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레깅스 열풍 중심엔 ‘어데이’가 있다
美 레깅스 열풍 중심엔 ‘어데이’가 있다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7.08.3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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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후발주자의 명료한 목표·집요한 투자, 생필품 자리매김
※ 이 칼럼은 2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미국 레깅스 열풍 중심에 있는 ‘어데이’
에브리데이 ‘어데이’ 향한 PR전략

[더피알=임준수] 예약 초과로 좌석을 확보할 수 없게 되자 60대 아시아인 승객을 감자자루처럼 끌어내려 공분을 일으킨 유나이티드 항공사는 그 일이 있기 전 올해 3월, 레깅스를 입은 10대 승객 두 명의 탑승을 거부해 논란에 휘말린 적 있다. 믿을 수 없겠지만 진짜 일어난 일이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나이티드는 이 조치가 회사의 직원과 직계자녀가 받는 무료탑승권 이용 시 부과되는 규정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보면 회사(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사람들이기에 찢어진 청바지나, 레깅스, 민소매 배꼽티, 슬리퍼를 착용하고 탑승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사태를 목격하고 트위터를 통해 세상에 알린 섀논 왓츠 씨는 사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당 조치에 분노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레깅스와 요가 팬츠는 여성들에게는 표준적인 캐주얼 차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요가 팬츠는 굉장한 것이 되었습니다. 이제 현대 미국의 일부분이고, 어디를 가든 필수품이 되었죠”라고 말했다.

구매 대기자 2000명으로 화제가 된 레깅스 브랜드 어데이. 출처: 어데이 홈페이지

투데이쇼에서 던진 화두

2016년 8월, 미 NBC 투데이쇼 진행자인 서배너 거스리는 출연자들에게 “직장에서 스웨트팬츠(sweatpants, 츄리닝바지)를 입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말도 안 된다’는 식의 반응이 나타났다. 서배너 거스리는 “그렇다면 요가팬츠와 운동화는 어떤가요”라고 되물었다. 투데이쇼에서 날씨를 전하는 유명 웨더맨 앨 로커는 “헬스장에서나 통하겠죠”라고 말했다.

그러자 서배너 거스리는 “자, 그런데 이게 요즘 새로운 움직임인데요. 소위 ‘애슬레저(athleisure)’라는 트렌드에요. 뉴욕포스트지가 인터뷰한 회사 중역들에 따르면 직장에서 애슬레저를 입고 일하게 했더니 직원들의 생산성과 창의성이 올랐더라는 겁니다”라고 언급한다. 이어 출연자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다가 “어쨌든 애슬레저가 오늘의 단어가 되는군요”라며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이날 NBC 투데이쇼에서는 구매 대기자만 2000명이라는 어데이(ADAY)사의 레깅스가 소개됐다. 투데이쇼뿐만이 아니다. 타임, 포브스, 허핑턴포스트, 패스트컴퍼니,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주요 온라인 매체는 물론이고, 구매파워를 가진 20~45세 여성들에게 영향력이 높은 리파이너리29에서도 ‘2000명이 넘게 구매 대기하는 레깅스’라는 제목의 기사가 났다.

투데이쇼에서 말했듯 애슬레저복에 대한 업계와 소비자의 관심은 크다. 이를 견인하는 것은 급증하는 요가인구이다. 운동복과 레저 활동을 위해 입는 옷 간의 구분이 불분명해지는 흐름 속에서 급성장한 브랜드가 바로 ‘요가복의 샤넬’로 불리는 룰루레몬이다. 어데이 등 애슬레저계 후발 브랜드의 창업자들은 모두 룰루레몬의 성공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가·극장·미팅 ‘원샷’

어데이는 베이징에서 태어나 중국과 영국에서 수학한 멕 허(Meg He:)와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니나 파울헤이버(Nina Faulhaber)가 공동 창업한 애슬레저(혹은 액티브웨어) 브랜드이다. 온라인상에서 소비자와 직거래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모델을 택하고 있는 이들은 “기존의 패션 카테고리와 스포츠웨어 사이에 거대한 간극이 있다고 보고 둘 간의 접점을 찾으려고 했다”고 말한다.

‘구매 대기자 2000명’으로 화제를 모은 어데이의 첫 번째 히트상품 ‘쓰로우 앤 롤 레깅스’(Throw and Roll Leggings)는 이런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홍보자료에 따르면 이 레깅스의 원단은 가볍고 신축성 있으며 땀 흡수가 잘 된다고 한다. 여기에 자외선 차단 기능을 넣었고, 허벅지와 같이 착용자가 가장 땀을 많이 흘릴 수 있는 부위에는 통풍이 잘되고 통기성 있는 원단을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스마트폰을 넣을 수 있는 포켓도 있다.

공동창업자 멕 허와 니나 파울헤이버. 출처: 홈페이지

맥 허는 옥스포드대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을 전공 후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했다. 이후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면서 니나 파울헤이버를 만났다. 이들은 “운동을 할 만큼 캐주얼하면서도 일터에서도 입을 수 있는, 그러면서도 두 곳 모두에서 맵시가 나는 옷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 과정에서 어데이를 만들었다.

다시 말해 ‘요가하고 나서 장 보러 갔다가 극장에도 갈 수 있고 이후 비즈니스 미팅 스케줄도 소화할 수 있는 옷’을 개발하겠다는 야심차면서도 명료한 목표가 있었다.

이에 두 사람은 2014년 골드만삭스를 동시 퇴사하고 1년의 준비를 거쳐 2015년에 회사를 창립했다. 단기간에 성공으로 2016년에 포브스지가 20개 분야에서 선정하는 ‘30세 이하의 (유망한) 30인’(30 under 30)에도 이름을 올렸다.

트렌드 활용

어데이 회사의 키워드는 ‘기술적으로 가장 향상된 직물’과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원단 공장’이다.

공동 창업자인 멕과 니나는 기능성과 신축성이 있으면서 땀에 강한 직물을 찾기 위해 세계를 돌아다녔다고 홍보했다. 파리를 방문해 옷감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나이키, 룰루레몬 등의 유명 스포츠웨어 브랜드와 명품 디자이너에게 옷감을 공급한 포르투갈에 있는 공장도 찾아갔다.

전통적인 콘셉트의 모직, 캐시미어, 실크를 재해석해 땀 흡수와 통풍이 잘되면서도 편안하고 친환경적인 새로운 옷감으로 옷을 만들게 된 것도 이들이 발품을 판 결과라는 것이다. 요가 스튜디오에서 회의장까지 모두 입을 수 있다는 애슬레저 식 옷이 새로운 수요를 낳을 것이라는 이들의 예상은 맞았다.

실제 레깅스와 요가팬츠는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 하나의 필수품이 되어가고 있다. 회사에서 입을 수 있을 정도의 공식 차림은 아닐지라도, 스타벅스 방문이나 비행기 탑승 등 일상생활에서 레깅스를 입는 것은 이제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문화를 선도하고 롤모델이 되는 것은 물론 유명 연예인이다. 가령 지난해 겨울 무렵엔 어디를 가든 레깅스를 입고 다니는 톱모델 켄달 제너가 화제였다. 어데이는 이런 트렌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설립과 동시에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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