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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스톰’ 맞은 유나이티드항공이 남긴 교훈

[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더 큰 문제는 ‘조롱’…위기시 CEO는 ‘최고공감자’ 돼야

기사승인 2017.06.19  10:37:26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microp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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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승객 폭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유나이티드항공이 이번엔 노인 승객을 바닥에 내동댕이 친 영상이 공개돼 곤혹을 치르고 있다. 2년 전 발생했던 이 사건이 세계적인 공분을 사는 것은 앞선 논란에 따른 반(反)유나이티드항공 정서 탓이 크다. ‘퍼펙트 스톰’을 맞은 유나이티드항공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사례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① 유나이티드항공의 사후약방문
② 위기관리 실패요인
③ 반면교사 포인트

[더피알=임준수] 승객 폭행 논란으로 대형 위기를 맞은 유나이티드항공은 크게 다섯 가지 점을 간과했다. 

첫째, 곪으면 터지는 법이다. 서비스 업종의 비즈니스는 동종업계에 대한 소비자, 고객들의 기본 태도와 만족도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어야 한다. 이번 사건은 갈수록 열악해지는 항공 시설과 서비스, 수하물 분실, 그리고 불친절하고 때로 고압적인 응대로 누적된 미국 승객들의 불만이 다오 씨를 계기로 표출돼 나왔다. 

특히 유나이티드항공은 고객 불만의 전례들이 있었다. 자신의 기타가 파손되었는데도 적절한 보상을 못 받은 인디밴드 가수가 ‘유나이티드가 내 기타를 부러뜨렸다(United broke my guitar)’라는 노래를 유튜브에 올렸을 때부터 꾸준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었다. 

그런 식의 고객 불만이 증가해 미국인들 사이에서 갈수록 인기 없는 항공사가 되어가고 있던 터였다. 브랜드에 대해 고객 불만이 누적되고 좌절감의 표출이 잦아질 때, 곪은 상처를 먼저 짜내지 않으면 큰 화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둘째, 위기는 스마트폰을 타고 간다. 요즘 사람들은 어떤 이상한 현상을 목격하거나 소동이 벌어지면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일단 찍고 본다. 기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진 소란도 순식간에 전 세계에 퍼져버린다. 이런 시대에 항공사들은 SNS를 타고 전파되는 비디오로 인해 생길 여러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와 대응 커뮤니케이션을 미리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 

특히 위기 발생 초기에 SNS상에서 도는 나쁜 소문과 가짜뉴스를 빠르게 잡지 않으면 예기치 않는 곳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사태에선 다오 씨가 중국계로 잘못 알려지면서 중국의 웨이보 등 SNS에서 유나이티드를 향한 성토와 보이콧 선언이 줄을 이었다. 따라서 소셜미디어상의 바이럴 영상으로 부정적 여론이 비등할 때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지를 미리 준비해둬야 한다.

셋째, 더 큰 문제는 조롱이다. 주요 사건이 일어날 때 이제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은 바로 온라인상의 조롱 섞인 반응이다. 소셜미디어가 여론의 풍향계가 되면서 나타난 중요한 변화는 공중들의 여과되지 않은 목소리가 실시간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휘발성이 큰 이슈가 발생하면 SNS나 포털 댓글 등을 통해 정제되지 않은 의견들이 쏟아져 순식간에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상식이나 사회규범, 윤리적 가치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인물이나 조직에 대한 조롱은 이제 SNS의 새로운 비판 문화로 자리 잡았다. 

과거 대한항공 기내에서 갑질을 했던 포스코에너지의 임원은 순식간에 ‘라면상무’가 되어 각종 패러디물에 오르내렸다. 마찬가지로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 대항항공 전 부사장도 패러디의 핫 콘텐츠가 되어 수많은 가십뉴스를 제공했다.

이런 조롱적 의견이나 반응이 담긴 패러디물은 보통 해시태그(#)를 타고 밈(meme·재미를 주목적을 유통되는 콘텐츠)으로 발전한다. 

예를 들어 미 NBC방송의 인기 앵커 브라이언 윌리엄스는 이라크전 취재 중 자신이 탄 헬기가 자신이 내린 후 로켓에 의해 피격 당했다는 무용담을 이야기했는데, 참전용사들에 의해 완전 거짓이었음이 들통나 앵커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당시 사람들은 #BrianWilliamsMisremembers라는 해시태그를 이용해 미 역사의 중요한 사건 사진 속에 브라이언 윌리암스의 사진을 합성해 넣고 그의 거짓말을 조롱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건 발생 바로 다음 날부터 트위터에는 유나이티드를 조롱하는 패러디물이 올라오고 빠르게 확산됐다. 각종 조롱이 밈으로 발전했고 패러디 계정까지 등장했다. 사람들은 #NewUnitedAirlinesMottos 해시태그를 이용해 촌철살인의 의견을 올리고 풍자했다. 

어떤 트위터리언은 피해자가 의사인 점을 이용해 ‘의사로 탑승해 환자로 내리다(Board as a doctor, Leave as a patient)’라는 트윗을 올렸고, 다른 트위터리언은 무노즈 CEO의 ‘재배치했다’ 발언을 비꼬아 유나이티드의 새 모토는 ‘우리가 재배치하도록 하겠습니다’(Let us reaccommodate you)라면서 기존 로고에 피를 묻혀서 게시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필자가 2015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런 SNS상의 조롱물들은 특정 사건이 위기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초기의 부정적 여론에 큰 영향을 주며, 불만이나 화남 등의 부정적 감정에 직접적 자극을 줌으로써 보이콧 의향을 높인다.

