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는 지금 ‘스핀오프’ 진행 중
식품업계는 지금 ‘스핀오프’ 진행 중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7.08.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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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디자인, 맛 등을 캐릭터로…먹고 바르고 입고 씻는다

식품의 변신, 한계는 없다에 이어...

[더피알=조성미 기자] 원두커피 전문업체 쟈뎅은 크라운제과와 협업해 카라멜콘땅콩, 죠리퐁, 쿠크다스, 쵸코하임, 화이트하임 등 ‘커피와 쿠키의 만남’ 시리즈를 출시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상에서 인기가 높았던 소비자들의 추천 조합과 레시피를 반영한 제품으로 모디슈머(Modisumer)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소비자들의 니즈에 따라 출시된 거꾸로 수박바.

이처럼 최근 식품업계 장수 브랜드를 중심으로 부는 ‘스핀오프(spin-off)’ 바람은 소비자들의 입김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롯데제과와 CU가 공동 개발한 ‘거꾸로 수박바’이다. 이 제품은 기존 ‘수박바’의 빨간색 부분(멜론·수박맛)과 초록색 부분(딸기맛)의 위치를 바꾼 것으로, 초록색 부분을 늘려달라는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요구를 반영해 딸기맛을 강화해 만들어졌다.

거꾸로 수박바는 출시 전부터 합성 논란을 일으킬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또 출시 이후엔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인증샷과 시식후기 등 관련 콘텐츠가 봇물을 이루며 기다림만큼이나 큰 화제성을 입증했다. 이에 따라 누적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했으며, 비교 시식을 하거나 기존 제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 탓에 원조 수박바의 매출 또한 40% 가량 늘었다고 사측은 전했다.

여세를 몰아 최근엔 또 다른 제품에 대한 변형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아이스크림과 샤베트의 두 층으로 이뤄진 ‘더블비얀코’를 두고 샤베트 부분을 먼저 먹을 수 있도록 해달라거나 양을 늘려달라는 청원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더블비얀코에 대한 고객들의 의견을 알고 있다”면서도 “기존 제품을 변형하는 개발과정에서 만족스런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또 브랜드 손상에 대한 우려도 있어 좀 더 고민해봐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GS25는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을 즐겨 찾으면서 감자스낵을 좋아하는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해 지난해 ‘유어스스윙칩오모리김치찌개맛’을 출시한 바 있으며, ‘돼지바’를 활용한 휴대용 선풍기·노트·펜·보조배터리·스티커·에코백 등 굿즈를 선보인 롯데푸드는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해 소비자 니즈를 파악했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돼지바 에코백은 소셜미디어 콘텐츠로 만들었던 내용을 실물로 제작한 것”이라며 “떠먹는돼지바, 돼지바카츠샌드, 돼지바젤리 등 페이스북에서 재미를 주기 위해 만들었던 돼지바 콘텐츠에 대한 뜨거운 반응에 보답코자 증정용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돼지바를 모티브로 한 굿즈.

한가지로 머물기 아까워!

돼지바 굿즈와 같이 식품 브랜드가 패션이나 생활용품 등의 다른 형태로 확장되는 사례들도 종종 있다.

빙그레 메로나는 1992년 출시 이후 딸기, 바나나, 망고 등 다양한 맛으로 변화를 줬다. 최근에는 제주 용암해수로 만든 ‘메로나 제주 스파클링’도 출시했다. 더 나아가 메로나는 패션계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휠라는 ‘FILA X 메로나 콜라보 컬렉션’을 통해 복고 감성의 헤리티지 무드가 담긴 휠라 디자인에 메로나 특유의 컬러를 적용, 산뜻하고 경쾌한 느낌의 슈즈 콜렉션을 내놓았다.

해당 콜라보레이션은 휠라 측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지난 2월 핑크컬러를 슈즈에 접목한 ‘코트디럭스 딸기우유’가 젊은 고객층으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추가로 멜론 컬러를 접목하기 위해 빙그레 측에 협업을 제안한 것이다.

휠라 관계자는 “1020 세대에서 인기를 구가 중인 휠라 코트디럭스와 ‘올때 메로나(동생에게 보낼 메시지를 택배기사에 보낸 실수담이 화제가 되며 시작된 온라인 유머)’라는 유행어로 대표되는 메로나는 소셜미디어를 강타한 트렌드 아이템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두 업체 모두 영 타깃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하려는 공통 니즈에 따라 의기투합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휠라 코트디럭스 메로나는 5월 말 첫 출시 후 약 2주 만에 초도물량 6000족이 완판 됐다. 그에 앞서 휠라는 지난 4월 펩시(PEPSI)와 협업해 ‘FILA X PEPSI 콜라보 컬렉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다양한 상품으로 변형된 메로나.

이와 함께 빙그레는 스파오와 협업해 메로나, 붕어싸만코, 쿠앤크 등 자사 대표 아이스크림 제품을 디자인한 티셔츠도 내놓았다. 이 제품은 사전 판매율이 35%를 넘어서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메로나는 생활용품으로도 다시 태어나고 있다. 메로나 수세미는 소셜미디어상에서 화제가 되며 입소문을 타고 있으며 메로나 칫솔도 선을 보였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유명 브랜드가 생활용품으로 출시돼 호응을 얻는 것에 착안해 메로나 수세미를 개발했다. 디자인적인 요소 뿐 아니라 사용자 편의성까지 고려했다”며 “칫솔의 경우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어린이 그림잔치의 참가자 기념품으로 제공됐던 것이 화제가 되면서 정식으로 출시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빙그레는 장수 브랜드의 새로운 마케팅 방법으로 이종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기존 제품의 한계성을 극복하려 한다”면서 “바나나맛우유의 경우 강점인 (단지)용기가, 메로나는 네모난 디자인과 컬러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 그러한 특장점에 집중해 접근하곤 한다”고 말했다.

실제 바나나우유는 배불뚝이 모양의 용기를 모티브로 기존 충성고객 외에 10~20대의 인지도를 높이고자 체험을 확대하는 여러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콘셉트 카페를 열고 귀걸이·팔찌·텀블러·방향제 등 MD 상품을 대거 선보였으며, CJ올리브영의 자체 브랜드(PB) 라운드어라운드를 통해 바나나맛·딸기맛우유 보디케어 제품 11종을 출시하기도 했다.

흥밋거리도 멀리 봐야

이처럼 제품의 속성을 십분 활용하는 변형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지만, 장기적인 전략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좀 더 큰 계획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견해다.

김지헌 교수는 “프랑스의 볼펜 BIC은 대표적인 기능적 콘셉트의 브랜드인데, 향수로 확장해 실패한 바 있다”며 “이런(변형) 전략이 지속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브랜드가 가진 콘셉트와 불일치되는 영역으로의 확장은 위험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식품업계는 대부분 저관여이기 때문에 불일치에 대해 소비자들이 조금은 관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래도 너무 지나친 시도를 하는 것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준상 교수 역시 “저성장이 오래 지속되는 시장 상황과 모바일 중심으로 변한 마케팅 환경으로 인해 기존에 가십거리로 이야기되던 것들 가운데 긍정적이고 흥미로운 것이 이야기가 되곤 한다”며 “하지만 흥미란 것은 유효기간이 짧아 사그라지는 순간 오히려 예전보다 못해질 수도 있다. 역발상 아이템, 화젯거리 기획도 즉흥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촘촘하게 장기적 로드맵을 그려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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