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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감정 공유 넘어 소셜 공동체로 진화하다

새로운 신뢰관계 형성…스타 성장과정에도 동참

기사승인 2017.10.10  09:24:16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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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가치로 환산 불가할 수 없는 ‘팬덤의 경제학’에 이어...

[더피알=조성미 기자] 팬덤 자체가 공동체로서 순기능을 하게 되면서 재미난 현상도 나타났다. 얼마 전 온라인에서 ‘한 가수 팬덤이 공구하는 물건들.jpg’라는 게시물로 회자된 박재범 팬사이트의 공구 사건이 대표적이다.

팬덤 안에서 소셜공동체 사회가 형성되고 있다.

발단은 한 팬이 귤을 판매하겠다고 올린 평범한 공구(공동구매) 글에서 시작됐다. 제주도에 사는 친구의 부탁에 서포트 비용(스타의 공연·촬영 현장 등에서 예쁘게 봐달라는 의미로 다른 출연자와 스태프 등에게 도시락·커피·용품 등을 제공하는 조공의 한 분야)이나 마련하겠다고 판매한 것이 높은 호응을 얻으며 대게·사과즙·제습기· 쥐포·한라봉·호박고구마 등을 비롯해 박재범이 방송에 신고 나온 양말까지 품목을 넘나들며 다양한 공구가 이어졌다.

특히 양말의 경우 단종된 제품을 최저 수량 1200장에 재가동시키기로 하고 주문을 받았지만 예상의 10배가 넘는 총 1만3000장의 구매가 이뤄졌다. 이후 때밀이장갑 공구는 판매 부진으로 공장 문을 닫기 직전의 회사를 기사회생시키는 웃픈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팬클럽의 공구 과정에서 판매율이 기대치를 웃돈 것은 먼저 구입한 이들의 긍정적인 후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반적인 상거래의 경우 사람마다 제품에 대한 기대치가 달라 구매평에도 차이나기 마련인데, 이 팬덤 안에선 공구 물품의 대부분에 호평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 이응철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중산층은 이 정도는 써야해’와 같이 소비를 통해 멤버십을 획득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중요한 특징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안종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역시 “(팬덤 안에서) 소셜공동체 사회가 형성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안 교수는 “SNS에서는 서로 모르는 사이라도 온라인으로 연결됐다는 것만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친밀감을 느낀다”며 “게다가 같은 스타를 좋아한다는 긍정적인 감정 덕분에 더욱더 유대감이 형성되고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느낌이 적극적인 참여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봤다.

참여 혹은 간섭, 애증의 관계

팬질은 그 자체로 즐거움을 주지만 스타의 인증샷은 ‘덕력’을 강화시킨다. 조공한 아이템을 공항패션이나 출근길 기사 사진에서 확인하고, 스타가 자신의 SNS에 직접 인증을 하게 되면 팬들의 기쁨은 더욱 커진다.

때문에 혹시라도 스타가 보러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하철 광고를 소속사 등 동선이 맞닿은 곳에 집행하는 일도 있다. 또한 스타는 인증을 통해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곤 하는데, 이런 상호작용이 긍정적인 팬 문화를 형성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프로듀스 101 시즌2 당시 진행된 다양한 지하철 광고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팬덤이 스타의 성장에 직접 참여하며 ‘내가 키웠잖아’가 극대화된 것이 바로 최근 데뷔와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워너원’이다.

워너원은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결성된 팀으로, 팬들은 이들의 오디션부터 데뷔까지의 모든 순간을 함께 했다. 중간 중간 진행되는 미션곡 결정에 참여하고 탈락자 및 순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렇게 내 손으로 만든 아이돌인만큼 팬들의 참여도는 높고 기대감도 크다.

한편에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스타를 향해 지지철회 선언을 하는 등 애정을 쏟은 것만큼이나 냉정하게 등을 돌리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매니지먼트사의 한 관계자는 “팬들이 스타의 성장에 기여하고 또 투자를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대하는 것도 많아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회사 차원에서도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강구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듯 시각차가 있고 때로 갈등이 표출되기도 하지만 팬덤은 점차 우리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스타의 좋은 이미지는 물론, 그에 걸맞은 팬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자각과 공감대 때문이다.

팬덤 활동의 변화에 대해 이응철 교수는 “팬들이 자신의 소비를 통해 그들의 명성과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 “이러한 명성·인기·애정·선호·호감 등 팬덤이 구매하는 것들은 단순히 화폐적 단위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안종배 교수 또한 “팬덤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기부하고 봉사하는 것을 기업의 CSR 활동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스타의 인지도를 높이고 이미지가 좋은 스타를 좋아하는 자부심 등이 또 다시 기부 활동으로 연결되는 건강한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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