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오너가 안티’인가
대한항공은 ‘오너가 안티’인가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7.10.1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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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배임 혐의로 또다시 ‘땅콩회항’ 회자…그룹 평판자본 주기적으로 휘발돼

[더피알=강미혜 기자] 연예인들이 난해한 패션이나 스타일로 대중 앞에 섰을 때 흔히 ‘코디가 안티’라는 말이 나온다.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되레 깎아먹는 상황을 우회적으로 조롱하며 안티(팬)로 일컫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대한항공은 ‘오너가 안티’라는 말이 어울릴 듯하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땅콩회항’이라는 사건으로 대한민국 국적항공사 얼굴에 먹칠한 이후, 잊을만하면 오너 이슈가 터져 나와 기업이미지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땅콩회항 사건 이후 또다시 오너리스크를 맞은 대한항공. 사진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9월 1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이번에 대한항공의 발목을 잡은 이는 다름 아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대한한공 대표이사 회장)이다.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를 회삿돈에서 쓴 혐의(배임)로 ‘오너리스크’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한진 입장에서 급한 불은 껐지만 언제든 다시 큰불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최고경영자의 거취 불확실성은 당장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17일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은 전날보다 2.81% 내린 1만9050원으로 장을 마감했으며,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주가 역시 550원(1.82%) 하락한 2만9750원에 머물렀다.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은 경영 상황이 나아지면 차츰 만회할 일이지만,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이 그룹 차원에서 진짜 걱정해야 할 점은 기업이미지 훼손에 따른 평판자본 하락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할 수밖에 없는 무형의 자산을 오너가 주기적으로 휘발시키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해 3월에도 SNS 글로 구설에 휩싸인 바 있다. 임금협상 등으로 대한항공 노사갈등이 불거졌을 당시, 한 기장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 마치 대서양을 최초로 무착륙 횡단한 린드버그 같은 소리를 하네요”라는 글을 올려 불필요한 잡음을 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설사 해프닝 정도로 여겨질 수 있는 사안이라 하더라도 대한항공은 유달리 엄격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국내외를 뒤흔들었던 땅콩회항의 여파가 지금도 계속되는 까닭이다.

땅콩회항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여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대중의 머릿속에 땅콩회항은 ‘갑질의 대명사’로 남아 있다. 대한항공 관련 부정적 이슈가 나오기만 하면 여지없이 땅콩의 기억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조 회장의 구속영장 소식을 전하는 기사 아래로 달린 “딸 잘못 키운 거 잘못했다고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 불과 엊그제 같은데... 이젠 본인이 더 추잡하게 구속되는구먼”이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것만 봐도 여론의 냉담한 시선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재계 전반을 얼어붙게 한 ‘최순실 뇌관’에서 한진그룹은 뜻하지 않게 동정론을 끌어내며 불똥을 피해간 거의 유일한 기업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조 회장이 ‘최순실 입김’으로 퇴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어떻게 보면 땅콩회항 이후 일련의 악재를 최순실이란 초대형 악재로 덮을 수도 있었는데, 또다시 불거진 오너리스크가 그 기회를 날려버리는 꼴이다.

지난 여름 대한항공은 ‘나의 스페인행 티켓’이란 시리즈 광고로 호평 받았다. 그런데 겨울이 채 오기도 전에 ‘오너 구속 위기’가 여행의 설렘을 지워버리는 모양새다. 오너가 안티라는 말이 결코 과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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