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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기시 국민이 불안해하는 이유(1)

[정용민의 Crisis Talk] 발신자 노력 넘어 수신자 해석에서 성패 갈린다

기사승인 2017.10.11  15:51:56

정용민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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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칼럼은 2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더피알=정용민] 거의 매년 국가 차원의 크고 작은 위기들이 반복되고 새롭게 이어진다. 올해만 해도 살충제 달걀 파동이 있었고, 북핵 위기는 지루하게(?) 지속되고 있다. 그 이전에도 연평도 포격,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사드 갈등, 경주 지진 등과 같이 그 형태와 내용도 다양하게 위기는 발생했다.

그 다양성 속에서 별로 변하지 않는 위기관리 방식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다. 국민들이 국가적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항상 불안해하는 이유다.

지난 9월 27일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과 국가안전보장회의 위기관리센터를 방문한 모습. 청와대 제공

위기관리의 책임을 지고 있는 각 부처의 공무원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밤을 새워 일한다. 쉼 없는 회의에 참여하고 수많은 서류들을 만들어 주고받는다. 대변인은 하루에도 몇 번씩 기자들 앞에 서서 상황을 브리핑하며 열심히 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국가 차원의 위기 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기대했던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할까? 왜 그로 인해 많은 국민들은 더욱 더 불안해지게 될까.

국가 차원의 위기 상황에서 종종 목격되는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실패 이유들을 몇 가지 정리해 본다.

첫째, 위기와 관련한 수치가 종종 부정확하다. 거의 매번 수치가 부정확하다. 사망자, 생존자, 피해 가구수, 날아온 포탄수, 우리가 쏜 포수, 지진 강도 등 수치로 된 상황 파악이 불완전하다.

물론 위기관리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컴퓨터로 계산되어 나오듯 숫자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위기라는 상황 자체가 갑작스럽고 정신이 없어 숫자를 취합할 때 실수가 생길 가능성도 많다.

일선에서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그까짓 숫자 몇 개 오류를 가지고 정부 전체의 위기관리 성패에 대해 지적을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해 보인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기가 발생했을 때 오락가락 하는 정부의 수치 발표를 보고 듣고 있으면서 국민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정부가 아직 해당 위기를 완전하게 통제하지 못하고 있구나. 큰일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발신자의 노력을 넘어 수신자의 해석에서 성패가 결판난다.

둘째, 창구 통제가 전혀 되지 않는다. 수많은 공무원들이 위기관리를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고 수천수만의 문의 전화들이 쏟아진다. 전문가들이 창구를 관리하라고 해도, 막상 일이 발생하면 어느 누구도 정신을 제대로 차리기 힘들다.

기자들은 위기와 관련한 기삿거리를 찾으려고 여기저기 접촉을 해댄다. 대변인으로 창구를 일원화 했는데도 기자들은 현장을 누비고 공식적이지 않은 여러 창구들을 두드린다. 당연히 정부의 생각과 메시지가 여러 비공식 창구들의 것과 다르게 비춰진다.

여론은 정부가 일선의 현장을 잘 모른다고 비판한다. 더욱더 많은 비공식 창구들이 출현한다. 루머가 생기고 오해가 커져간다. 정부에서는 이런 혼동 상황을 우리라고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느냐 한탄한다.

맞다. 어느 위기에서도 창구 일원화는 중요하지만, 그렇게 쉽게 창구가 통제되지만은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공식 창구들이라도 하나로 통제돼야 한다. 이런 통제개념과 실행은 부단한 훈련과 실행으로 가능해진다. 개념적인 인식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셋째, 위기대응 의사결정에 이물질이 낀다. 이상하다. 정부에서 그런 의사결정을 할리가 없는데 말이다. 이전 유사한 위기에서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이상해 보이는 의사결정이 나와 버렸다.

언론과 공중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전문가들이 문제가 있다 지적한다. 해당 정부부처는 기자들에게 침묵한다. 의사결정이 왜 그렇게 되어 버렸는지 설명하기 꺼려한다. 무언가 미스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살충제 달걀 파동 당시 식약처에 마련된 긴급대응본부에서 한 직원이 피로한 듯 얼굴을 감싼 모습. 뉴시스

이런 문제는 위기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 상부 의사결정권자들이 전문적이지 못하거나, 너무 정치적이거나, 무언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의사결정 과정에 이물질이 낀 것이다.

항상 모든 문제에 걸쳐 의사결정권자가 가장 훌륭한 전문가이거나 경험자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나은 의사 결정을 위해 전문가 그룹과 기술적으로 경험 있는 공무원 그룹을 옆에 놓는 것이다.

이상한 위기 대응 의사결정이 나왔다면, 그건 테크노크랏(큰 조직을 운영하는 전문기술가 그룹)들의 작품은 아닐 것이다. 위기관리가 산으로 가는 것은 그들과는 다른 이물질 때문이다.

넷째, 평시에 했어야 하는 숙제가 되어 있지 않다. 뭐든 미리 했어야 했다. 언제부터 문제였는지 추적이 안 된다. 문제의 제품이 어디에 현재 위치하고 있는지 파악이 안 된다.

평소에 관리를 했었어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평시에 시뮬레이션을 해서 비상문자 발송까지 걸리는 시간을 지속적으로 단축하는 체계를 완성했어야 했는데, 그게 부실했다.

흥미롭게도 국가적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그 이전에 완성하지 못했던 많은 숙제들이 실체를 드러낸다. 이것도 안 돼 있었고 저것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이것은 저번에도 하지 않은 숙제였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런 지적이 여러 언론을 통해 전해진다. 당연히 숙제를 하지 않는 학생은 훌륭한 성적을 받을 가능성이 없다.

평소 맡겨진 숙제를 완벽하게 다 한 학생은 시험에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문제를 풀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실제 하지 않은 숙제라는 작은 위기들까지 위기 시 같이 관리해야 하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기 힘들다.

다섯째, 개선점을 스스로 찾기보다 여론이 찾아준다. 정부가 개선점을 모르는 건 아니다. 개선점에 대해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언론이나 국민들이 여기저기에서 개선책을 이야기하니 공무원들은 힘들다.

더 얄미운 건 개선하지 못할 사정을 잘 알면서도 모르는 척 정부를 비판해대는 일부 언론들이다. 정부에서도 그런 부분을 제대로 개선해서 다시는 이런 힘들고 어려운 위기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해가 된다.

그러나 개선하지 못할 사정을 항상 상수로 두는 그 생각은 문제다. 위기관리가 왜 제대로 되지 못했는지를 알고 있다면, 그 이유와 사정을 제대로 밝혀 개선되도록 해야 한다. 여론의 압력이 필요하다면 그 또한 의지해야 한다. 최소한 여론에서 찾아준 개선점은 항상 숙제로 남겨두고 시시때때로 풀어 완성시켜야 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계속>

정용민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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