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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틴의 느닷없는 흑인머리칼 찬양, 왜?

[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사회적 편견에 대한 문제제기, ‘소비자 임파워먼트’ 전략 구사

기사승인 2017.05.29  11:04:48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microp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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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칼럼은 2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 팬틴의 느닷없는 흑인머리칼 찬양, 왜?
‘포용 옷’ 입은 팬틴의 캠페인 PR인사이트

[더피알=임준수] 얼마 전 미국의 영부인이었던 미셸 오바마의 사진 하나가 트위터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Meagnacarta라는 핸들을 쓰는 한 트위터 이용자가 흑인 특유의 곱슬머리인 아프로 헤어스타일을 한 미셸 오바마의 사진과 함께 “이게 바로 내가 지난 3년 동안 기다렸던 사진이다. 자연의 머리로 돌아오라”(This is the picuture I have been waiting on for like 3 years. COME ON NATURAL)는 트윗을 올렸는데, 10만명 이상이 ‘좋아요’를 누르고 수만명이 공유(RT)했다.

픽처(picture)의 철자도 틀린 이 트윗 특종을 한 사람은 일반인이었는데, 언제 찍었는지 어떻게 입수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미국 젊은 여성들 사이에 인기 있는 여성전문 웹사이트 '리파이너리29'에서 미셸 오바마의 헤어스타일리스트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이 사진이 진짜임을 확인해주었다.

미셸 오바마의 자연스러운 흑인 헤어스타일을 공개한 트윗.

아프로 헤어스타일을 한 미셸 오바마의 모습을 처음 보면서 세상의 많은 남자들은 어떤 스타일이 영부인으로서 어울리는가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생각했을지 모른다. 미셸 오바마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어떤 머리모양이 더 많은 미국인, 그리고 세계인들에게 더 영부인답게 보일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으리라 본다. 영부인 시절 아프로 헤어스타일을 못했던 것은 아무래도 미국 사회에 만연한 흑인머리 모양에 대한 비호감이나 편견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올해 3월 피앤지(P&G)의 샴푸 브랜드 팬틴(Pantene)이 전개한 새 캠페인 ‘모든 강한 머리카락은 아름다운 머리카락이다’(All Strong Hair is Beautiful Hair)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팬틴은 보도자료에서 이 캠페인이 기존의 ‘강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Strong is beautiful) 캠페인의 연장선에 있으며, “흑인의 머리카락에 담긴 유산, 다양성, 그리고 아름다움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장기적인 목표는 흑인 머리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흑인들이 자신의 머리칼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18-49세 흑인 시청자층에서 가장 인기 있던 드라마인 ‘엠파이어’에 광고를 집행했고, 디지털 채널과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서도 공유했다.

#StrongIsBeautiful

광고와 더불어 피앤지는 소셜미디어상에서 흑인 소비자들의 인게이지먼트를 높이기 위해 #StrongIsBeautiful이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자신의 머리카락에 자부심을 표현하도록 독려했다. 그런데 피앤지는 왜 느닷없이 흑인들의 미를 찬양하고 고무하는 것일까? 명분은 거창하지만 광고를 다 보고 나면 흑인층을 위해 특별 개발한 팬틴 골드 시리즈 샴푸를 팔려는 상업적 의도가 바로 읽힌다.

물론 다양한 흑인 헤어스타일을 보여주며 ‘우리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우리 (흑인) 역사의 증언입니다. 그리고 강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라며 애초 약속한 흑인머리의 아름다움을 추켜세우는 약속은 지켰다.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 마케팅 전략의 대세로 떠오른 ‘소비자 임파워먼트’(empowerment·소비자의 역량과 힘을 고취하고 격려를 불어넣는 것)를 전략으로 하는 캠페인이다.

모든 강한 머리칼은 아름답기에, 흑인 여성들이 자신의 강하고 독특한 머리칼을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느끼라는 응원의 메시지다. 전 세계 마케팅계를 주도하는 최강 군단인 P & G는 올웨이즈(Always) 브랜드 강화 캠페인인 ‘여자답게(Like a girl)’ 편에서도 이 전략을 구사한 바 있다. ▷관련기사: ‘세기의 메이크오버’…바비가 거둔 성과

캠페인을 기획한 피앤지가 던진 문제 제기는 명확하다. 미국에서 다양성과 포용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 차츰 개선되고는 있지만, 매체나 대중문화에서 유색인종을 묘사하는 방식, 특히 흑인들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왜곡되어 있다. 40년간 길고 윤기 나는 아름다운 머리칼에 관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한 헤어케어 회사로서, 이젠 대중문화와 광고 속에서 흑인들의 머리카락을 묘사하는 데 있어 만연된 편견을 깨뜨리고 싶다는 것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팬틴을 비롯해 기존 헤어케어 제품광고에서는 백인의 길고 윤기 있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주를 이룬 반면, 흑인들의 머릿결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려는 노력은 없었다. 여기까지만 듣고 피앤지의 문제 인식과 이를 개선하려는 용기에 감동할 필요는 없다. 피앤지가 이 문제를 제기하게 된 데는 보도자료에서는 언급하지 않은 뭔가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피앤지를 자극한 시어모이스처

