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여, 테크니션이 돼라
마케터여, 테크니션이 돼라
  • 신현일 (jun0689@naver.com)
  • 승인 2017.05.2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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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일의 컨버전스토리] 지면 바잉에서 오디언스 구매 시대로

[더피알=신현일] 레알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LA레이커스에서 활약했던 코비 브라이언트를 우리는 위대한 선수라고 칭하기도 하지만 ‘테크니션(Technician)’이라고도 부른다. 단순히 기술의 화려함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만의 테크닉을 통해 경기에서 우월한 퍼포먼스(성과)가 뒷받침되기에 따라붙는 호칭이다.

인공지능(AI)이 미래 여러 직업을 대체하게 된다는 기사가 나올 때마다 ‘내 직업이 그 리스트에 있나?’하고 마음 졸이는 직장인들 중 마케터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분명 마케팅 일부 분야는 인공지능까지는 아니지만 시스템 기반의 광고 소프트웨어가 그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

한방의 크리에이티브로 제품도 알리고 매출도 올리던 시절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디지털 기반의 정밀한 타깃팅과 광고 인벤토리(광고면)를 실시간으로 구매하고 성과를 리얼타임으로 측정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 시장의 확산 속도는 굉장히 빠르며 기업(인하우스)의 마케터든, 대행사의 마케터든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흐르고 있는 이 테크놀로지의 진영에 발맞춰 ‘마케팅 테크니션’이 되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흐르고 있는 테크놀로지의 진영에 발맞춰 ‘마케팅 테크니션’이 되어야 한다.

상대-빠른 보폭의 소비자

최근 자료를 보면 소비자들은 PC에 비해 모바일에 63%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며, 평균 33개의 앱이 스마트폰에 설치돼 있고 이 중 3개의 앱을 80%의 시간 동안 사용한다고 한다.

이미 정보 권력이 소비자의 손으로 넘어갔고 정보의 인프라 확산 속도와 정보의 알맹이인 디지털 콘텐츠의 수 또한 헤아리는 거 자체가 무의미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마케터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몸담고 있는 기업의 서비스와 브랜드들을 알리기 위해 매일 들어도 새로운 디지털 광고용어 및 기술용어들과 싸워야 되고 신념과 신뢰의 영역이던 마케팅 성과도 이제 정량적인 KPI(핵심성과지표)를 통해 업무고과로 평가가 되고 있다. 물론 모든 마케팅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그 영역의 확산과 속도는 매우 빠르다.

과거 섹시한 메시지로 고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좀 더 매출에 직접적인 성과로 연결될 수 있는, 고객의 즉각적 구매 행동을 유도하는 메시지들로 넘쳐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지극히 크리에이티브한 캠페인을 신봉하는 필자로서는 이런 흐름을 본능적으로 밀어내려 하지만 그 효과를 본 후에는 이제 그 누구보다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캠페인이 대접을 못 받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뉴노멀 시대에 광고 분야 또한 가성비의 영역으로 들어와 ‘퍼포먼스 마케팅’에 주목하는 건 이제 필수가 돼 버렸다.

퍼포먼스 중심의 마케팅이 가능해진 건 모든 스마트폰에 적용된 ‘애드ID(Advertising ID, ADID)’로 불리는 개인 식별 ID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구글이 2014년에 도입한 ADID(애플은 IDFA, IDentifier For Advertiser)는 개인 스마트폰에 난수 개념의 32자로 구성된 식별코드가 그의 광고반응과 구매행동 등을 광고주가 추적할 수 있도록 해준다.

특히 주요 서비스 채널이 앱(APP)인 기업들은 ‘이용자 획득(User Acquisition)’이 가장 우선시되는 목표이기에 서드파티(third party, 독립된 제3의 회사)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분석툴을 이용해 광고 송출 시 어떤 매체에서, 어떤 크리에이티브가, 어떤 타깃에게 유효한지 효과를 측정해 광고 최적화라는 퍼포먼스 극대화를 이룰 수 있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가능해진 건 모든 스마트폰에 개인 식별 id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첫걸음-매체 이해와 설계

최근 종합광고회사가 디지털 광고 인력들을 속속 영입하고 신규팀을 구축하는 것을 보면 매체의 이동이 TV중심에서 급격히 디지털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광고면을 구매해 기간과 노출량을 정하면 더 이상의 매체 플래닝이 필요치 않던 시절과는 달리, 매체에 있는 오디언스를 구매하는 패턴으로 바뀌고 있다.

타깃 고객이 특정 매체에 나타났을 때 그 순간 브랜드의 메시지를 노출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 데이터에 기반한 타깃팅 광고전략이 대세가 되는 일면이다.

