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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과 없는 ‘어금니 아빠’ 보도, 알권리 충족 맞나

단독·속보 경쟁 속에서 CCTV 영상 그대로 노출…유가족에 대한 배려 있어야

기사승인 2017.10.10  16:08:26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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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강미혜 기자]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모 씨의 여중생 살인 사건 관련 보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딸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의 이중적 사생활이 속속 드러나면서 연일 사회면 톱을 장식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이 유가족을 배려하지 않는 영상을 여과 없이 사용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범죄사건 보도 시 국민의 알권리와 피해자·유족의 인격권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금니 아빠' 살인 사건 관련 소식을 전하며 CCTV 영상을 내보낸 YTN. 네이버뉴스 화면 캡처

최근 몇몇 방송사들은 ‘어금니 아빠’의 살인 사건을 보도하며 범행 당시 시신을 유기하는 장면이 담긴 CCTV를 공개했다. 피의자인 이모 씨가 범행을 인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혐의 사실에 무게를 싣는 정황 증거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보도 상에서 피해 여중생의 시신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여행가방을 차량 트렁크에 싣는 모습까지 그대로 노출했다는 점이다.

일례로 YTN은 ‘CCTV에 포착된 ‘어금니 부녀’의 진실’이라는 제하의 리포트에서 해당 영상을 선보이며 “부녀가 함께 힘껏 들어도 버거워 보일 만큼 가방은 묵직합니다”란 설명까지 덧붙였다.

또한 채널A와 MBN 등 여타 채널도 피의자인 이모 씨가 자신의 딸과 함께 가방을 옮기는 CCTV 영상을 뉴스를 통해 내보냈다. 영상에 ‘블러 처리’(흐리게 하는 것)를 해도 내용을 전하는 데 큰 지장이 없음에도 과하게 ‘사실 보도’를 한 셈이다.

CCTV를 입수해 각각 보도한 채널A(왼쪽)와 MBN. 네이버뉴스 화면 캡처

이는 살인 사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범죄 행위를 연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잔인성을 띄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억울하게 희생된 피해 여중생은 물론 끔찍한 범죄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자칫 또 한 번 크나큰 상처를 줄 수 있는 부분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범죄 사건 관련) 보도를 할 때 언론은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에 딱 맞는 정보 선에서 추가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인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거나 예방을 위해 경각심을 심어주는 경우가 아니고선 불필요한 보도라는 첨언이다.

김 교수는 ‘어금니 아빠’와 딸이 등장하는 CCTV 영상을 보도한 것에 대해선 “딸이 범죄에 가담했다는 증거로서의 의미는 시청자가 아닌 검찰에게 있다.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블러나 모자이크 처리를 통해 범행에 관여한 정황만을 보여주면 된다”며 과도한 공포감이나 혐오감을 주는 장면을 넣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언급했다.

한국기자협회의 인권보도준칙을 보면 ‘언론은 개인의 인격권(명예, 프라이버시권, 초상권, 음성권, 성명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다’고 명시, 사망자와 유가족의 인격권을 존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보도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보다 근본적 가치를 고려해 더욱 더 신중히 접근할 것을 당부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요 언론사는 물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수많은 매체의 보도 경쟁 속에서 인격권은 쉽게 간과되고 있다.

언론중재위원회 양재규 변호사는 “시신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이는 캐리어를 그대로 보여준 것은 살인을 의심할 만한 결정적 정황이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제하면서도 “반대 측면에서 유족에 대한 배려는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흔히 선전성·폭력성이라고 했을 때 지금까지는 피, 살점, 뼛조각 같은 직접적 이미지가 문제가 됐다면 이번 건(어금니 아빠 사건 보도)은 다소 새로운 사례라고 할 수 있다”며 “관련 법 규정은 추상적이니만큼 현실에의 적용, 포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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