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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실험공작소 ‘버티컬 브랜드’

콘텐츠 발굴·독자 외연 넓히는데 제격…조사한 언론사 20곳 중 절반이 운영

기사승인 2017.08.22  09:24:09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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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서영길 기자] 이제 뉴스는 언론사가 일방적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닌 수용자들이 끌어오는 방식으로 유통된다. 수십 년 전에 분류한 카테고리로 뉴스를 묶어 수용자보고 알아서 먹으라며 펼쳐놓던 시대는 끝났다. 이런 이유로 신문사나 방송사들은 수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즉 사회적 변화상을 뉴스룸이 적극적으로 수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언론사들이 앞 다퉈 시도하고 있는 테스트베드(시험무대)가 있다. 콘텐츠를 발굴하거나, 독자들의 외연을 넓히려는 데 이만한 방법도 없는 듯하다. 바로 ‘버티컬 브랜드’다.

버티컬 브랜드는 비즈니스 혹은 전문성 차원에서 특정 분야를 따로 떼어내 더 깊게 파고드는 버티컬 미디어와는 결이 다르다. 콘텐츠의 소재나 형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여러 실험을 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버티컬 브랜드 전략은 언론사들에게 매력적이다.

각각의 콘셉트나 주제를 놓고 넓게 펼쳐놓은 언론사들의 버티컬 브랜드 레이더망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지금의 뉴스 수용자들을 향해 있다. 이들은 세대 간 뉴스를 접하는 방식도, 관심 콘텐츠도 제각각이다. 아무리 뉴스를 파편화시켜 봐도 달라진 흐름을 따라잡기가 어렵고, 유행을 예측하기는 더더욱 힘들어졌다는 것이 요즘 미디어 종사자들의 푸념이다.

10개 언론사가 만든 16개 브랜드

과거처럼 불특정 다수를 위한 뉴스 서비스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버티컬 전략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럼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언론사는 어디일까?

<더피알>이 일간지 10곳(조선·중앙·동아·문화·세계·국민·한국·서울·한겨레·경향)과 경제지 2곳(매경·한경), 방송사 3곳(KBS·MBC·SBS) 및 종합편성채널 4곳(JTBC·TV조선·채널A·MBN), 통신사 1곳(연합뉴스) 등 총 20곳을 조사한 결과 10개 언론사가 버티컬 브랜드를 활발히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0곳 중 6곳(문화·세계·서울·연합·MBC·MBN)은 운영하는 버티컬 브랜드가 없다고 밝혔고, 4곳(동아·매경·TV조선·채널A)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한국일보

버티컬 브랜드 2개 : 동그람이 / 모클
개설일 : 2014년 / 2016년 11월
주플랫폼 : 자사 사이트·페이스북 / 별도 사이트
페이스북 팔로어 : 14만9000여명 / 없음
콘셉트 : 반려동물과 사람 / 자동차 전문포털

일간지 중에서 버티컬 브랜드를 가장 알차게 운영 중인 곳은 <한국일보>다. 2014년 오픈한 동그람이를 대표작으로 내놓았고, 자동차와 관련한 모클도 운영 중이다.

한국일보는 동그람이가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으며 외연을 넓히자 조직개편을 통해 개별 팀으로 만들었고, 기자·에디터·PD 등의 전담인력까지 두며 동물 관련 최대 커뮤니티로 키워냈다. 자사 사이트에 기반을 두고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동그람이는 현재 14만9000여명의 팔로어를 확보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만, 규모가 커져도 한국일보의 서브 매체(브랜드)라는 인식이 있다는 점은 앞으로 넘어야 벽으로 지적된다.

경향신문

버티컬 브랜드 1개 : 향이네
개설일 : 2015년 말
주플랫폼 : 자사 사이트·페이스북
페이스북 팔로어 : 1만2000여명
콘셉트 : 쉬운 뉴스 해설

<경향신문>도 이른 시기에 버티컬 브랜드를 론칭한 선두주자격이다. 2015년 말 자사 이름에서 따온 향이네라는 구수한 네이밍을 선보여 친숙한 이미지를 쌓아오고 있다.

향이네도 자사 사이트를 주 플랫폼으로 활용하며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운영 기간에 비해 다소 적은 1만2000여명의 팔로어를 확보했지만 이름의 친숙함으로 인해 충성도 높은 독자들을 자랑한다. ‘뉴스야 쉽게 놀자’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경향신문 내 무게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데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민일보

버티컬 브랜드 1개 : 취재대행소 왱
개설일 : 2017년 3월
주플랫폼 : 페이스북
페이스북 팔로어 : 1만3000여명
콘셉트 : 취재대행

<국민일보>의 버티컬 취재대행소 왱(이하 왱)은 최근 론칭한 페이지 중 다크호스로 분류된다. 올해 3월 문을 연 왱은 취재대행이라는 엉뚱한 콘셉트로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이슈를 발로 뛰며 해결해 주고 있다.

