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만드는 콘텐츠, 미디어 커머스
돈을 만드는 콘텐츠, 미디어 커머스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7.09.2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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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로 유통 단가 낮추고 브랜딩도 진행

[더피알=안선혜 기자] 비포(before)와 애프터(after)를 선명히 대비시키고 나와 같은 일반인이 재미있는 상황 설정으로 사용 후기를 보여준다. 최근 SNS에서 흔히 보게 된 ‘미디어 커머스’의 실례다. 콘텐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시기, 콘텐츠로 진짜 돈을 만들어내는 유통업계의 실험 현장이다.

 

창업 2년 만에 연매출 3500만 달러(한화 약 380억원) 달성. 단일 품목 200만개 판매. 미디어 커머스로 이름을 알린 화장품 브랜드 에이프릴스킨의 실적이다. 누군가에겐 ‘듣보잡’인 이 브랜드가 이처럼 단기간에 괄목할만한 매출을 올릴 수 있던 건 특유의 미디어 전략 덕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일반인 제품 체험기 형식의 동영상을 널리 퍼뜨렸던 것. 주 구매층인 10~20대에게 인기 있는 인플루언서(온라인 영향력자)가 이들의 모델이 돼 제품을 사용하고 효과를 보여줬다. 영상 길이는 불과 1분 내외, 편집은 리드미컬하게 처리했다. 모바일에서 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 행태를 고려한 조처다. 각 게시물마다 링크 삽입으로 구매좌표를 찍는 것도 잊지 않았다.

콘텐츠 자체를 판매 채널로 활용한 에이프릴스킨의 전략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미디어 커머스는 이제 SNS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모델이 됐다. 일종의 방송 콘텐츠가 커머스(상품 판매)와 결합하는 것이 미디어 커머스의 핵심이다. 이들 대부분은 자체 브랜드 상품을 확보하고, 관련 콘텐츠를 생산해 SNS에 확산시키면서 판매를 견인한다. 콘텐츠 유통과 실질 상품 유통을 동시에 병행하는 셈이다.

성과도 확연히 나타난다. 론칭 3개월 만에 15억원 매출을 올렸다는 업체가 나왔는가하면, 에이프릴스킨은 최근 법인명도 APR코퍼레이션(Corporation)으로 변경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중국의 브이앱이라 불리는 메이파이에서 계정을 운영하며 108만명 이상의 구독자도 확보했다. 오는 10월로 창업 만 3년째에 접어드는 이 회사의 올해 매출 목표는 9000만 달러(약 1000억원)다.

에이프릴스킨 모바일 페이지(왼쪽). 우먼스톡 모바일 앱이미지

동영상은 이제 13초 승부수

미디어 커머스가 반드시 자체 제작 브랜드 유통만을 고수하는 건 아니다. 모바일 뷰티 홈쇼핑을 표방하는 우먼스톡은 다양한 화장품과 패션 브랜드들을 확보, 자체 제작 내지 크리에이터와 협업한 콘텐츠를 유통시키면서 자사 앱으로 유입시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우먼스톡 플랫폼을 유통의 중심지로 만들어 놓은 뒤 다양한 브랜드들을 입점시키는 형태다.

자체 상품이 아니기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건 필수다. 이 회사는 각 브랜드 상품 판매를 위한 콘텐츠를 무료로 생산해주는 조건으로 상품 매입을 싼 가격에 해오고 있다. 콘텐츠가 판매 촉진과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모두 도움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

콘텐츠 유통 플랫폼은 다양하다. 네이버TV, 카카오TV, 페이스북, 유튜브, 카카오 플러스친구, 각 크리에이터의 개인 채널, 빙글 등을 비롯해 연합뉴스 흥, 롯데 에브리원TV 등 전 방위로 접점을 넓혀나가고 있다. 카카오 플러스친구는 30만명, 페이스북 페이지의 경우 15만명, 언니들의 예뻐지는 수다 페이지에서 각 14만명의 팬을 확보하고 있다.

이제 갓 만 2년을 넘긴 회사이나, 현재 매출은 월 10억원이 조금 안 되는 수준. 지금까지의 속도라면 올해 전체 매출액은 100억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지난 8월에는 75억5000만원 규모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김강일 우먼스톡 대표는 “콘텐츠를 통해 원래 잘 안 팔리던 상품도 엄청나게 잘 나가곤 한다”며 “크리에이터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에이터를 등장시키는 비디오 외 자체 제작 콘텐츠들은 셀러브리티와 진행하곤 한다. 싸이더스HQ의 신규 사업 팀장으로 있던 김 대표의 이력 덕에 협업이 보다 원활하다.

9월부터는 콘텐츠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있다. 김 대표는 “그간의 자체적인 분석으로는 3~13초 안에 급격한 시청 이탈이 이뤄지고 13초가 지나서까지 보는 사람들은 영상을 끝까지 시청했다”며 “통상 강조되는 3초가 아닌 13초 안에 엄청난 재미 혹은 공감을 주거나 이슈메이킹을 하도록 구성 자체를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순 비디오 제공을 넘어, 이제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와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진정한 미디어로 진화한다는 그림이다.

