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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 공공PR, 실효성 높이려면

창의력 막는 불합리한 관행 여전…공공성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절충점 마련돼야

기사승인 2017.10.18  16:16:49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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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본 정부의 공공PR 현황에 이어...

정책 타깃이 누구냐에 따라서 플랫폼이나 메시지, 콘텐츠 형태, 노출빈도 등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

[더피알=박형재 기자] 공공PR의 딜레마는 창의성과 공공성 사이의 줄다리기에서 비롯된다. 에이전시 필드에선 정부 용역에서 요구하는 업무가 너무 많아 창의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제안서에 여러 과제를 빽빽이 적어놓고 그대로 안하면 불이익을 주는 바람에 명시된 내용을 따라잡기도 버겁다는 주장이다.

PR회사 A대표는 “과업지시서를 보면 옥외·버스·지하철·라디오광고 등 비슷한 업무가 빠지지 않는데, 이걸 수행하다보면 창의력을 발휘할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면서 “홍보 전략과 목적에 따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지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백화점식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PR회사 B대표 역시 “정책 타깃이 누구냐에 따라서 플랫폼이나 메시지, 콘텐츠 형태, 노출빈도 등 전략이 달라져야 하는데, 정부 용역은 과업지시서에 좋다는 건 다 끼워넣는 식”이라며 “200페이지 넘는 과업지시서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액션 플랜을 먼저 생각하고 용역을 내놓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반복되는 동상이몽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용역입찰 평가에서 기술점수 대 가격점수 비율이 대부분 80 대 20이라서 창의력 보다는 가격에 의해 당락이 결정될 때가 많다. 입찰을 따내려는 회사 입장에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출혈경쟁을 감수한다. 아이디어가 좋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프로그램은 자체 검열하고, 적당히 무난한 홍보만 진행하게 된다. 이는 좋은 아이디어를 먼저 선택하고 업체와 접촉해 금액을 결정하는 민간 영역과 다른 양상이다.

용역기간도 1년 이하로 여전히 짧다. 정부 회계연도에 맞춰 예산이 책정되기 때문이지만 PR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란다. 또한 공무원들이 대행사에 ‘갑질’하거나 용역 내용에 없는 가욋일을 무턱대고 떠넘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밖에 심사 프레젠테이션 시간이 15~20분에 불과하고, 심사위원 중에 기초적인 개념조차 모르는 사람이 포함되는 등 심사의 공정성 문제도 업계에서 꾸준히 불만을 제기하는 대목이다.

반면 정부 입장에서도 항변할 게 있다. 정부 용역은 원칙과 시스템으로 돌아가는데 PR업계만 특별대우할 수 없다는 반박이다. 만일 창의성을 위해 과업지시서에 업무를 꼼꼼히 명시하지 않으면 맡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추궁하기 어렵다. 또한 가격점수나 심사 기준 역시 법적 근거에 따라 공정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조달청 C사무관은 “PR업계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면서도 현행 용역입찰 제도를 바꾸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단 가격점수 비율은 80 대 20이 기본이고 부서 재량껏 90 대 10까지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가격점수를 아예 없애고 창의성만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법안에 명시돼 모든 공공입찰에 똑같이 적용되는 사안이다.

또한 심사위원 자질 논란 역시 공정성을 위해 전문가 풀에서 랜덤 선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만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광고전문가가 PR을 심사하는 등의 불합리한 상황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몇몇 인사들만 심사위원으로 정해놓으면 공정성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정부 용역 기간이 짧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장기프로젝트가 꼭 필요한 경우 2~3년씩 계속사업으로 가져갈 수 있다고 반박했다.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이나 PR이나 용역은 모두 같은 규칙을 적용받아 사실상 통로는 열려 있다는 것. PR업무 특성상 1년 주기로 진행되는 것이며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설득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반면 익명을 요한 정부부처 D국장은 “공공PR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공무원이 변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애초 용역을 제안할 때 정책홍보 목적에 맞게 꼭 필요한 부분만 도움을 청해야 하는데, 숙제 내는 사람이 내용을 모르니 배가 산으로 간다는 것이다.

그는 “공무원 입장에서 실적은 내야겠고, 공부하긴 싫고, 결국 눈에 보이는 숫자에 집착하게 된다. 작년에 10개 했는데 올해 11개 했다는 식으로 접근하니 PR회사 입장에서는 점점 수익률이 나빠진다”고 지적했다.

언론홍보 필수→선택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공공PR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용역입찰 평가에서 기술점수 대 가격점수 비중이 기존 80 대 20에서 90 대 10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PR업체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던 최근 3년 내 실적증명 요구도 조금씩 완화되는 분위기다.

언론홍보 역시 기존에는 ‘필수’였다면 요즘은 ‘선택’으로 바뀌고 있다. 무조건 올드미디어가 아니라 정책에 따라 뉴미디어나 웹툰, 웹드라마 등 새로운 홍보방식을 채택하는 부서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1년 전에 비해 온라인과 SNS를 중시하는 흐름도 더 뚜렷해졌다.

새 정부 들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국민참여형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청와대 홈페이지가 소통플랫폼으로 바뀐 것처럼, 정부부처들도 자체 채널을 구축하고 국민 목소리를 들으려는 시도가 최근 3개월 새 부쩍 늘었다.

새 부 들어 국민 소통 플랫폼 구축을 원하는 공공PR 용역이 크게 늘어났다. 사진은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청원 및 제안' 화면.

PR회사 E대표는 “온라인을 예전보다 중요시하고 언론홍보 비중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지금은 엄밀히 말해 박근혜 정부에서 정한 예산으로 집행하는 만큼 방향성만 살짝 바뀐 수준이지만, 내년에는 더 많이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직접민주주의 플랫폼 홍보·기획 운영 용역’을 7월 31일 발주했다. 서울시민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소통창구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과업지시서에는 △온라인 플랫폼 기획 및 운영 △플랫폼 홍보 △참여를 통한 시민 인지도 상승 등이 언급됐다.

세종시 역시 ‘스마트 시민소통채널시스템 구축’ 용역을 8월 22일 의뢰했다. 과업지시서에는 △시민의 각종 제안, 민원을 한곳에서 통합 모니터링 △누구나 쉽게 시정에 참여할 수 있는 모바일 ‘시민의창’ 개발 등이 포함됐다.

RFP부터 손봐야

공공PR의 꼬인 실타래를 한꺼번에 푸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창의성을 보장할 절충점을 찾는 게 관건이다. 공무원들은 홍보 목적에 맞는 과업지시서를 내놓고, 에이전시 역시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변화는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김찬석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공공PR 심사를 하다보면 제안서 수백 장을 제본해오는데 그 대신 파일로 전달하는 방식, 서류심사에서 프레젠테이션까지 올라온 팀들에게 일부 리젝션피(Rejection Fee·탈락보상금)를 주는 방안, 발주처가 PR회사들을 ‘을’로 생각하지 않고 그들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인정해주는 문화 등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 불편한 관행들이 달라질 것”이라고 봤다.

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는 “기업에서 제품PR을 의뢰할 때 ABC를 홍보해달라고 확실히 말하는 것처럼 정부부처들도 어떤 점을 알리고 싶은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정확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면서 “내부 논의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분명한 니즈를 정리한 뒤 과업지시서를 내놓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재웅 을지대 의료홍보디자인학과 교수 역시 “공무원들이 용역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하는지 분명한 문제의식과 안목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일의 진척사항을 체크하고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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