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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자아를 가진 슈퍼맘들의 바람

인하우스-에이전시 원더우먼 스토리②…사내 어린이집, 유축실 등 절실

기사승인 2017.05.08  10:47:03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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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계 워킹맘은 안녕하십니까에 이어…

[더피알=이윤주 기자] 지난 1월 세 아이의 엄마인 보건복지부 여성 공무원이 정부세종청사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녀는 육아휴직을 마치고 보건복지부에 전입해 일주일 내내 야근을 했다. 그리고 일요일 새벽 청사로 출근했다가 어지럼증으로 쓰러졌다. 복귀 후 밀린 업무를 보느라 과로에 시달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정과 회사 모두 돌봐야 하는 이들의 어려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워킹맘이면서 동시에 ‘슈퍼맘’이 될 수밖에 없는 이들은 육아로 인해 회사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 자신을 채찍질하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언제나 워킹맘은 을의 입장에 가깝다. 아이를 맡기고 출근할 때면 집안 식구들에 민폐,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회사를 조퇴할 때면 동료들에 민폐. 안팎으로 고개를 숙여야 한다. 

오죽하면 항상 누군가에게 부탁해야 한다며 ‘민폐맘’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면 워킹맘에게 ‘제2의 위기’가 찾아온다. 출산 후에도 잘 버텨냈지만 이맘때면 퇴사가 급증한다. 학부모로서 참여가 많아지고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데다 아이들도 사춘기를 맞아 엄마 손길이 부쩍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인하우스에 있는 H씨는 이 시기를 경험해본 엄마로서 예비맘에게 노하우를 전했다.

“시간을 많이 못 빼면 그걸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해요. 내가 오전에 시간을 내지 못하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고 인지하고,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없도록 잘 이끌면 업무 공백도 커버할 수 있어요. 본인이 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선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이를 위해 H씨는 주말에 엄마들과의 모임을 만들어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D씨의 경우 직장과 육아 병행에 있어 큰 고민을 한 후 마인드컨트롤의 중요성을 자각했다. “전 이 목줄(회사 명찰)을 빼는 순간 회사생각을 1도 안 해요. 되게 스트레스 많이 받았는데 목줄을 빼는 순간 나는 OO이 엄마인거죠. 그리고 출근하는 순간 다른 사람이라고 의식적으로 구분 짓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워킹맘이라면 두 개의 자아로 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F씨도 말을 보탰다. “너무 힘들거든요. 진짜 한 순간도 넋 놓고 쉬거나 멍 때릴 시간이 없어요. 애기가 아직 어려서 엄마아빠가 교대로 봐야 해요. 체력적으로는 힘든데 나중에 애한테 엄마가 일하는 걸 보여주는 게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맡긴 F씨는 저녁마다 남편과의 전화 통화에서 “네가 가냐 내가 가냐”로 실랑이를 벌인다고 했다. 드라마 미생 중 ‘워킹맘은 죄인’이라고 자조하는 선 차장의 통화의 장면은 드라마가 아닌 실제라고.

“아니 당신이 소미 안 데려가면 어쩌자는 거야. 나 오늘 중요한 일 있다고 했잖아. 아 몰라 알았어 끊어!”

드라마 ‘미생’에 등장하는 워킹맘 선차장이 아이를 등원시키고 있다. 사진=tvN ‘미생’ 방송캡처

제도부터 분위기까지 싹 바꿔야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이들에게 물었다. 공통적으로 사내 어린이집을 꼽았다. 소수의 대기업에서만 운영될 뿐, 중견·중소기업과 에이전시에는 아직 먼 나라 얘기다. 또한 갓 출산한 애기 엄마들을 위해 ‘유축실’의 필요성을 말하는 이도 있었다.

“파우더실이나 수면실은 있지만 아직 유축실이 있는 PR회사는 없어요. 시도 때도 없이 모유가 계속 나와 유축을 해야 하는데 화장실에서는 꽤 서럽거든요. 임산부와 워킹맘의 근속을 장려하는 상징적 의미에서라도 만들어주면 좋겠어요.”

정부 정책을 활용하지 못하는 워킹맘도 의외로 많다고 했다. 언론에선 워킹맘에 대한 어려움이나 유명무실한 정책을 주로 말하는데, 찾아보면 생각보다 괜찮은 프로그램이 많다는 것이다. 시급 6500원으로 하는 육아돌봄 서비스, 분유지원, 기저귀 지원 등이 그것이다.

한 워킹맘은 “안내책자를 읽으며 ‘이게 내가 할 수 있겠어?’했는데 지금은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면서 “좋은 프로그램은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워킹맘에 대한 인식개선도 중요한 화두로 언급됐다. 빨리 퇴근하는 만큼 아이와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워킹맘들은 ‘나인 투 식스(9시~6시)’까지 악착같이 열심히 일하지만, 결과나 효율보다 누가 더 오래 앉아있느냐로 평가받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다.

또 남자들이 회사에서 아이 얘기를 하면 ‘가정적인 남자’가 되지만, 여자들은 ‘가정일 하느라 회사일이 뒷전인 여자’ 취급을 받기 마련이라 웬만하면 아이의 ‘아’자도 꺼내지도 않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서글퍼했다.

이에 대해 김명희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 경력유지지원팀장은 “육아휴직을 하면 동료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고, 회사 입장에서도 적당한 업무 대체자를 구하기 어려워 서로 눈치를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워킹맘을 보는 인식개선과 일·육아를 병행하기 좋은 환경 조성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며 “차별 없이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패널티를 주는 등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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