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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신인류, 일상이 바뀌고 있다

물건들이 말을 거는 세상…‘호모커넥투스’로의 진화

기사승인 2017.05.29  09:47:43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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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박형재 기자] 물건들이 말을 걸기 시작했다. 바비인형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아이들과 교감하고 아마존 에코는 음성으로 쇼핑을 대신해준다. 냉장고는 음식 목록과 유통기한을 액정화면에 표시하며 옥외광고는 사람 표정을 읽어 맞춤 광고를 내보낸다. 기술은 패러다임을 바꾸고 모든 것을 하나로 연결한다. 인간은 호모커넥투스(Homo Connectus)로 진화한다.

#1 서울에 근무하는 A씨는 부산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기름이 떨어졌다. 충전을 위해 주유소에 들르는 순간 스마트폰으로 주유 할인쿠폰이 날아온다. 평소 자주 사용하는 카드사에서 보낸 것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어리둥절했지만 기분 좋게 기름을 넣었다.

#2 집에 도착한 A씨는 우울해졌다. 친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음성인식 비서를 시켜 차분한 음악을 틀고 꽃바구니를 병원으로 보낸 뒤 늦은 저녁을 먹었다. 냉장고 화면을 보니 식재료가 떨어져 버튼을 눌러 일주일치 식품을 주문했다.

#3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스마트폰을 꺼내든 A씨는 기분 전환을 위해 주말 등산을 결심했다. 노스페이스 챗봇에게 ‘봄 나들이 좋은 등산복’을 추천받아 결제하고, 스타벅스 챗봇으로 ‘평소 마시던 음료’를 주문했다.

실제 상용화된 인공지능 사례들이다. 소비자가 말하기 전에 필요한 쿠폰을 제공하고 목소리만으로 음악을 틀고 쇼핑한다. 프랜차이즈 챗봇은 내가 평소 마시던 ‘휘핑크림 빼고 샷 추가’를 기막히게 알아맞히고, 똑똑한 자동차는 업무에 지친 나를 위해 후진주차를 해준다. 일상 곳곳으로 들어온 기술들은 사람의 행동을 읽고 진화하며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있다.

일상과 연결된 가전

2007년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선보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손가락으로 디스플레이를 터치해 영상을 재생하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방식은 획기적이었다. 손 안의 컴퓨터는 필수품이 됐고 기존 생활패턴과 마케팅 공식을 뒤집었다.

그로부터 10년 뒤 인류는 또 하나의 거대한 변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모든 영역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기술이 융합·연결되는 4차 산업혁명이 그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다. 인공지능은 기계 스스로 지능을 갖고 학습하는 능력이고, 사물인터넷은 주변의 모든 물건에 센서를 달아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기술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실제 사례를 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사물인터넷이 집과 연결되면 ‘디지털 홈(Digital Home)’이 된다. 컴퓨터, TV 등 집안의 모든 전자제품을 하나로 이어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KT의 스피커형 인공지능비서 ‘기가지니’가 관심사 기반 맞춤 뉴스클립을 보여주고 있다.

냉장고는 음식물 현황, 유통기한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표시하고, 오븐은 요리에 맞춰 적정 조리시간과 온도를 알아서 조절한다. 센서가 내장된 스마트 화장실은 혈압과 체온을 체크해 건강상태를 확인해준다. 에어컨은 사람 위치에 따라 바람세기를 조절하거나 주변 공기를 분석해 공기청정기능을 스스로 작동한다.

사물인터넷이 자동차와 만나면 자율주행 차량이 된다. 자동차가 GPS와 지도를 읽고 각종 상황에 대해 대처하며 스스로 운전하는 것이다. 내비게이션 화면을 통해 이메일, SNS, 교통상황, 도로 상태, 운전자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5G 인터넷과 일부 기술이 개발되면 2025년부터 상용화가 예상된다. 아우디와 구글, 현대차와 혼다 같은 기업들이 이미 각종 실험에 착수했다.

