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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과 불매는 비례하지 않는다?

구조적 문제 vs 소비자 공분…을(乙)의 권리 찾아가는 과정

기사승인 2017.10.02  11:27:19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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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통행세, 땅콩회항, 물량 밀어내기, 운전기사 폭언·폭행. 단어만 들어도 기업이 탁 떠오른다. 갑질 논란에 ‘나쁜 기업’으로 찍힌 곳들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갑질 현황을 짚었다.
대한민국 갑질기업 보고서
‘갑질 악명’ 높은 업계, 프렌차이즈-대형마트-백화점 순
갑질논란과 주가의 상관관계
갑질과 불매는 비례하지 않는다?

[더피알=박형재 기자] 내친 김에 갑질과 불매운동의 흐름도 살펴봤다. 갑질 논란이 소비자의 적극적인 행동(불매)으로 이어지는지 여부와 함께 어떤 이슈는 갑질로 그치고, 또다른 이슈는 불매로 확산되는지 차이점을 짚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회원 등이 옥시제품 불매 운동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사 방법은 앞서 갑질 분석과 동일하다. 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에 ‘불매운동’으로 검색했다. 조사 기간은 최근 3년(2014년 8월 21일~2017년 8월 20일), 데이터 수집 대상은 언론사 10개, 분야는 경제로 같은 조건을 설정했다. 그 결과 총 1060건의 관련 기사가 나왔다. 이 가운데 언론사 어뷰징 기사 등 필터링을 거쳐 총 780건을 추려냈다.

주목되는 사실은 불매운동 기업 명단이 갑질기업 명단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1위 롯데(149건) △2위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 123건) △3위 이케아(19건) △4위 현대자동차(18건) △5위 홈플러스(17건) △6위 위메프(14건) △7위 호식이두마리치킨(12건) △8위 천호식품(11건) △9위 BBQ(10건) △공동 10위 몽고식품, 동서식품(9건) 순이었다.

이어 △11위 이랜드(7건) △공동 12위 서양네트웍스와 폭스바겐(6건) △공동 13위 미스터피자, 세모그룹(4건) △공동 14위 노스페이스, 자라코리아(3건) △15위 네네치킨(2건)이 이름을 올렸다.

갑질기업 명단에서 상위권이던 미스터피자(1위→13위), 위메프(2위→6위), 종근당(5위→15위) 등이 하위권에 있었고, 반대로 중하위권 기업들(호식이두마리치킨 19위→7위)이 치고 올라오며 순위 변동이 심했다.

옥시의 경우 갑질로는 단 한건도 언급되지 않았지만 불매운동으로 무려 123건이나 보도됐다. 기업의 갑질 논란이 반드시 불매운동으로 연결되진 않는다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롯데면세점의 한산한 모습, 최호식 '호식이 두 마리 치킨' 전 회장. 다음 아고라 청원 게시판에 발의된 '천호식품 불매운동'. 뉴시스

갑질 논란이 프랜차이즈 본사와 대리점 점주처럼 구조적인 갑을 사이에 벌어진 사건인 것과 달리 불매운동은 소비자의 감정을 건드릴 때 즉각적으로 폭발하는 성질을 보였다. 이 때문에 갑질은 대리점, 협력업체 등 5가지 형태로 구분 짓는 게 가능했으나, 불매운동은 훨씬 다양하게 발휘됐다.

예컨대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고, 이케아는 한국에서만 물건 값을 비싸게 받아 불만을 샀다. 천호식품 김영식 회장은 ‘촛불 폄하’와 ‘가짜 홍삼’ 판매 논란에 회장직을 사퇴했고, 이랜드그룹은 ‘알바생 임금 84억원 미지급’ 건으로 불매 움직임이 일었다.

불매운동을 유형별로 나눠 봐도 제품이슈(옥시, 이케아, 동서식품, 폭스바겐), 경영권분쟁(롯데), 성추행(호식이두마리치킨), 임금체불(이랜드), 가격인상(BBQ), 촛불집회 폄하(자라코리아), 일본해 표기(노스페이스), 개인정보 유출(홈플러스) 등 일정한 패턴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갑질 논란과 불매운동에 대해 살펴봤다. 그간 단편적인 접근은 있었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체계적 분석은 부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기업 윤리 이슈가 꾸준히 부각되면서 을의 권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고무적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윤리 문제가 줄어들려면 큰 틀에서 소비자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당한 갑질에 분노하고 불매운동까지 확산하는 등 소비자 참여가 늘어나야 기업이 바뀐다는 것이다.

정부도 적극 감시해야 한다. 기업들이 갑질 유혹에 쉽게 빠지는 건 부당이득에 비해 턱없이 적은 과징금을 물기 때문이다. 제도를 현실에 맞게 고쳐 ‘솜방망이 규제’ 오명을 벗어나야 한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온라인 대리점 저가판매 방해 갑질을 통해 8000억원의 부당매출을 올렸지만 고작 10억원의 과징금 처분에 그쳤다. 대리점을 상대로 ‘물량 밀어내기’를 하다 적발돼 분노를 샀던 남양유업의 경우 과징금이 당초 124억원에서 지난해 5억원으로 크게 축소됐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협력업체를 상대로 한 불공정거래나 일감몰아주기 등은 심각한 불법 행위인데 그동안 관행적으로 묵인해온 측면이 있다”면서 “법과 제도를 재정비하고 공정위 등 규제기관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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