이러한 응축된 카피를 만들려면 흉내 내는 이상의 처리가 필요할 것이다. 인터넷 광고는 값싸고 개인화할 수 있으나 신문 광고는 동일한 것을 여러 사람에게 보이므로 고품질, 신뢰감이 있는 콘텐츠가 요구된다. 연구의 진전에 따라 자동 생성과 더불어 여태까지는 ‘프로감각’ 없이는 이해할 수 없었던 신문광고 향상의 요소가 나타나게 될는지도 모른다.”

AICO가 만든 신문광고가 게재된 지 꼭 1년이 된다. 사람이 만든 AICO와 사람이 사이좋게 어우러져 더 멋지고 효과적인 광고를 탄생시킬 날이 언제 올까?

신인섭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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