넷째, 피해 보상에는 ‘여론값’이 더해진다. 물의를 일으킨 기업이 피해자에게 지불할 보상비용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성된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는 것까지 포함된다. 대체로 보상금은 당시 입었던 신체적·정신적 피해와 함께 장기적인 의료비용을 합쳐 계산되지만, 이 사건의 경우 화난 여론을 등에 입은 당사자와 변론을 맡은 로펌을 만족시켜야 하는 금액까지 포함됐다.

최초 사과 성명에서 무노즈 CEO의 '재배치' 발언을 비꼰 밈(meme)을 프린팅한 티셔츠.

일례로 다오 씨 측 변호사는 이 사건이 전 세계로 중계됨으로써 피해자가 입었을 수치심과 모욕감까지 언급했다. 그가 지른 괴성에 가까운 비명과 기내에서 짐짝처럼 끌려 나가는 장면, 그리고 (뇌진탕의 영향으로) 정신없는 사람처럼 ‘나는 집에 가야 해’라고 외치는 모습 등이 낱낱이 공개되면서 그와 그 가족들은 말할 수 없는 수치심을 겪었을 것이다.

유나이티드가 다오 씨에게 지불한 보상금의 액수는 비밀에 붙여졌지만, CNN의 법률분석가인 대니 세바이요스 씨는 유나이티드와 다오 씨가 약 100만달러(11억원) 정도에서 합의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최초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비디오로 공분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그 금액은 훨씬 적었을 것이다.

실제 부러진 이빨은 아무리 많아도 수천달러 선에서 합의될 수 있다. 문제는 피해자의 뇌진탕 주장에 대한 장기적 피해 가능성(예를 들면 만성적 두통)인데, 단기간에 가늠되지 않기에 몇 년씩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결국 유나이티드가 피해자와 빨리 합의한 까닭은 이 문제를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PR 측면에서 두고두고 유나이티드를 머리 아프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건을 법정으로 끌고 가게 되면 재판 때마다 유나이티드 이름이 언론에 거론되고, 그런 식으로 여론의 재판에 계속 소환되는 한 브랜드 평판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다오 씨의 변호를 맡은 측에서도 빠른 대응이 필요했던 건 마찬가지다. 시간이 갈수록 유나이티드에 입힐 타격의 크기가 급속히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피가 보였지만 다오 씨가 신체적으로 입은 피해의 크기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 사건 직후 주가 하락을 통해 유나이티드가 막대한 피해를 봤기에 이후 간헐적으로 생길 평판 손상은 그리 크지 않다는 현실적 측면이 고려됐을 터이다. 이런 이유로 다오 씨의 변호사도 보는 눈이 많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백 번 천 번 낫다고 조언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섯째, 위기시 CEO는 ‘최고공감자(Chief Empathy officer)’로 돼야 한다. CEO는 위기상황에서 자신의 메시지의 ‘C·C·R’ 여부를 따져야 한다. 피해자나 소비자를 물심양면으로 배려하고 챙겨야 하며(Caring), 언행에서 깊은 유감의 뜻을 보여야 하고(Contrite), 책임을 지는 자세(Responsible)를 의미한다. 분노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공감의 자세를 보일 때 조직은 내상을 덜 입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무노즈 CEO가 사건 다음날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는 앞서 말한 세 가지 원칙에 모두 어긋났다. 피해자나 고객을 먼저 돌보지 않고, 사건 현장에서 무리한 대응을 한 직원들을 칭찬했으며, 오히려 피해자인 69세 노인을 ‘호전적이었다’고 비난했다. 

미국에선 이처럼 세간의 정서와 분위기와 동떨어진 반응을 보이는 인물을 칭할 때 ‘음치의(tone-deaf)’라는 메타포를 쓴다. 듣는 사람의 귀는 생각하지 않고 자기 식대로 무조건 내지르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인데, 무노즈의 첫 번째 성명과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본 미국 언론들은 ‘톤-데프 CEO(tone-deaf CEO)’라고 하거나 그가 낸 메시지가 ‘톤-데프(tone-deaf)’였다고 비판했다.

세 가지 원칙을 어기고 공감하지 못할 메시지를 낸 대가로 유나이티드 주가는 하루 만에 시가총액 2900억여원을 날렸다. 그리고 이 사건 직전 PR 유력 전문지 PR Week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커뮤니케이터’에 꼽혔던 무노즈는 개인 명성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퍼펙트 스톰 그 이후

이번 사태로 무노즈 CEO는 이틀 만에 세 번이나 사과를 했다. 그러나 위기 시 사과를 많이 할 필요는 없다. 피해자와 소비자의 감정을 다독이는 진실한 사과 성명 한 번이면 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재발방지와 피해자 보상을 위한 약속이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4월 27일 유나이티드가 발표한 소비자 권리강화를 위한 방침은 이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 법, 제도, 관행, 재정 등 여러 분야에서 꼼꼼히 검토한 후에 공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왠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광고의 제목대로 ‘행동이 말보다 울림이 더 크다’는 것을 증명해준다면, 무노즈 CEO가 말했듯 언젠가 다시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좋은 평가를 받는 날이 올 것이다. 시간이 지난다고 자연스레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유나이티드가 큰 실수를 전환점으로 삼아 약속대로 ‘고객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항공사'로 거듭날지 지켜볼 일이다.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현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 S.I. Newhouse School의 PR학과 교수다. PR캠페인과 CSR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효과에 관한 연구를 하며, The Arthur Page Center의 2012년과 2017년 두 차례 Page Legacy Scholar로 선정되었다.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microp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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