손목시계, 안경, 목걸이 등 다양한 형태의 웨어러블도 관심을 끈다. 액세서리에 작은 칩을 심어 인터넷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피트니스, 헬스케어 제품들은 착용한 사람이 흘리는 땀의 양과 심박수, 호흡 등을 측정해 실시간 운동 데이터를 제공하고 건강관리를 해준다.

사물인터넷이 매장과 연결되면 무인마트가 된다. 미국 시애틀에 시범적으로 문을 연 ‘아마존고(GO)’는 계산대 없는 식품 매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객은 아마존고 전용 앱을 스마트폰으로 다운받아 매장에 입장하며 교통카드 찍듯이 QR코드를 인식시킨다. 이후 물건을 골라 바구니에 담으면 별도의 절차 없이 출구에서 결제가 완료된다. 계산을 위해 길게 줄을 설 필요가 없어졌다.

김원준 건국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인공지능은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 방향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자율주행, 무인마트, 무인자동화공장, 지능형 보안시스템 등의 기술 혁신이 전방위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 닮는 인공지능

인공지능 스피커 SK텔레콤 누구, 아마존 에코, 구글 홈.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도 놀랍다. 예전에는 인간이 시킨 간단한 명령만 수행했다면 이젠 스스로 학습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초기 인공지능은 체스 등 보드게임에서 이용자와 대결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이후 빅데이터와 컴퓨팅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공지능은 ‘머신러닝’과 ‘딥러닝’으로 진화했다.

머신러닝은 다량의 데이터를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이를 분석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학습 경험을 쌓을 때까지 수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고 현실에는 정답이 없는 경우도 많아 한계가 분명했다. 이를 극복한 것이 딥러닝 기술이다. 딥러닝은 인간이 알려주지 않은 데이터값을 산출할 수 있다. 예컨대 흰색과 검은색을 알려주면 반복적으로 관찰, 학습해 회색까지 맞추는 식이다.

인공지능의 대표 사례는 IBM 의사 왓슨이다. 왓슨은 무려 1500만 페이지에 이르는 의학정보를 학습하며 실력을 키웠다. 환자의 영상을 보여주면 방대한 데이터를 빠른 시간에 분석해 병명을 진단하고 최적의 치료법을 알려준다. 가천대 길병원 등 국내 5곳에 도입됐다.

건양대 인공지능 암 진료실에서 의료진이 '왓슨'이 제시한 치료법을 암환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암 환자의 차트를 놓고 왓슨과 의사 처방이 서로 다를 경우, 환자들은 의사보다 왓슨의 처방을 더 따른다는 것이다. 이병일 HBA대표는 “왓슨은 세계 석학들의 연구를 모두 품고 있는 ‘모아진 천재’”라며 “환자 영상을 보고 경험에 비춰 진단하는 의사들보다 정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지역병원의 경우 환자들의 시술 동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비서도 갈수록 똑똑해지고 있다. 애플 시리, 아마존 에코, 구글 홈 등은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빅데이터 정보가 누적돼 주인의 취미나 소비 성향을 가족처럼 알게 된다. 국내에선 KT의 ‘기가지니’, SK텔레콤 ‘누구’ 등이 인공지능비서 서비스로 각광 받고 있다. 

특히 음성인식은 2017년 IT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기술로 꼽힌다. 기계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반응하며 대화까지 가능하면 우리 삶이 진일보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업 마켓앤마켓은 음성`인식 시장이 2022년 2조2506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공지능 장난감 코즈모(왼쪽)와 말하는 헬로바비.

인공지능 장난감도 눈길을 끈다. 미국 앤키가 만든 인공지능 로봇 ‘코즈모’는 사람의 반응에 따라 다양한 표정과 움직임을 보인다. 아이들에게 놀아달라고 떼를 쓰거나, 안 놀아주고 방치하면 화를 낸다. 장난감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물과 교감하는 느낌이 든다는 평가다.

마텔은 말하는 바비인형 KT의 스피커형 인공지능비서 ‘기가지니’가 관심사 기반 맞춤 뉴스클립을 보여주고 있다. ‘헬로 바비’에 이어 최근 음성비서 ‘아리스토텔레스’를 내놨다. 이 제품은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반응하며 동화와 음악을 들려준다.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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