매체는 광고면의 위치와 크기, 기간, 우선순위로 정하고 소재는 크리에이티브 테마와 타입, 랜딩페이지를, 데이터는 타깃 오디언스 데이터와 실시간 매체 데이터로 정의한다면 이제는 이 세 가지 요소를 분리해서 재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각각을 하나의 퍼즐 블록처럼 정확한 구조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구조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대행사의 힘을 빌리면 되지만 이제는 기업의 마케터들도 디지털 매체에서 제공하는 주요 기능과 특징들을 인지한 상태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어떤 디지털 매체는 타깃 오디언스를 지역, 시간, 나이, 취미, 결혼유무, 특정상품 구매여부 등 다양한 요건별로 설정할 수 있으며 우리 캠페인을 봤는지에 대해서도 측정이 가능하다. 이런 기능과 함께 중요한 설계요건은 최종 캠페인의 랜딩페이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이며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느냐이다.

보통 캠페인을 기획할 때 소재와 매체에 많은 신경을 쓰는 반면, 랜딩페이지가 고객의 마지막 인지영역임에도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는 경우가 많다. 앞서 이야기한 이런 실무적인 부분들이 캠페인의 성패를 좌지우지 할 수 있기에 기업과 대행사 할 것 없이 마케터라면 매체에 대한 이해와 설계는 캠페인 중에도, 종료 후에도 챙겨봐야 하는 데이터로 인식해야 한다.

본게임-성과측정

광고계에서 ‘성과측정’이란 단어는 그리 환영 받는 개념이 아니다. 기존 ATL기반 매체(TV, 신문, 잡지, 라디오)들을 활용한 캠페인은 비교적 성과측정에 취약했다. ‘시청률·청취률·구독률’이란 성과수치가 있지만,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기준과 정확도 측면에서 모호하기도 하고, 소비자 조사를 통한 캠페인 성과 데이터는 그 신뢰성에 의문을 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었다.

디지털 광고시장으로 넘어오면서 성과가 측정 가능하다는 한마디는 마케터들에게는 희비를 안겨주는 대목이었다. 캠페인을 단위별로 비교·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과 캠페인 성패에 대한 책임과 추궁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부담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성과측정을 위해서는 매체 데이터를 보는 눈이 필요하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은 그래서 A/B테스트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같은 테마를 다른 소재나 타깃팅으로 소구해 좀 더 효율적인 소재와 매체를 압축하거나 선택하는 과정을 내부적으로 기획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금융의 분산투자처럼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예측 가능한 광고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A/B테스트에 대해서는 포털에 검색하면 여러 훌륭한 설명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성과측정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것이다. 우선 매체 데이터를 볼 줄 알아야 한다. 광고상품의 성격과 매체특성 그리고 집행 시 제공되는 캠페인 성과 데이터를 보는 눈이 필요하다. 디지털 광고는 기본적으로 광고 면을 구매하는 방식의 차이, 그로 인한 노출과 클릭율, 전환율 정도를 볼 줄 안다면 90%는 안다고 할 수 있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체 집행 매체에 대한 설계와 믹스(mix)전략, 랜딩페이지에서 최종 목표를 무엇으로 둘 것이냐의 기획이기에 기본적인 데이터 분석 지식을 가지고 오히려 설계에 대한 부분을 더 집중해서 공부하고 실제 사용해 봐야 한다. 그렇게 몇 번을 진행하다 보면 데이터가 눈에 익고 각 매체에 대한 이해도와 사용 목적에 대해 기준이 생기며, 그 기준과 실제 성과 데이터를 활용해 다음 캠페인의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차별점-나만의 테크닉

RTB, DSP, SSP, DMP 등 디지털 광고 사업자와 시스템에 대한 명칭으로 마케터들은 더욱 머리가 아파지고 있다. 그러나 그 속성과 서비스의 형태를 하나하나 알게 되면 충분히 단시간에 본인의 것으로 소화하고 관련 업계 사람들과 대화가 가능하다. 오히려 대화를 하다 보면 분명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쓰는 말이 어려울 뿐 그 속성은 단순하기 때문이다.

어떤 산업이든 모바일을 빼놓고선 비즈니스를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모바일 마케팅이 기존과 가장 다른 점은 ‘타깃팅 되는 실시간’이란 점이다. 이 이야기를 결과론적으로 보면 ‘숫자에 기반한 성과측정’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기존의 브랜드 마케팅이 ‘인식의 영역’이었다면, 이제 ‘숫자의 영역’으로 그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마케터는 아티스트(Artist)와 사이언티스트(Scientist)의 소양을 갖춰야 되는 시대가 됐다. 거창한 이야기이지만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라는 말이 있듯이 마케팅하기 참 어려운 요즘에 창의적이며 데이터를 볼 줄 아는 마케팅 영웅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신현일

브랜드컨설턴트에서 디지털의 매력에 빠져 현재 IT기업 브랜드매니저로 서바이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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