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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또 하나의 책방

[기자토크] 2년 전 만난 인터뷰이의 안부메일을 접하며

기사승인 2017.08.23  16:43:49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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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하시고, 책방 이전 후에 직접 잡지도 갖다 주셨는데.. 책방이 조만간 문을 닫게 된다는 소식만 전합니다.”

[더피알=이윤주 기자] 2년 전에 만났던 인터뷰이로부터 최근 메일 한 통을 받았다. 모든 게 디지털인 시대 도심 속 아날로그 공간을 꾸려가는 헌책방 주인이 전한 뜻밖의 인사였다. ▷당시 기사: 잊혀져가는 것들에 안부를 묻다

홍제동 ‘기억속의 서가’의 모습. 주인장 제공

오랜 고민 끝에 17년간 운영했던 책방을 내려놓기로 결정했겠지만 폐점 소식이 담긴 짧은 몇 줄은 너무도 덤덤했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니 조금 더 긴 설명을 볼 수 있었다.

백발이 되어도 변함없이 초등학생들을 맞아주는 문방구 아저씨처럼 세월을 담은 모습으로, 어린 책손들이 어른이 되어서 다시 찾았을 때 그 자리에 서 있고 싶다고 저의 작은 꿈을 답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제 그 꿈은 지킬 수 있는 작은 것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출판·서점업계는 어려워졌지만 도심의 서점은 모습을 달리하며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이태원, 연희동, 성수동처럼 젊은 층이 모이는 동네에는 1인 출판물을 판매하는 독립서점들이 자리 잡았다. 지인들과 책을 돌려가며 읽는 커뮤니티도 흔히 보는 풍경이 됐다. 알라딘, yes24 등 대형 중고서점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속속 열고 있다.

반면 간간히 버티던 동네 책방은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서점 주인은 대형마트가 생기면 골목 상권이 어려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했다. 하지만 이들을 탓할 수는 없다고.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그게 더 편하니까요. 저도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며 대형서점에서 수험책을 구매했어요. 아이러니 하죠. (웃음)”

이제 책방 주인은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 나이가 들었을 때 조금 더 안정적인 직장인이 되기 위해서다.

“책방 일을 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책방 안에서 지금의 아내가 된 책손을 만났고, 호기심에 가득찬 어린 아들이 남아 있으니까요. 문을 닫기 전까지는, 책 한권이라도 헛으로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보려고요.”

이번 주말에는 헌책방에 들러봐야겠다. 도서검색이나 굿즈는 없지만 엄청난 양의 책 가운데 마음에 드는 한 권을 발견하는, 내 손으로 ‘인생책’을 찾는 과정이 그립기에. 헌책방 ‘기억속의 서가’는 그렇게 기자의 기억 속에도 남아 있다.

홍제동 ‘기억속의 서가’의 모습. 주인장 제공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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