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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선비’ 명칭 갖고 싸워서야

[기자토크] 안동·영주 ‘선비도시’ 갈등…이름보단 창의적 콘텐츠가 더 중요

기사승인 2017.08.04  11:29:47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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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박형재 기자] 경북 영주시와 안동시가 ‘선비’ 명칭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안동시가 최근 세계유교 선비문화공원 탐방로(146㎞)의 이름을 ‘안동 선비 순례길’로 정하자 영주시가 선비 명칭은 우리가 원조(元祖)라며 발끈하고 나선 겁니다.

영주시 측은 “영주는 줄곧 선비의 고장, 안동시는 양반의 고장임을 강조해 왔는데 언제부턴가 안동이 선비를 고집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합니다. 반면 안동시는 “선비라는 용어는 보통명사로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자료사진) 서울 종로구 경희궁에서 열린 조선시대 과거제 재현 행사 모습. 뉴시스

사실 안동과 영주의 ‘선비다툼’은 해묵은 논쟁거리입니다. 이웃한 두 지역은 도산서원(안동), 소수서원(영주)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유교 문화의 본산으로 문화적 공통점이 많습니다. 20여년 전부터 고유한 지역 문화를 바탕으로 대외 홍보에 적극 나서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습니다.

지난 1998년 7월 영주시가 ‘선비의 고장’이란 이름의 상표 등록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도 두 지역은 ‘선비’ 경쟁을 치열하게 벌여왔습니다. 영주시는 선비의 고장, 선비정신, 선비숨결, 선비삿갓, 선비촌 등 상표 10여개를 등록했고, 이에 질세라 안동시 또한 선비고을, 안동선비 등 6개 가량의 상표를 등록했습니다.

안동시 ‘세계유교 선비문화공원 탐방로’ 모습. 안동시가 이곳을 ‘안동 선비 순례길’로 정하자 영주시가 발끈하며 해묵은 명칭 갈등이 재점화했다. 안동시 제공

신경전을 벌이는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단감 고장’인 경남 김해시와 창원시에서 벌어진 ‘최초 재배지’ 논란이 그것입니다.

최근 창원시가 국내 첫 단감테마공원을 개장하면서 공원 안에 있는 100살짜리 단감나무를 시배목(始培木, 처음으로 가꾼 나무)이라고 자랑하자, 이 소식을 들은 김해시는 “1927년 김해 진영에서 대량 재배를 시작한 역사가 각종 문헌에 나온다며 엉뚱한 소리 말라”고 반박했죠.

맵기로 소문난 ‘청양고추’ 역시 명칭과 유래를 놓고 각종 설(說)이 제기되는 뜨거운 감자입니다. 경북 청송의 ‘청’이란 글자와 영양의 ‘양’이 합쳐져 ‘청양’이 만들어졌다는 주장과 경북 청송과 강원 양양의 앞글자를 딴 ‘청량’의 변화된 발음이라는 의견, 비싸고 고귀한 고추란 뜻을 가진 ‘천냥고추’에서 변화됐다는 설이 있습니다. 최근엔 충남도와 청양군이 청양고추의 상표 등록과 지적재산권 등록에 나서 다른 지역의 반발을 불렀습니다.

일련의 논란을 보면서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듭니다. 21세기에 때아닌 선비, 양반 타령이나 원조 다툼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것이죠. 지역 브랜딩 차원에서 이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차별화된 콘텐츠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성공한 지자체 브랜딩 사례들을 보면 특색있는 콘텐츠를 개발한 경우가 많죠.

경기 고양시의 경우 SNS에서 지역명을 연상시키는 고양이 캐릭터를 적극 활용해 시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바꿨습니다. 전남 함평군은 관광·천연·산업자원이 전무한 3무(無)고장이었으나, 전국 최초로 나비축제를 기획해 매년 수십억원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지역PR을 제대로 하려면 “스토리텔링으로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지역축제나 특산물, 관광명소를 홍보하는 정형화된 형식에서 벗어나 지역 아이덴티티에 대한 고민과 함께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할지’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철한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창의적인 접근과 마케팅 개념 도입, 스토리텔링과 3~4년 이상의 일관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나타낸 바 있습니다. ▷관련기사: 지자체PR 제대로 하려면

물론 ‘원조’ 타이틀을 내세우는 것도 나름 의미는 있습니다. 권위를 내세워 경쟁력을 어필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소모적 논쟁에 힘을 낭비하기 보다는 지역색을 입힌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젊은 세대에게는 해묵은 선비 다툼이 마치 음식점 ‘원조’ 논란만큼이나 의미 없어 보이니까요.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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