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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터들의 이유 있는 반란

[브랜디스의 팀플노트] 사람들은 왜 ‘오싫사’에 공감하는가

기사승인 2017.05.04  10:48:32

브랜디스 장원철 www.facebook.com/brandis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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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장원철] 페이스북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오싫사)’ 페이지가 개설 3일 만에 팔로어수 7만을 넘겼다. 단순한 오락성 페이지라고 보기에는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 오싫사는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선언’을 통해 오이헤이터(hater)들의 고충을 밝히며 큰 공감을 얻었다.

오싫사 페이지에는 오이사진이 오자이크(오이+모자이크)돼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이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함으로써 해방감을 느낀다. 특히 ‘오이기득권자’는 느끼지 못하는 오이냄새에 대한 경험담, 피클과 오이의 차이점 등을 이야기하며 서로의 공감대를 높이고 있다.

‘오싫사’들은 페이스북상에서 ‘오이기득권자’들의 횡포에 대해 성토한다.

오이를 좋아하거나 특별히 거부감이 없는 사람들이 오싫사를 보면 ‘저게 뭐하는 것인가’란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오이헤이터들에게 오이는 하나의 핍박이다. 때문에 오싫사는 오이를 좋아하며 오이를 강요하는 사람들을 오이기득권자라고 부른다. 누군가에게 오이를 강요하고, 피클은 왜 먹느냐고 구박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오이기득권자이자 오이코패스다.

오이·당근·술로부터의 해방

오싫사를 기점으로 현재는 ‘당근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술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다양한 싫사모가 만들어지고 있다. 물론 이 중에는 페이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상업 수단의 페이지도 존재하겠지만,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따르는 이들이 많아지고 또 공감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한다.

이렇게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주목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람들은 왜 오싫사에 공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까? 바로 사회적 강요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오이에 대한 기호는 개인의 취향이다. 하지만 그러한 취향을 존중하는 문화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냉면에는 당연히 오이를 먹어야지’ ‘오이가 얼마나 맛있는데 그걸 왜 안 먹어?’ 오이기득권자는 자신의 말을 강요와 억압으로 인지하지 못한다.

오이 대신에 술을 대입해도 마찬가지이다. ‘술 한잔은 해야 사회생활을 할 수 있지’ ‘딱 한잔만 해’와 같은 말이 일상이 됐다. 즐거운 명절에도 이러한 기억은 존재한다. ‘서른 넘기 전에 결혼은 해야지’ ‘대학은 나와야지’와 같은 일상적인 사회적 압박의 인식 속에 사람들은 살아왔다. 그 이유는 자신의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술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페이스북 페이지 화면.

칩 히스는 저서 <스틱!>을 통해 ‘지식의 저주’를 소개했다. 지식의 저주란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반응에 대해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타인도 알 것이라고 가정하는 고정관념이다. 1990년 스탠포드대학에서 실시한 심리 실험은 두 부류의 실험 참가자들 중 한 부류에게만 노래 제목을 알려줬다. 제목을 알고 있는 참가자는 해당 노래를 탁자를 두드리며 표현했다.

반면, 다른 부류는 해당 탁자소리의 리듬만을 가지고 노래를 맞춰야 한다. 노래 제목을 알고 있는 참가자는 반대 참가자가 50% 이상 정답을 맞힐 것이라 생각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애국가처럼 대다수가 알고 있는 노래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답자는 2.5%였다. 지식의 저주를 통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타인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 쉽게 공감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나는 오이가 맛있는데 왜?’ ‘우리 땐 술 마시라면 다 마셨는데 요즈음 애들은 안 먹는다고만 하고… 문제가 있어’처럼 자신의 잣대로 타인을 판단하기 때문에 존중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다수가 절대 선은 아니다

대다수의 오이기득권자에 비해 오이헤이터는 소수자이다. 오이기득권자는 오이헤이터들이 주장하는 오이냄새를 알지 못한다. 오이무침은 양념이 들어가서 괜찮다는 오이기득권자의 말에 오이헤이터들은 치를 떤다. 그들에게 오이를 강요하는 것은 단순한 흥미이자 재미이다.

오이처럼 단순한 문제에서도 소수자에 대한 획일적 문화를 강요하는 우리사회에서 3월이면 문제가 대두되는 사발식 문화, 관심으로 포장한 참견, 편식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 등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럼 오이는 괜찮고 음주는 심한 것인가? 오이와 직장, 학교, 단체 내 군기 문화는 다른가? 그렇지 않다. 모든 억압은 동일하다. 소수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통해 본인도 겪을 수 있는 획일화되고 억압적인 문화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타인에 대한 관심과 오지랖이 많은 편이다. 서양에 비해 공동체를 강조하는 동양의 특성과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정신이 오지랖으로 연결된다. 정석으로 정해진 길을 따르지 않으면 오히려 주변에서 불안해한다.

‘공감’과 ‘존중’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특히 마케팅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필수적인 자질이다. 타깃에 공감하고 고객의 가치에 대해 존중하는 능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시각에서 오싫사의 이슈화를 그대로 받아들인 기업이 눈에 띈다.

김밥 전문점 ‘바르다 김선생’은 영화 베테랑의 유아인 대사 ‘어이가 없네’를 활용한 ‘오이가 없네~’로 오이가 없는 김밥을 재치 있게 홍보하고 있다. 또 대학로의 한 쌀국수 집에서는 취사선택 가능한 고수처럼 ‘오이를 싫어하시는 분은 미리 말씀해주세요’라는 안내문을 게시했다. 무엇인가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가치와 상황을 존중하고 공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마케팅은 좋아하는 것에 집중했다. 우리를 좋아하는 팬클럽 형성에만 신경을 쓴 것이다. 이제는 고객이 싫어하는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존중할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 더불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로의 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오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개설됐다. 오싫사의 운영자는 오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과 갈등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을 통한 담론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저희가 싫어하는 오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먹을 수 있으니까요.”

‘싫어하다’와 ‘좋아하다’. 흑과 백처럼 나뉘어 서로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만들어가고 있다. 이것이 싫음을 공유하는 헤이터들의 반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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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을 통해 나와 이 사회의 성장을 이끌어가는 세종대학교 브랜드 전략 연구회. 캠페인 및 커뮤니케이션 사례 등을 마케팅을 배우는 학생의 시각으로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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