특히 최근 왱팀이 만든 ‘박근혜 거울방’ 콘텐츠는 특이하게 버티컬 브랜드에서 자사 주 매체 단독기사로 역수출(?)하는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모든 매체의 고민이듯 왱팀도 레거시 미디어가 가질 수밖에 없는 ‘제한적 소재’와 싸우고 있다. 국민일보 타이틀을 달고 있어 너무 가볍거나 막강 드립을 쏟아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조선일보

버티컬 브랜드 1개 : 조선2보
개설일 : 2017년 2월
주플랫폼 : 페이스북
페이스북 팔로어 : 2만2000여명
콘셉트 : 유머커뮤니티

<조선일보>는 특이하게 유머커뮤니티를 콘셉트로 잡고 올해 2월 조선2보를 오픈했다. 페이스북 기반으로 전담기자 3명을 두고 운영되는 조선2보는 일보 본 계정보다 콘텐츠 형식 면에서 훨씬 자유로워 실험의 주무대가 된다.

2보에 우선 올려보고 독자들의 반응을 보는 식이다. 이 때문에 본 계정의 팔로어들이 버티컬 브랜드 계정으로 빠져나가는 역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조선2보는 향후 유의미한 팔로어 수치로 영향력을 갖게 되면 네이티브애드 등의 수익사업에 눈을 돌릴 예정이다.

한겨레신문
버티컬 브랜드 1개 : 진짜판별기(짜판)
개설일 : 2017년 4월
주플랫폼 : 자사 사이트
페이스북 팔로어 : 없음
콘셉트 : 팩트체크

<한겨레신문>은 대선을 앞둔 지난 4월 오픈한 팩트체크 사이트 진짜판별기(짜판)를 대표 버티컬 브랜드로 꼽는다. 정파적 성격을 떠나 문제가 있는 정치인의 발언을 일일이 따져 독자들에게 시시비비를 가려준다.

덕분에 조롱과 비난의 온상이었던 정치뉴스에 유의미한 댓글이 달렸고, 나아가 댓글 토론 수준까지 끌어올린 건 큰 수확이다. 다만, 보는 시선에 따라 다소 강한 매체 색을 띤 한겨레가 운영하는 짜판이기에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다.

중앙일보

버티컬 브랜드 1개 : 뉴스10 / 나초
개설일 : 2017년 7월 / 2017년 6월
주플랫폼 : 모바일앱 / 페이스북
페이스북 팔로어 : 없음 / 7만5000여명
콘셉트 : 뉴스큐레이션 / 영화

<중앙일보>뉴스10이라는 다소 생소한 버티컬 브랜드를 대표 선수로 내세운다. 주 플랫폼도 SNS나 자사 사이트가 아닌 모바일앱이다.

지난 7월에 론칭한 뉴스10은 뉴스큐레이션 서비스를 표방해 하루 네 번, 읽을 뉴스 10개를 추천해 준다. 기-승-전-광고로 이어지는 기사들에 이별을 고하겠다는 게 이 서비스의 핵심이다. 아울러 영화 관련 버티컬인 나초도 운영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버티컬 브랜드 2개 : 한경헬스 / 뉴스래빗
개설일 : 2017년 8월 / 2015년 8월
주플랫폼 : 별도 사이트 / 별도 사이트·페이스북
페이스북 팔로어 : 없음 / 1만6000여명
콘셉트 : 색다른 헬스뉴스 / 뉴스를 실험하다

<한국경제신문>은 버티컬에 신중한 편이다. 무턱대고 만들어 실패할 경우 매체 브랜드에 안 좋은 이미지가 씌워질 것을 우려해서다. 그런 만큼 좀 더 내실 있는 버티컬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한경이 내세우는 대표 버티컬은 지난달 초 오픈한 한경헬스다. 바이오팀이라는 신생팀도 꾸려 별도의 사이트로 만든 한경헬스는 우선 약(藥)에 주목하고 있다. 이후 단순한 건강뉴스에 그치는 것이 아닌 토요약국 등 색다른 헬스 관련 콘텐츠를 담을 예정. 한경헬스는 시범 운영을 거친 후 다이어트나 요가 등 건강 카테고리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젊은 세대를 타깃팅 하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또 다른 버티컬인 뉴스래빗도 꾸준히 운영하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

