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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도둑’ 판결 논란과 참기 힘든 언론의 가벼움

온라인 발화 이슈 언론보도 기점으로 확산… ‘카더라식’ 전달, ‘쿼터저널리즘’ 혼란 가중시켜

기사승인 2017.07.31  18:32:35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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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강미혜 기자]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집행유예형은 사안의 본질과 무관하게 언론의 ‘한심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해당 판결에 대한 비판 여론이 판사 개인의 신상털이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팩트’로 시비를 가려야 할 언론이 ‘미확인’ 보도로 논란을 확대·재생산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가짜뉴스를 잡겠다며 언론사마다 팩트체크 붐이 일었던 것을 돌아보면 촌극이 아닐 수 없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문화계 블랙리스트 혐의 무죄, 국회 위증 유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조 전 장관이 석방된 직후, 온라인상에선 해당 판결을 내린 황모 판사의 프로필과 족적이 회자됐다.

공분의 포인트를 건드린 건 이른바 ‘라면도둑’ 판결이었다. 2015년 영업이 끝난 분식점에 몰래 들어가 라면 10개를 훔친 사람에 대해 징역 3년 6개월의 처분을 내린 것과 비교해 블랙리스트 재판 결과는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

생계형 범죄에는 엄격한 법의 잣대가 권력형 범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비판은 황모 판사에 대한 비난으로 전환돼 흡사 마녀사냥과도 같은 여론의 융단폭격이 가해졌다.

'팩트체크' 없이 정치인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보도한 언론사 기사.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 관계자가 직접 기자들에 해명글을 보내 “라면 도둑 판결에 관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황모) 재판장은 2015년도에 형사재판을 담당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사안에 대해 판결을 한 바가 없다”고 밝힌 것이다.

이 발표가 나오자 언론들은 빠르게 태세전환을 하며 혼란을 가중시킨 ‘주범’으로 가짜뉴스를 지목했다. 바이라인 없는 ‘카더라’식 보도와 정치인 입에 기댄 ‘쿼터저널리즘’으로 설(設)을 사실로 둔갑시킨 언론의 책임과 반성의 자세는 쏙 빼놓은 채 말이다.

'라면도둑' 판결과 관련해 바이라인(기자 이름) 없는 언론보도. 28일 오전과 밤 사이에 기사 톤이 확 바뀌었다.

통상 온라인에서 발화된 이슈의 대부분은 언론보도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확산된다. 달리 보면 언론이 제때 팩트체크만 해도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은 충분히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과 다른 기사로 인해 오해가 발생하거나 오보가 되어 언론매체 신뢰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당부한다.” 이번 논란에서 법원이 덧붙인 말이다.

언론의 오보를 법원이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집단적으로 행동하는 설취류 ‘레밍’에 빗댄 것은 국민이 아닌 언론이라는 김학철 충북도의원의 발언을 곱씹어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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