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흔든 국민 마음, 상시적 관계로 나가야
디지털로 흔든 국민 마음, 상시적 관계로 나가야
  • 신현일 (jun0689@naver.com)
  • 승인 2017.06.2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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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출범시킨 文캠프 디지털 전략…언드·온드, 온·오프 이어 파급력↑

[더피알=신현일] 새로운 정부 출범과 함께 새 리더가 우리 앞에 섰다. 누군가는 환호했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승패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도 있었지만 역시 본 게임의 긴장감은 여전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는 여러 가지 승리 요인이 있지만, 특히 ‘문재인 1번가(moon1st.com)’로 대변되는 디지털 마케팅이 과거 어떤 선거보다도 눈에 띈 것이 사실이다.

문 캠프의 히트작이라 꼽힌 이 정책 사이트는 대선 승리 이후 현 시점에선 사라졌지만, 그 기저에 깔린 고도화된 미디어 전략은 되새겨봄직 하다. 이른바 트리플 미디어 전략의 핵심 드라이브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사라진 ‘문재인 1번가’

대선 기간 공약판매 사이트로 화제를 일으킨 문재인1번가. 현재는 문을 닫았다. 

TV광고 압도한 메시지·크리에이티브

트리플 미디어는 매체에 대한 구분인데, 광고주가 구매하는 페이드미디어(Paid Media), 소유하는 온드미디어(Owned Media), 그리고 소비자가 채널이 되는 언드미디어(Earned Media)를 의미한다. 트리플 미디어 전략의 핵심은 각 매체가 갖는 역할과 그에 따른 서로 간 믹스(mix) 전략이다.

60만명의 페이스북 팔로어와 대규모 SNS 전담팀을 통해서도 볼 수 있듯, 이번 대선의 디지털 마케팅 승자는 단연 문재인 캠프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압도적인 SNS 팬수만이 아니라, 매체와 콘텐츠 전략에서 여타 후보에 비해 월등한 퀄리티와 집행능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페이드미디어의 대표주자인 TV광고에서는 전반적으로 모든 후보가 큰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1분 내 광고를 30회까지 내보낼 수 있었고 각 후보마다 5편 정도의 시리즈를 구성해 순차적으로 선보였으나, 메시지나 크리에이티브의 파괴력이 좀 미비했다.

대선 준비 기간이 짧은 이유도 있겠지만 매체파워 변화도 주요 원인으로 자리한다. 매스미디어의 대표주자인 TV, 특히 공중파의 위력이 과거와는 사뭇 달라져 그 영향력이 이전보다 떨어진 듯했다.

오히려 후보의 홈페이지나 포털의 배너광고, 온라인 포토뉴스, 페이스북 뉴스피드에서 접하는 공유된 콘텐츠가 그 주목도와 인지도에서 눈길을 끌었다.

앞서 TV광고의 메시지와 크리에이티브에 대해 잠깐 언급했는데 개인적으로는 16대 노무현 대통령과 17대 이명박 대통령 때의 TV광고가 아직도 머리에 남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통기타를 들고 상록수를 담담히 부르며 자막으로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핵심(key) 메시지를 전달했다. 민주화의 상징인 ‘통기타와 상록수’, 거기에 더해 직접 노래를 부르는 모습까지 삼박자가 완벽히 떨어지는 광고였다.

하나의 핵심 메시지와 반전이 있는 크리에이티브의 조화는 담담하지만 뇌리에 박히는 임팩트를 충분히 전달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17대 선거에서는 ‘경제대통령’을 표방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TV광고가 화제였다. 별다른 메시지 없이 욕쟁이 할머니가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을 이 전 대통령에게 건네면 먹방처럼 크게 한술 뜨는 장면과 함께 ‘이명박은 배고픕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정작 후보자는 먹는 연기 외에는 별 다른 멘트도 없지만 서민의 장소, 서민의 음식과 경제를 매치시켜 확실한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19대 대선 후보들의 광고가 트렌디한 영상미와 자막은 눈에 띄지만 16·17대에 비해 핵심 메시지와 메시지를 받아 주는 상징적 이미지(통기타, 국밥)의 매치는 약해, 결국 연상적 파괴력도 덜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대선 TV광고 노출횟수가 지금과 같이 30회라면 여러 편을 만들기보다 딱 2편을 만들어 하나의 메시지에 투영 이미지만 다른 크리에이티브를 전달하는 것이 각인에 좀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온드-언드미디어의 순환구조

2012년 11월, 미국 대선이 끝난 후 뉴욕타임스에서는 오바마 당시 민주당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한 이유 중 하나로 소셜미디어 전략을 꼽았다. 이런 디지털 중심의 대선 홍보활동은 투표율이 낮은 젊은층과 여성층을 공략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경쟁후보보다 두 배가 높은 페이스북 팔로우 수와 20배나 높은 트위터 리트윗 횟수 역시 이런 결과에 대한 입증이며, 선거자금 기부에서도 200달러 이하 소액 기부액이 3.5배나 높았다.

약 4년 전에도 뉴미디어를 활용한 전략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2017년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책 구매 자체가 SNS 공유 활동인 문재인 1번가는 쇼핑몰에 익숙한 젊은층과 여성층에게 더욱 어필했다.

앞서 이야기 한 오바마 사례와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이렇게 파생된 콘텐츠가 SNS에서 확산돼 온드미디어와 언드미디어가 순환해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젊은 감각의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유권자와 관계를 맺는 것은, 정치인이 가진 보수적이고 근엄한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부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쉽게 공감이 되는 쇼핑몰 콘셉트 위에 SNS 공유에 익숙한 젊은층의 참여를 이끌었기에 문재인 캠프의 디지털 마케팅 전략은 성공했다. 더불어 오프라인 선거유세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층을 위해 모바일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현장의 뜨거운 열기를 전하는 등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대선은 끝났지만 관계는 계속돼야 한다. 디지털이 좋은 이유는 언제든 꺼내 볼 수 있고 널리 퍼트릴 수 있는 상시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상시적 관계야말로 디지털을 활용하는 이유가 돼야 하고 관계를 위한 끈은 진정성과 차별적 매력으로 수놓아져야 한다.

벌써 다음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후보자가 나오고 있는데 승부는 대선기간이 아닌 지금부터라고 생각하고 어떤 관계의 끈을 만들지 미리 생각해 보라 말하고 싶다.

신현일

브랜드컨설턴트에서 디지털의 매력에 빠져 현재 IT기업 브랜드매니저로 서바이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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