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감히 언론에게 알려주는 상식…‘망자의 인권’

[기자토크] 실종된 보도윤리, ‘어금니 아빠’ 사건에서 민낯 드러내

기사승인 2017.10.13  03:17:29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공유
default_news_ad1

[더피알=강미혜 기자] 늦은 밤, 습관적으로 들여다본 스마트폰이 오던 잠을 확 쫓아버렸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참혹한 범죄 못지않게 참담한 기사를 봤기 때문이다.

국민의 알권리라는 명분을 내세워 희생된 여중생과 그 가족의 인격권은 뒷전으로 하는 언론들의 보도행태를 지적한 것이 불과 이틀 전의 일이다. ▷여과 없는 ‘어금니 아빠’ 보도, 알권리 충족 맞나

그런데 설마 했던 우려가 현실화됐다. 그것도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발 기사를 통해서 말이다.

야심한 새벽에도 온라인상에선 분초단위로 '어금니 아빠' 살인 사건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자료사진) 다음뉴스 화면 캡처

이영학이 피해 여중생을 집으로 불러들여 살해에 이르기까지의 범행 과정을 재연한 해당 기사는 야설의 냄새를 대놓고 풍기며 취침 모드의 기자를 일으켜 자판을 두드리게 만들었다.

낯이 뜨거워 내용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나, 야심한 시각에 사심을 꾹꾹 담아 쓰는 글의 이유를 간접적으로나마 어필하기 위해 부득이 제목을 언급한다.

‘이영학, 24시간 음란행위하다 여중생 깨어나 저항하니 살해’. 본문과 비교하면 지극히 무난한 수준의 표현이다.

해당 기사 아래로 달린 댓글 톱3.

그도 그럴 것이 해당 기사는 ‘성도착증’ 이영학의 범죄 행위를 밝히는 언론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코자, 말초적 감각을 자극하는 테크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당시 상황을 시간순으로 리얼하게 묘사해 이영학의 엽기성을 보여주는 식이다.

“너무 자극적이네요. 유가족들도 좀 생각하고 기사 쓰세요!”라는 베댓(가장 많은 사람이 지지한 베스트 댓글) 뒤로 “무슨 선데이서울이냐? 쓸 데 없이 자세히도 썼네. 그만 좀 기사 올려라!” “글 새로 써라. 야설을 많이 읽은 글쓴이인 듯”이라는 질타와 조롱의 의견이 줄줄이 올라온 것만 봐도 심각성의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글로 밥 먹고 사는 동종업계 사람으로서 기사에 대한 집념과 욕심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언론에 뉴스를 공급하는 통신사라면 속보싸움은 숙명이라는 점도 잘 안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도 잔혹한 범죄 행각을 특종보도하기 위해 억울하게 희생된 어린 망자(亡者)의 마지막을 활자로 유린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유가족 중 누구라도 보게 된다면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저널리즘 원칙이나 보도윤리라는 거창한 구호를 꺼낼 필요 없다. 보통사람의 상식과 양심에만 비춰 봐도 결론은 명확하다. 이런 식의 기사는 쓰여서도 읽혀서도 안 된다. 날 밝은 아침엔 (독자 의견을 받아들인) 수정기사가 나와 있기를 기대한다.

에프터뉴스>> 몇 시간만에 제목부터 전체적인 내용상에서 외설스러움을 걷어낸 기사로 바뀌었습니다. 의식 있는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결과겠죠. 다만, 수정 전 기사를 접하지 못한 일부에선 ‘이 정도도 못 쓰냐’란 반응과 함께 최초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의 ‘예민함’을 지적하는 분위기도 엿보입니다. 아이러니한 건 원본은 개선됐는데, SBS가 당초 기사를 고스란히 받아썼다는 점입니다. 웃지 못할 촌극입니다.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강미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저작권자 © 더피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default_side_ad2
default_side_ad3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