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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으로 편해진 홍보·대관, 양극화 뚜렷

‘식사 3만원’ 규정 느슨…기사-광고 ‘딜’은 여전

기사승인 2017.09.28  15:44:00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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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조금 느슨해진 면이 있지만, 예전보다 분위기는 훨씬 좋아진 것 같아요. 확실한 건 부어라 마셔라 하는 건 없어졌어요.”

“첫 자리부터 거나하게 갖는 자리는 많이 사라졌어요. 젊은 기자들은 오히려 좋아하죠.”

[더피알=안선혜 기자]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1년을 맞아 기자와 홍보인 사이에 나온 평가다. 이른바 3·5·10(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제한) 규정으로 1인당 3만원 이하로 맞추려다 보니 저녁 술자리는 간소화됐다는 게 중론이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기자들과의 술자리가 간소화되고 있다. (자료사진) 이낙연 국무총리가 출입기자단과 호프미팅을 갖고 있는 모습. 뉴시스

1년 전 이맘때 쯤, 언론홍보 현장은 김영란법이 가져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크게 술렁거렸다. 홍보 업무 자체가 안팎으로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하지만 지금은 기자나 홍보인 모두 김영란법에 적응한 모양새다.

홍보인들이 가장 큰 변화를 체감하는 건 기자와의 스킨십 과정에서 고민하게 되는 식사 부분이다. B2B기업 홍보인 A씨는 “기자미팅 잡을 때 편해졌다”며 “어차피 상한선 내에서 먹어야 하니 메뉴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매체별 그레이드를 따져서 이 정도면 괜찮을까 고민하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정부부처를 상대하는 대관부서에서도 부담이 준 모습이다. 대기업 홍보인 B씨는 “커피 한 잔 마시거나 얼굴 맞대고 회의하는 정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식사해도 점심 정도고 저녁은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선물이 없어진 점도 편해진 요인이다.

김영란법 도입과 함께 기자실 혜택을 축소했던 기업들은 계속해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자실 식권지급을 중지했던 LG그룹은 지금도 중단한 상태이고, SK이노베이션과 현대자동차그룹 등도 법 시행 이후 주차권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한 온라인 매체 ㄱ기자는 “밥도 3만원짜리 이하로 먹는데다 일단 주차가 잘 안 된다”며 “예전에는 기자간담회가 끝나면 호텔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썰었는데, 요즘엔 국밥을 먹는 식이다. 확실히 (문화가) 깨끗해진 것 같긴 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언론홍보 관행에 있어 전반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무 자르듯이 아주 엄격하기만 한 건 아니다. ㄱ기자는 “그래도 홍보실과 친분이 있으면 (주차 등은) 자유롭게 되는 편”이라며 “저녁도 술을 곁들이면 상한액을 넘어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기자실 혜택 축소 변화無

사실 식사는 홍보인들이 가장 큰 변화를 느끼는 영역이자 제일 먼저 가이드라인이 무너지는 영역이기도 하다. 실무 선에선 대체로 과음을 하지 말자는 방향으로 선회했지만, 임원급을 중심으론 저녁 술자리에서의 3만원은 지켜지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권익위원회 서울종합민원사무소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언론사 간부급으로 재직 중인 ㄴ기자는 “식사 관련해서는 김영란법에 대한 의식이 거의 없어졌다고 보면 된다”며 “(법 시행) 초기에는 서로 몸을 사렸지만 요즘은 예산이 풍부한 기업들은 종전대로 하고, 없는 곳은 법을 방패삼아 거절 명분으로 삼는 듯하다”고 전했다. 일종의 양극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대기업 홍보인 C씨는 “김영란법 시행 전보다 아무래도 신경을 쓰기는 하는데, 초기에는 저녁 약속에서 가성비 좋은 족발 같은 걸 먹었다면 요즘은 회도 먹고 한우도 먹는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상한액을 넘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작정하고 법을 어기는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식사 가격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홍보인 A씨는 “저녁 때 술을 곁들이면 3만원을 맞출 수가 없다. 차라리 (위반으로 적발되는) 시범 케이스가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상한선을 초과하더라도 과하거나 비윤리적으로 가는 건 못 봤다”며 “현재 책정된 가격이 현실적이지 않기에 그런 사례가 나오면 다시 논의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의견이다.

기존에 언론과 친밀한 관계가 없는 기업에선 미팅 자체가 성사되기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탄탄한 인맥을 갖춘 조직은 ‘쌓은 정’을 바탕으로 삼겹살이 됐건 김치찌개가 됐건 만나서 상의하고 협조를 구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동일한 메뉴로 저녁 미팅을 요청하는 게 상당히 머쓱하다는 전언이다.

실무자들 사이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또 다른 변화는 골프 접대의 감소다. “골프는 확실히 안 치는 것 같다”거나 “많이 안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IT기업 홍보인 D씨는 “골프를 치더라도 이제는 대부분 더치페이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예 기자들에게 골프 비용을 일정액 지급하는 언론사도 나왔다. 다만, 증빙 등의 절차가 번거로워 기자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편이다.

일각에서는 정반대되는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한다. 김영란법 초기 골프 예약이 확 줄었던 데 비해 요즘은 암암리(?)에 많이들 재개했다는 것.

대기업 홍보임원 E씨는 “내가 아는 임원들만 해도 주말에 다 (골프) 예약 잡아놨더라”며 “처음에는 몸을 사리더니 이제는 크게 괘념치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항간에는 골프를 치고 난 뒤 각종 편법으로 ‘페이백’하는 말들도 나온다.

광고·협찬시 꼼꼼한 증빙처리

언론·홍보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던 광고·협찬 시장도 잔뜩 얼어붙었던 1년 전과 비교하면 꽤 완화된 모양새다. 달라진 점이라면 협찬 시에도 증빙서류를 꼼꼼히 챙겨 권원(權原)을 확보하는 것이다. 서로 정당한 대가(代價)가 오간 거래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법 시행 초기와 비교해 과감한 광고·협찬 영업이 성행 중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홍보팀에 보내는 공문에 협찬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기도 한다. ‘광고 협찬’이나 ‘광고’라는 말 대신 ‘광고기사’로 대체해 달라는 요청이다. 광고팀과 홍보팀의 업무를 분명히 구분하면서 김영란법에 저촉될 소지를 피하기 위한 조치다.

그럼에도 과감한 광고·협찬 영업은 여전히 성행 중이다. 법 시행 직후인 지난해 10월만 해도 협찬 요청 자체가 줄었지만, 국정농단 사태로 김영란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와 감시의 눈길이 소홀해진 틈을 타 과도한 요구를 하는 언론사가 부쩍 늘어났다는 전언이다. 특히 부정적 기사가 나간다는 걸 예고하고 수정사항이 있으면 연락 달라는 식의 광고·협찬 유도는 김영란법 세상에서도 여전한 뒷거래다.

그밖에도 자비로 해외 취재를 시작한 언론사 풍경과 그로 인한 역차별 문제 제기, 법 시행으로 가장 큰 당혹감을 표했던 집단 중 하나인 문화·예술 분야 홍보 현황 등 김영란법이 불러온 언론-홍보의 변화상은 <더피알> 10월호에서 자세히 만나볼 수 있다.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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