브랜드를 만드는 감각적 비주얼텔링

미디어 커머스 모델 가운데는 콘텐츠를 무조건 세일즈 마케팅으로 연결시키는 접근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통한 브랜딩 강화로 매출을 끌어올리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편집숍 29CM는 입점 브랜드를 위한 비주얼 스토리텔링으로 유명하다. 상품 페이지마다 브랜드 특색에 맞춰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콜라보한 브랜드들의 미디어 역할을 자처한다.

약 100여명이 넘는 이 회사 직원 가운데 상당수 인원은 콘텐츠 제작에 투입되고 있다. 에디터를 비롯해 디자이너, 포토그래퍼, 영상 담당 등이 콘텐츠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제된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MD(머천다이저)마저도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기도 해 관련 에디팅 역량을 키우기 위한 훈련을 받는다.

29CM 관계자는 “우리는 기존 커머스 모델과는 조금 달리 ‘미디어×커머스’ 모델이라 생각한다”며 “29CM의 기준에서 큐레이팅한 다양한 브랜드들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전달(delivery)하는 게 중요한 역할”이라 말했다. 이들의 관점에서 커머스는 잘 전달된 브랜드 가치가 사람들의 더 나은 선택으로 이어져 자연스레 생활로 연결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잘 만든 미디어가 커머스로 연결된다는 생각이다.

29cm pc페이지.

꽤나 감각적인 제작물 덕에 브랜드와의 협업도 활발하다. 지난 6월 말에는 스위스 리사이클링브랜드로 유명한 프라이탁(freitag)의 리미티드 에디션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됐다.

해당 프로젝트는 전세계적으로 1200개만 생산한 제품을 10개국에서 24개씩 선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한국에서는 29CM가 판매처로 선정된 것이었다. 프라이탁이 자사 온라인몰 외에 온라인 판매를 허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워낙 수량이 한정돼 있다 보니 추첨을 통한 구매방식을 채택, 5일의 접수 기간 동안 약 7000건의 구매 응모가 이뤄졌다.

회사 관계자는 “29CM만의 차별화된 콘셉트, 스토리텔링 역량 등을 이제 많은 유저들이 좋아해주면서 국내외 좋은 브랜드들의 입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며 “입점과 함께 가격적 혜택이나 단독·선 론칭 등을 함께 제공하면서 매년 의미 있는 매출을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1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29CM는 현재 월 2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온라인숍으로 자리 잡았다. 2014년 론칭한 모바일앱은 누적 다운로드수 100만여건을 달성했다. 모바일앱과 지난해 론칭한 신규 BI 등은 독일 iF디자인 어워드,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미국 iDEA 디자인 어워드 등 해외 유수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바 있다.

다채널 시대, 편성 전략이 필요해

미디어 커머스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예 신규 미디어 사업자로 포지셔닝해 시장에 진입하는 곳도 있다. 글랜스TV는 브랜드 마케팅과 연계한 동영상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 자사가 보유한 브랜드나 상품 판매를 위한 콘텐츠 생산은 아니나,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콘텐츠를 공급해 그들의 비즈니스에 도움을 준다는 접근이다.

특징적인 건 오프라인에 자체 디지털 사이니지 플랫폼을 보유해 이를 방송매체처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버스, 카페 등 약 5000대의 디지털 사이니지를 확보해 일 300만 노출을 담보하고 있다.

글랜스TV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옴니채널(omni-channel) 전략이다. 기존에 확보한 오프라인 접점과 온라인 플랫폼을 적절히 활용해 두 채널을 넘나드는 콘텐츠 소비 경험을 제공한다. 검색 포털과 방송 및 IPTV, 페이스북, 디지털 사이니지 등 다양한 채널에서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공급할지에 대한 ‘편성’ 능력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박성조 글랜스TV 대표는 “지금과 같이 다양한 소셜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가 소비되는 미디어 환경에서는 기존 캠페인 관점을 넘어서 콘텐츠 편성 개념을 브랜드들도 본격적으로 가져야 한다”며 “각 타깃 소비자에 맞는 최적의 플랫폼을 선택해 집중하는 전략은 브랜드 팬덤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글랜스TV의 콘텐츠 기획자들은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출신 기자들이다. 이들 에디터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와 브랜디드 콘텐츠가 생산된다. 최근엔 카테고리 확장도 꾀하고 있다. 지난해 집중했던 뷰티, 패션 외에 여행, 자동차, 테크, 라이프스타일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하반기 중엔 자체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신규 동영상 플랫폼도 론칭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5년 10월 처음 설립돼 이제 두 돌을 바라보고 있지만, 벌써 지난해에 매출 및 영업이익에서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400% 이상 신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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