SBS

버티컬 브랜드 3개 : 스브스뉴스 / 비디오머그 / 모비딕
개설일 : 2015년 2월 / 2015년 3월 / 2016년 6월
주플랫폼 : 페이스북·유튜브 / 페이스북·유튜브 / 별도 사이트·페이스북
페이스북 팔로어 : 37만여명 / 56만1000여명 / 11만6000여명
콘셉트 : 일반인들의 소소한 이야기 / 재미있는 동영상 콘텐츠 / 모바일 동영상 콘텐츠

방송사 중에는 누가 뭐라 해도 <SBS>를 빼놓을 수 없다. 강점인 방송 콘텐츠와 인지도를 살려 스브스뉴스, 비디오머그, 모비딕 등을 굵직한 버티컬 브랜드로 키웠다.

2015년 2월에 오픈해 삼형제 중 맏형 격인 스브스뉴스는 페이스북에서 단연 발군이다. 특화된 콘텐츠를 만들어 37만여명의 팔로어에게 배달한다. 스브스뉴스는 일반 시민들의 영웅 이야기나 소소한 이야기를 감동 있게 전한다. 소재는 B급일 수 있으나 감동은 저널리즘 면에서 A급이라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SBS는 스브스뉴스로 인해 젊어진 자사 브랜드 이미지도 덤으로 얻었다.

KBS

버티컬 브랜드 2개 : 크랩 / 고봉순
개설일 : 2017년 3월 / 2015년 7월
주플랫폼 : 페이스북 / 페이스북
페이스북 팔로어 : 1만2000여명 / 9만3000여명
콘셉트 : 재미있는 콘텐츠 연구소

<KBS>는 올해 3월 등장시킨 크랩이 있다. 크랩은 ㅋㅋㅋ의 ‘크’와 연구소란 의미의 ‘랩(lab)’의 합성어다. 이름답게 재미있는 콘텐츠 연구소를 표방한다.

물론 무조건 재미만 추구하진 않는다. 뉴스와 대중적 스낵 콘텐츠 사이에서 적절히 줄타기를 하며 저널리즘과 KBS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방침. 크랩 덕에 KBS 내에서의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인식이 제고된 것은 뜻밖의 큰 수확이다. 하지만 KBS라는 거대 조직에 익숙해져 있는 기자들이 디지털화(化)로 변모하는 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KBS는 이 밖에 고봉순이라는 버티컬 브랜드도 운영하고 있다.

JTBC

버티컬 브랜드 1개 : JTBC 소셜스토리
개설일 : 2017년 8월(통합)
주플랫폼 : 페이스북·유튜브
페이스북 팔로어 : 42만3000여명 / 45만여명
콘셉트 : 젊은 뉴스룸

종합편성채널에선 <JTBC> 외엔 버티컬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뉴스 분야에 특화된 방송인 만큼 기존에 있던 JTBC 정치부·사회부 버티컬을 한데 묶어 JTBC 소셜스토리(이하 소셜스토리)로 7월 말 재론칭했다.

소셜스토리는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기반으로 각각 42만3000여명의 팔로어와 45만여명의 구독자를 자랑한다. 젊은 뉴스룸을 표방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소셜라이브’ 코너는 디지털용 콘텐츠 중 시청자 수가 공중파에 맞먹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버티컬 브랜드가 그렇듯 당장 큰 수익이 없어 부족한 제작 인력으로 애를 먹고 있다.

하고보자식 접근은 금물

이처럼 버티컬 브랜드는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발맞춰 언론사들의 테스트베드가 되기에 안성맞춤이다. 소셜미디어를 주로 사용해 초기 투자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무엇보다 독자 외연을 넓히고 자사 브랜드 간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충성도 높은 수용자 층을 모으는 데 목표를 두면서, 결국 수익모델을 찾아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기에 ‘일단 하고 보자’ 식의 가벼운 접근은 금물이다.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그로 인한 부작용도 생각해 봐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최연진 한국일보 디지털콘텐츠국장은 “버티컬 브랜드로 확보한 수용자들이 기존 매체와 꼭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며 “자칫 잘못할 경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만큼 새로 론칭 할 때 기존 매체와의 연결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도 “(버티컬 브랜드들의) 비슷한 전략과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뉴스 수용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져 결국 모두 어려워질 수 있다”며 대안으로 미디어 스타트업과의 연대를 제안했다. 오 연구위원은 “미디어 스타트업들은 콘텐츠 생산능력이 레거시 미디어보다 훨씬 뛰어나다. 무조건 버티컬 전략을 세우는 것보다 이들과 협업해 시너지를 내는 방향도 고려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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