피앤지의 이번 캠페인은 유기농 뷰티케어 제품으로 주목받는 시어모이스처(Shea Moisture) 브랜드가 2016년 9월에 시작한 ‘무엇이 정상이지?’(What's Normal?)라는 광고 캠페인을 위협 요인으로 인식하면서 대응 차원에서 기획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광고는 헤어케어 제품을 사러 매장에 들어갔을 때 흑인 소비자들이 겪는 불편한 심경을 내레이션으로 설명하며, 뷰티케어 브랜드들이 ‘정상 머리칼’(Normal hair)이라고 표기한 헤어 제품들에 문제를 제기한다.

광고는 한 흑인 여성이 ‘무엇이 정상이지?’라는 물음을 던지는 데서 시작한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미국의 소비자는 미(美)에 관한 한 이중잣대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내레이션이 깔린다. 그러면서 ‘정상 헤어란 무엇인가’에 대해 각양각색의 정의를 들려준다.

어떤 사람은 ‘머리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머리카락’이라고 하고 어떤 흑인 여성은 ‘곱슬하며, 촘촘하고, 갈지자로 엉켜있는 헤어’라고 하며, 또 다른 사람은 ‘물결치고 길고 직선의 머리카락’이라 말한다. 이어지는 내레이션은 ‘큰 뷰티 회사들은 이런 다양성에 눈을 열어야 한다’고 일침을 놓는다.

후반부엔 한 흑인 여성이 매장에서 진열된 제품을 들여다보며 ‘나에게 맞는 제품이 있길 희망한다’는 멘트를 하고, 곧이어 시어모시스처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이 보이는 가운데 ‘우리는 시어 모이스처다. 우리는 모든 종류의 정상을 위해 150개의 다른 제품을 만든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광고는 흑인 소비자층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해시태그 #BreakTheWalls를 통해 소비자들은 자신의 이야기와 경험을 공유했다.

‘벽을 허물어라’(#BreakTheWalls) 해시태그는 2016년 초 시어모이스처가 동명의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세상에 던진 강력한 화두였다. 흑인 여성들이 뷰티숍에 갔을 때 느끼는 차별감을 잘 묘사하며 뷰티산업의 잘못된 범주화에 대해 강하게 문제제기를 한다. 해당 광고는 카메라가 뷰티숍에 들어선 흑인 여성을 따라가며 내레이션으로 이 여성 고객의 마음을 들려준다.

“우리는 매장에 들어서면 늘 한 구석에 가서 우리(=소수인종)가 진열된 코너에 가도록 그렇게 길들여져 왔습니다. 매장에는 ‘뷰티’라는 ‘아일’(aisle·통로)이 있고 ‘소수 민족’(Ethnic)이라는 ‘섹션’이 있지요.”

이어지는 화면에서 백인들은 양면을 가득 채운 뷰티 아일에서 제품을 고르고, 의기소침한 이 여성은 진열대 한구석에 자리한 작은 ‘소수민족인을 위한’ 섹션을 들여다본다. 내가 이러려고 흑인으로 태어난 것일까라는 자괴감을 느끼는 표정이 잘 전달된다. 그리고 눈을 지그시 감은 이 여성은 ‘이 벽을 어떻게 허물 수가 없을까’라는 상상을 한다.

상상 속에서 진열대의 스크루 못이 풀려나가고 그 위의 제품들이 모두 쏟아진다. 그리고 ‘뷰티’와 ‘민족’의 벽이 사라진 하나가 된 아일의 진열대 위로 시어모이스처 제품들을 보여주면서 “우리 모두가 속한 시어모이스처 제품이 이곳에 있다”는 내레이션으로 끝을 맺는다.

‘벽을 허물어라’ 캠페인은 소셜미디어상에서 큰 울림을 선사했다. 리베리아 난민 출신의 이 회사 CEO 리슐류 데니스(Richelieu Dennis)씨는 언론 인터뷰와 소셜미디어를 통한 홍보에 매우 적극적이다. 데니스씨는 이 캠페인이 던지는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우리 모두를 포함하고, 모든 사람을 기리고 모든 사람의 차이를 찬양해주라’는 것이라고 했다. 시어모이스처 브랜드는 다양성과 포용의 브랜드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현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 S.I. Newhouse School의 PR학과 교수다. PR캠페인과 CSR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효과에 관한 연구를 하며, The Arthur Page Center의 2012년과 2017년 두 차례 Page Legacy Scholar로 선정되었다.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microp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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