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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적당히 하시죠

[20's 스토리] 넘침과 모자람 사이

기사승인 2017.07.20  11:04:32

김동진 hasom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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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라는 말을 좋아한다. 평소에 ‘적당히’라는 표현을 많이 쓰기도 하고 어찌 보면 내 삶의 모토 중의 하나이기도 한 것 같다.

적당히 벌고, 적당히 놀고, 그저 적당히, 가히 넘치지도 않고 그렇게 부족하지도 않게 살 수 있다면 그 삶도 꽤 괜찮아 보인다. 어떤 사람에겐 적당히가 마뜩찮을 수도 있을 것이다. 뭔가 대충하는 것 같기도 하고 더 잘 할 수 있는데 왠지 최선을 다하지 않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예전에 노인복지관협회 산하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영상제 사무국에서 일할 때의 일이다. 당시 메신저 상태 메시지가 ‘적당함의 미덕’이었는데 난데없이 상사가 “전 적당한 거 싫어요. 최선을 다하는 게 좋아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와서 황당했던 적이 있다. 그는 정중한 척하면서 약간은 고압적인 어투로 상태 메시지를 바꿀 것까지 요구했는데 물론 요구대로 하지는 않았다. 속으로 ‘좀 적당히 하시죠’라는 생각을 하면서.

근데 이 적당히라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먼저 어디까지를 적당하다고 봐야 할지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적당히의 적정선을 알 수 있는 건 결국 자기 자신밖에 없다. 어쩌면 매번 상황에 따라 그 기준이 달라지기도 한다.

나에게 있어 적당히는 스스로를 어느 정도 납득시킬 만한 수준이고, 나를 해치지 않으면서 현재 내가 얻은 성취에 만족할 수 있는 상태이다. 어찌 보면 그 상사의 ‘최선’과 나의 ‘적당함’ 사이의 간극은 그리 크지 않았을 수도 있다. 최선이라는 것도 결국 자기 기준이므로.

사실 많은 일들이 적당히라는 선을 넘으며 발생한다. 나는 이 세상에 너무 많아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돈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돈도 너무 많으면 어느 순간 돈의 가치를 모르게 되고 돈으로 인해 가족끼리 분란이 생겨 생판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뭐든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결국 균형을 잃고 고꾸라지기 마련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연인과의 사이에서도 사랑의 균형이 적당히 맞아야 관계가 오래 간다. 사랑은 더 많이 사랑받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아니면 반대로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결국은 승자라는 말들이 있지만 어느 쪽이든 적어도 내 경험에 의하면 한쪽으로 치우친 사랑은 좋은 결말을 맞지 못했다.

한없이 베풀기만 할 것 같은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도 너무 지나치면 결국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식을 지나치게 구속하고,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고, 자신의 욕망을 자식에게 투영하여 결국엔 관계가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무언가를 그게 사람이든, 물건이든, 또 다른 대상이든 지나치게 좋아하면 결국 맹목적으로 좋아하게 된다.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은 말을 바꿔도, 약속을 어겨도 다 이유가 있고 다 깊은 뜻이 있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그 속엔 다 음흉한 꿍꿍이가 숨어있는 듯 느껴진다.

최근 대통령을 둘러싼 지지자와 반대자들의 끝없는 갈등을 보면서 다시 적당함의 미덕에 대해 생각한다. 특히나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며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는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는 지지자와 그 대상에게 모두 독이 될 수 있다. 사안에 따라 지지할 것은 지지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면 된다.

적당히 좋아한다는 것은 그 대상을 대충 또는 조금 좋아한다는 것이 아니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지켜본다는 것이다. 너무 가까이 있을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금 떨어져서 보면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도 있다. 때로 넘치는 것은 모자람보다 못할 때가 많다. 적당함은 대상을 대하는 또 다른 현명한 태도일 수 있다.


김동진

한때 배고픈 영화인이었고 지금은 아이들 독서수업하며 틈틈이 글을 쓴다.

김동진 hasom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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