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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딜레마에 빠진 기업들

슬로건과 현실의 괴리…무리한 브랜드 띄우기 역풍

기사승인 2017.07.10  10:27:26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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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박형재 기자] ‘착한기업’ 딜레마에 빠졌다. 택배기사를 정규직 채용하겠다던 소셜커머스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순식간에 ‘나쁜기업’이 됐고, 대용량 생과일주스로 돌풍을 일으킨 기업은 용량을 속인 것이 드러나 고개를 숙였다. 기업의 선한 의도가 의도치 않게 경영에 발목을 잡거나, 착한 포지셔닝 전략이 되레 독이 되고 있다.

한때 택배원들 사이에서 ‘꿈의 직장’으로 불리던 쿠팡. 택배기사들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해 ‘착한기업’으로 통했던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이 최근 집단해고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쿠팡은 3년 전 택배기사 1만5000명을 계약직으로 뽑아 이 중 60%를 정규직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정규직은 물론 계약직에게도 주5일 근무에 3000만원대 연봉과 4대보험을 제공하는 파격적인 도전이었다.

쿠팡의 고용 실험은 사회적으로 큰 찬사를 받았다. 열악한 근무에 시달리는 택배기사를 정규직으로 대거 채용하면서 노동시장에 새바람을 일으켰고,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2015년 6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0억달러(1조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문제는 배보다 배꼽이 커졌다는 점이다. 쿠팡은 ‘친절한 쿠팡맨’과 주문 24시간 안에 제품을 배달하는 로켓배송 시스템을 내세워 연매출 2조원 규모로 성장했으나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누적적자에 시달렸다. 결국 인건비 감당이 어려워진 쿠팡은 정규직 전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계약해지해 구설에 올랐다. 쿠팡맨 처우 관련 내부고발은 물론 수당 미지급 등 논란이 잇따르며 브랜드 가치가 급락했고 최근에는 쿠팡맨들이 청와대에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관련기사: 쿠팡 띄운 ‘쿠팡맨’, 위기 근원지 돼

친절의 대명사로 꼽히던 쿠팡맨 로켓배송 홍보 이미지(위)와 상반되는 현실에 전·현직 쿠팡맨 75명이 광화문 국민인수위원회에 '대량해직 탄원서'를 제출했다.

기업PR을 위해 무리수를 둔 것도 발목을 잡았다. 쿠팡은 쿠팡맨이 택배차량에 짐을 실을 때 신발 벗은 상태에서 오르내리라고 업무지시를 했다. “배송상자에 흙먼지가 묻으면 받는 소비자의 기분이 좋지 않다”며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고객 만족을 높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한 쿠팡맨은 비오는 날 신발 벗고 작업하다 미끄러져 크게 다쳤고, 9개월간 치료받는 도중 쿠팡의 계약만료 통보를 받아 ‘강제해고 논란’이 일었다. 쿠팡은 뒤늦게 해당 규정을 없앴다.

양재호 동아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픈마켓은 사실상 가격을 제외하면 경쟁 포인트가 없다보니 업체간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며 “쿠팡의 시도 자체는 좋았지만 쿠팡맨의 정규직화를 모두 감당할만한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하지 못해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구설수로 신뢰도↓

‘착함’을 강조하다 낭패 본 사례는 쿠팡만이 아니다. 쥬씨는 1리터(ℓ) 생과일주스를 단돈 3800원에 판매해 돌풍을 일으켰다. 가맹사업을 시작한지 1년 만에 500호점을 돌파하며 저가 주스전문점 1위로 올라섰다. 소비자는 1000원~3000원대의 합리적 가격에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며 환호했다.

그러나 실상은 거짓투성이였다. 1ℓ 생과일주스 컵의 용량은 최대 840㎖에 불과했고, “모든 재료는 생과일을 사용한다”고 홍보했으나 딸기, 망고 등을 냉동과일로 대체한 것이 드러났다. 게다가 생과일주스의 단맛을 위해 사용하는 첨가물에는 MSG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쥬씨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600만원을 부과했다. ▷관련기사: ‘성분 논란’ 쥬씨의 뒤늦은 사과광고

맥도날드는 직원(크루)들을 가족처럼 여기고 있다고 홍보하며 ‘직원 감사행사’를 여는 등 착한 브랜드로 어필했으나 언론을 통해 열악한 처우가 알려졌다. 45초 안에 햄버거를 만들고 17분30초 안에 고객에게 배달을 마치는 방침을 정해놔 아르바이트생들이 산재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직원들에게 식대로 현금 대신 햄버거를 주는데, 이마저도 직급별로 먹을 수 있는 종류가 달라 논란이 일었다.

브랜드 슬로건이 현실과 달라 입방아에 오른 사례들도 있다. 두산그룹은 2009년부터 13편의 시리즈 광고를 통해 ‘사람이 미래’라는 기업 철학을 전해왔다. 하지만 2015년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실시한 희망퇴직 접수 대상에 갓 입사한 20대 직원까지 포함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온라인과 SNS에는 ‘퇴직이 미래다’ 등의 패러디가 넘쳐났고, 브랜도 호감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던 광고가 한순간에 비난 도구로 탈바꿈했다. 결국 두산의 기업PR 광고 콘셉트는 교체됐다. ▷관련기사: 두산, ‘사람이 미래다’ 대신 새 광고캠페인 선봬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문구로 사회공헌의 롤모델을 제시한 유한킴벌리는 ‘비싼 생리대’로 도마 위에 올랐다. 저소득층 여학생들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이른바 ‘깔창 생리대’를 사용한다는 언론보도 이후 생리대 가격의 적정성 문제가 불거진 것. 여론의 질타를 받은 이후 유한킴벌리는 중저가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생리대 가격 적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뉴시스

이밖에 폭스바겐은 ‘클린 디젤’을 내세워 친환경 자동차로 명성을 얻었으나 배출가스 조작을 통해 연비를 속인 사실이 밝혀져 수십조원대 소송에 휘말렸다. ▷관련기사: 폭스바겐 향한 그린피스 예언 맞았다 ‘밝은 모텔’을 추구하던 숙박O2O 여기어때는 지난 3월 이용자 99만명의 개인정보 341만건이 해킹당했고, 범인들이 이용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메시지를 보내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됐다.

이와 관련, 정상수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대체로 착한기업으로 가겠다는 목표 설정까진 좋은데,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장기적 안목 대신 단발적 컨셉, 초기 브랜드 띄우기에 급급해 문제가 생긴다”면서 “착한기업을 비용 측면에서 보지 말고 기업 DNA 차원의 투자 개념으로 접근해야 무리가 없다”고 조언했다.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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